'선거법 패스트트랙'으로 한국당 압박하는 與

이슬비 기자 김경필 기자
입력 2019.03.09 03:00

선거제 개편 놓고 극한 대치

더불어민주당은 10일까지 선거제도 개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유한국당을 빼고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3당과 함께 선거제 개편안을 신속 처리 안건(패스트 트랙)으로 지정하겠다고 8일 밝혔다. 한국당은 "의원 총사퇴도 불사하겠다"고 반발, 여야 간 선거제를 둘러싼 극한 대치가 예상된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선거제 개편안을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전체 의원 정수(定數)는 300석을 유지하되, 지역구를 현행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47석에서 75석으로 늘리는 안을 당론으로 정했다. 앞서 바른미래당·평화당·정의당 등 3당은 공동 합의문을 통해 의원 정수를 330석으로 늘리고 정당 득표율과 의석수를 100% 일치시키는 '완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해 왔다. 온전히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분하자는 것이다. 여당 안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되 권역별 득표율로 배분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권역별로 가장 높은 득표율로 떨어진 지역구 후보를 구제하는 석패율제도 가미된다. 야 3당은 "여당 안이 당초 취지와는 거리가 있지만 차선책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선거제 개편안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의 게임룰이라 그동안 여야 합의로 처리하는 게 원칙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여야 4당은 "한국당 측 협상 의지가 없다"며 자신들끼리 패스트트랙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여야 5당은 작년 12월 15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동시에 권력 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改憲)' 논의도 착수하기로 합의했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당시 합의 이틀 뒤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사실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이를 도입하려면 '제왕적 대통령제'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 4당이 10일을 '데드라인'으로 정한 것은 21대 총선이 내년 4월 15일임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늦어도 내년 2월까지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이 제도로 총선을 치를 수 있다. 패스트트랙이 최장 330일이 걸리는 만큼 10일에는 개편안을 올려야 2월 중 처리가 가능하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사상 초유의 헌법 쿠데타"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당은 국회의원 정수 300석 유지와 함께 선거제도와 대통령 권력 분산 목적의 권력 구조 개편 동시 추진을 주장하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게임의 룰인 선거법 개정을 야합으로 추진하는 것은 민주주의 체제를 근본부터 부정하는 것"이라며 "한국당은 결코 좌시하지 않고 의원직 총사퇴도 불사해 맞서겠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여당 일각에서도 선거법 개정안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나온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자기 지역구가 사라질 국회의원이 20명이 넘고 지역구 변동으로 영향받을 의원도 20명이 넘는다"며 "이 사람들이 당론에 따라 투표하겠느냐"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한국당이 끝까지 반대하면 본회의 통과가 쉽지 않다"며 "이번 패스트 트랙 지정은 한국당 압박을 위한 정치적 전략 성격이 강하다"고 했다.

☞패스트 트랙

국회 쟁점 법안의 장기 표류를 막기 위해 만든 제도. 상임위 재적 5분의 3 찬성 시 최장 330일(상임위 180일, 법사위 90일, 본회의 60일) 내에 처리할 수 있도록 ‘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



조선일보 A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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