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해제 요구한 UN 제재 5건은..."핵·미사일 막는 핵심 제재"

윤희훈 기자
입력 2019.03.01 13:12 수정 2019.03.01 14:17
北이 해제 요구한 유엔제재는
2016~ 2017년 채택된 ‘2270’ ‘2321’ ‘2371’ ‘2375’ ‘2397’ 호인 듯
리용호·최선희 ‘민생’ 강조하며 "일부해제"라 주장
하지만 해당 제재는 북 핵·미사일 도발 막기 위해 민간 경제 제재한 것
전문가 "해당 제재 해제하면 대북 제재망 허물어져"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1일 새벽(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안경을 만지고 있다./연합뉴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1일(현지시각) 새벽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가진 긴급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가 아니고 일부 해제"라면서 "(해당 제재의 내용 중에서도)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용호는 전날 열린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미국에 유엔이 채택한 대북제재 11건 중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채택된 5건에 대해서만 해제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정상회담 결렬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완전한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밝힌 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리용호가 거론한 제재 5건이 해제되면 사실상 전면적 제재 해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엔 안보리는 2006년 7월 북한의 대포동 2호 발사를 규탄하며 대북제재 결의 1695호를 채택한 이후 2017년 12월 23일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 2397호까지 총 11건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 가운데 2016~ 2017년 채택된 제재 결의안은 ‘2270’ ‘2321’ ‘2356’ ‘2371’ ‘2375’ ‘2397’ 호 등 6개다. 리용호가 지목한 5건의 제재는 북한 기관과 개인을 제재리스트에 포함시키는 내용이 전부인 2356호를 제외한 나머지로 보인다.

2016~2017년 채택된 대북제재는 매번 ‘가장 강력한 제재’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강도가 셌다. 2016년 이전에 채택된 대북 제재 결의는 북한의 ‘불법적인 행동’을 제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반면 2016년 이후에 채택된 대북 제재는 북한 자체를 불법적인 존재로 보고,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불가능한 수준까지 제재의 강도가 높아졌다.

특히 북한의 4차 핵실험과 광명성 4호 발사에 대응해 나온 유엔 제재 결의안 2270호는 북한의 주요 수입원인 광물 판매에 대해 ‘분야별 제재’를 처음 적용했다. 민생 목적을 제외한 석탄, 철, 철광 수출은 금지했다. 석탄은 북한의 최대 수출품이다. 북한의 외화 수입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는 조치다.

또 대량살상무기(WMD) 생산 관련 물품거래에 대한 ‘캐치올’ 수출 통제를 의무화했다. 제재 대상으로 명시한 품목 외에도 무기 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품목의 금수조치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해석에 따라서 광범위한 품목에 대한 수출통제가 가능해지는 조항이다.

그러나 북한은 핵개발을 멈추지 않았다. 북한이 2016년 11월 30일 5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유엔 안보리는 대북 제재 결의 2321호를 채택한다. 대북제재 2270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대중 석탄 수출 규모가 늘어나자 유엔은 북한의 석탄 수출 상한선을 설정하고 수입 신고를 의무화했다. 중국으로 북한산 석탄이 반출되는 것을 막겠단 의도였다. 또 수출 금지 품목에 구리와 니켈, 은, 아연을 추가했다. 대형 조형물 등 북한의 예술품 수출도 금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평양 정상회담 당시 방문한 만수대창작사는 북한의 예술품 수출 1번지로 알려져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17년 11월 28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비난하며 대북 제재 결의안 2397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유엔
2017년 7월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벌였다. 유엔 안보리는 이에 대응해 같은 해 8월 5일 대북제재 2371호를 채택한다. 2371호는 북한의 석탄 수출 상한선을 아예 없애고 전면 금지시켰다. 북한의 해산물도 수출 금지 품목에 포함시켰다. 북한과의 합작사업 신규 및 확대도 금지됐다. 남북 경협사업도 2371호의 이 조항에 저촉된다.

미국은 이 결의안에 대북 원유 수출 중단 조치도 담으려고 했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결국 넣지 못했다. 유엔이 대북제재 2371호를 채택한 다음날인 8월 7일 북한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성명’을 통해 "해당 결의를 전면 배격한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북한은 2017년 9월 11일 6차 핵실험을 벌였다. 이에 대응해 유엔은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채택했다. 이 결의엔 북한에 대한 유류 공급 제한 조치가 처음으로 들어갔다. 아울러 북한의 섬유제품 수출이 금지됐다.

유류 공급까지 제한하는 강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2017년 11월 29일 ICBM 화성-15형을 발사했다. 유엔 안보리는 대북제재 결의 2397호를 채택했다. 이 제재로 대북 정유제품 공급량 상한선이 기존 200만 배럴에서 50만 배럴로 4분의 1토막이 났다. 아울러 유엔 회원국 내에서 소득 활동을 하는 모든 노동자를 북한으로 송환토록 했다. 아울러 북한의 수출금지 품목을 식용품 및 농산품, 기계류, 전자기기 등으로 확대했다. 또 유엔 회원국에 입항한 대북 제재 위반이 의심되는 선박에 대한 나포·검색·억류 조치를 의무화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자신들의 요구와 관련해 "100%가 아니고 민생과 관련한 부분만 제재 해제를 요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제재에 대해선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한 지렛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더구나 확실한 비핵화 조치 없이 해당 제재를 해제할 경우, 향후 핵협상을 끌고갈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리용호와 최선희의 발언엔 북한의 교묘한 협상 전술이 숨어있다"며 "2016년 이후 채택된 대북 제재는 핵·미사일 도발을 막기 위해 북한의 민간 경제를 제재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리용호가 ‘민생’을 앞세워 제재 완화라고 말했지만, 실상은 영변 핵시설만으로 제재망을 다 허물겠다는 것"이라며 "이게 해결되면 북한은 더 이상 협상 테이블에 안나와도 된다. 이렇게 되면 영변 이외 핵시설과 핵무기, 핵물질은 해결할 수 없게 된다"고 했다.

3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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