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작년 북한석탄 밀반입 '맹탕 수사'

원선우 기자
입력 2019.01.03 03:48

취득경위·유통경로·자금거래 등 공소장에 핵심 내역 모두 빠져
野 "정권 눈치 본 꼬리 자르기"

한국전력 산하 남동발전 등의 북한산 석탄 반입과 관련해 검찰이 '부실 수사'를 했다는 지적이 2일 제기됐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윤한홍 의원에 따르면, 최근 대구지검이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는 북한산 석탄의 ▲취득 경위 ▲유통 경로 ▲자금 거래 내역 등 핵심 내용이 모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2017년 4~8월 통일부 승인 없이 북한산 석탄·선철 4만여t을 밀반입한 수입업자 A(44)씨를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공범 B(45)씨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들이 북한산 석탄을 누구에게서 어떻게 취득했는지에 대해선 밝혀내지 못한 채 공소장에 '불상의 방법'이라고만 명시했다. 윤 의원은 "남동발전에 반입된 9700여t뿐 아니라 다른 7건의 석탄 밀반입에 대해서도 '북한에서 취득한 석탄' '북한산 무연탄' 등으로만 기재했을 뿐, 북한의 누구와 접촉했는지 또는 제삼자의 개입이 있었는지 등을 전혀 밝혀내지 못했다"고 했다.

또 공소장엔 러시아산으로 위장된 북한산 석탄이 인천항·포항항·당진항·마산항·동해항 등을 통해 국내로 반입됐다고만 돼 있을 뿐, 이후 어떤 경로를 거쳐 누구에게 흘러들어 갔는지도 명시되지 않았다. 밀반입 8건 중 북한산 석탄의 종착지가 드러난 건은 남동발전뿐으로, 이는 지난해 이미 지적된 내용이다. 수만t의 북한산 석탄이 결국 어디로 들어가 어떻게 쓰였는지 밝혀진 내용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소장엔 A씨 등 업자들이 북한산 석탄을 구입한 금액과 결제 수단 등도 나타나지 않았다. 김영문 관세청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 "북한산 석탄 대금이 우리 금융 기관을 통해 '제삼자'에게 송금된 사실이 있다"고 했었다. 만일 이 제삼자가 북한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면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이 된다. 당시 외교부는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 공소장에는 대금 액수와 거래 방법 등과 관련한 내용이 전혀 명시돼 있지 않았다. 매매 대금이 북한에 어떻게 전달됐는지가 수사의 핵심인데도 검찰이 이를 공소장에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검찰이 핵심 사안에 눈이 먼 공소장을 제출했다"며 "정권의 눈치를 본 '꼬리 자르기'식 수사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조선일보 A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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