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한반도-전문가 진단 3부③] 송대성 "올해는 '안보참사의 해'…간첩 오라고 길 열어줘"

윤희훈 기자
입력 2018.12.22 20:00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 소장이 19일 서울 강남 거평타운 사무실에서 진행된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윤희훈 기자
"올해는 ‘안보 참사의 해’였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비참한 사건이 가장 많이 일어났다."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 소장은 19일 "문재인 정부는 ‘이제 강도가 침입 안한다고 한다. 무기도 버린다고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강도가 무기를 안버리면 어떡할거냐’라는 질문엔 답이 없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송 전 소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의 오피스텔 사무실에서 진행된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내건 위장평화 깃발을 문재인 정부는 민족공조 차원에서 두둔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진짜 실체를 몰라서 속았거나, 아니면 남북공조로 위장평화를 만들어보자고 했거나 둘 중 하나다. 개인적으론 후자 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북한의 실체를 모를리 없다"며 "만약 그게 아니라면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놓고 문제가 제기됐을 때 따지는 모습이라도 보였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고 했다.

송 전 소장은 안보 참사의 구체적인 사례로 ‘9·19 군사합의’를 지목했다. 그는 "남북간 군사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바로 ‘북한 비핵화’인데 (군사합의에서)여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실상 NLL 포기를 위한 합의"라며 "전방 GP와 임진강 근처 철책선도 없앴다. 간첩에게 내려오라고 길을 닦아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 비핵화 방안과 관련해 "김정은 정권의 질이 바뀌지 않는 한, 대화와 협상으로 비핵화를 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며 "대북제재나 군사적 압박을 통해 양자택일을 하라고 압박하지 않으면, 비핵화는 불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의 위장 평화 전략을) 알고 있다"며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한은 6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 이걸 판별하지 못할 미국이 아니다. 진실은 진실로, 가짜는 가짜로 드러나는 시점이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송대성 전 소장과의 인터뷰 전문.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 소장이 19일 서울 강남 거평타운 사무실에서 진행된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윤희훈 기자
-문재인정부는 올 초부터 평화 외교에 매진했다. 1년동안 진행된 한반도 정세 변화를 어떻게 평가하나?

"한반도 안보상황은 미국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말과 태도를 갑자기 바꾼다는 비판을 많이 받고 있지만, 외교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술적인 움직임일 뿐 ‘북한의 비핵화’라는 미국의 대북 목표는 그대로인 것 같다. 평창 동계올림픽 전까지 미국은 대북제재와 군사적인 행동으로 북한을 비핵화하려 했다. 그런데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일행이 미국에 가서 설득을 하면서 ‘한번 믿어보자’하고 대화와 협상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 한해가 지나면서 위장 평화였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 북한이 내건 위장평화 깃발을 문재인 정부는 민족공조 차원에서 두둔하고 있다. 이를 감지한 미국은 최근 들어 대북 제재 쪽으로 다시 선회했다."

-북한의 위장 평화를 문재인정부는 왜 두둔하는 걸까?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진짜 실체를 몰라서 속았거나, 아니면 남북공조로 위장평화를 만들어보자고 했거나 둘 중 하나다. 개인적으론 후자 쪽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의 실체를 모를리 없다. 문재인 정부는 한미동맹보단 민족공조를 우선시하고 있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놓고 문제가 제기됐을 때 따지는 모습이라도 보였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

-북한의 위장평화를 감지한 미국이 대북 정책을 다시 제재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신호가 있나?

"6월 말부터 9월 초까지 미국에 있었다. 미국 체류 기간 한반도 전문가들, 특히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관여하는 사람들을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눴다. 이들 모두 ‘북한이 질적인 변화를 하지 않는 한 대화와 협상으로는 비핵화가 안된다’는 걸 알고 있었다. 평화 외교에 대해선 ‘기회를 한번은 줘 보자’라는 차원으로 접근한 것이다. 하지만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한은 6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 이걸 판별하지 못할 미국이 아니다. 진실은 진실로, 가짜는 가짜로 드러나는 시점이 오고 있다."

-워싱턴의 외교안보 엘리트와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 다른 것 아니냐는 진단도 있다.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알고 있다. 싱가포르 회담 전, 백악관 참모진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기만 전략을 조심해야 한다’고 건의했다고 한다. 참모들의 조언에 트럼프 대통령은 ‘잘 됐다. 나는 평생동안 사기꾼을 대하는 것을 비즈니스로 삼았다. 사기꾼은 내가 잘 다룰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고 한다. 미국 행정부와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모른다고 생각하는 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미국은 세계 최강국으로서 다양한 문제를 다뤄본 경험이 있다. 다만 미국으로서도 전쟁을 하지 않고 비핵화를 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라는 차원에서 대화와 협상에 나서고 있는 거다."

-미․중 갈등 국면에서 북한을 더 가까이 끌고 오려는 대외 전략도 작용했을까?

"미국도 중국의 동맹인 북한을 우리편으로 좀더 가까이 데려오면 중국 견제에 유리하다고 봤을 것이다. 싱가포르 회담 합의 1항에 담긴 ‘관계 정상화’라는 표현이 바로 그런 뜻이었다. 하지만 회담 직전, 또 직후 시진핑 국가주석을 만나러 가는 김정은을 보면서 ‘이건 안되는 일’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일 김정은이 '겨울철 집중 어로전투'가 한창인 동해지구의 군부대 산하 5월27일수산사업소, 8월25일수산사업소, 1월8일수산사업소 등 세 곳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
-일각에선 김정은은 개혁 개방을 추진하려고 하는데, 북한 군부나 엘리트 세력이 이를 막는다는 견해도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은 김정은과 노동당이 의견을 교환하며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체제가 아니다. 김정일 시대에도 ‘김정일은 통크고 합리적인 사람인데 군부 세력이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 탈북한 북한 엘리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렇지 않다. 이들은 북한 체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북한 체제 자체의 문제점이란 무엇을 말하나.

"북한의 경제 전문가들은 북한 체제가 건너지 못하는 두가지 원칙을 꼽는다. 첫째는 집단주의 원칙, 둘째는 공동생산 공동분배 원칙이다. 최고 지도자에게 이 원칙을 깨야한다고 조언하다가 숙청된 경제 엘리트들이 상당하다고 한다. 이건 체제 존재와 직결되는 원칙이기 때문이었다. 북한 체제의 또다른 문제 중 하나는 대규모 숙청으로 인해 김정은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할 수 있는 전문가가 없다는 점이다."

-남북 정상이 평양에서 ‘김정은 서울 답방’을 약속했는데, 연내에 성사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북한이 만든 일종의 ‘사술(詐術) 설계도’가 망가졌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생각한대로라면 남한 내 ‘허상적 평화’(shadow peace) 물결이 이어지고, 김정은을 영웅 숭배시하는 분위기가 돼야 하는데 그게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사술을 밝히기 보다는 북한의 설계도대로 집을 지으려고 했다. 하지만 유엔 제재나 미국의 독자적인 대북 제재 때문에 이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정은이 방남 성과로 가져갈만한 게 있을까?

"김정은이 방남하면 우리로부터 무엇인가 얻어갈 게 있어야 하는데 그걸 찾기 어렵다. 우선 대북지원을 놓고 남남갈등이 심각하게 일 것이다. 또 유엔 제재와 미국 제재에도 상당 부분이 저촉될 수 밖에 없다. 미국이 제재의 사슬을 키우는 상황에 김정은으로선 정상회담을 해도 얻어갈 게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또 서울에 왔다가 태극기 집회든 뭐든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질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을 것이다. 이런 모든 걸 고려했을 때, 여건이 안되고 득이 안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김정은이 내년엔 서울에 올까? 어떻게 예상하나?

"내년에 올지, 아니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올해 안에 올지 단정짓지 못하겠다. 북한의 행동을 예측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페리 전 국무장관은 북한을 ‘에니그마틱 레짐(enigmaitic regim)’이라고 규정했다. 체제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고, 언제 무슨 행동을 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달 7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김정은 방남 환영 집회가 열리고 있다. /오종찬기자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김정은의 서울 방남을 환영하고, 이를 넘어서 김정은을 찬양하는 집회가 열렸다.

"그 중에 여러 부류의 국민이 섞여있다고 생각한다. 김정은을 찬양하는 국민 중에선 북한의 실체를 잘 모르고, ‘이렇게 하면 평화가 온다’고 믿는 순진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정말 종북적인 자세로 북한 독재 정권의 비인간성은 외면한 채 북한 체제를 찬양하는 집단도 있다. 이들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를 못하는 것 같다. 북한의 최고지도자에 대해선 형을 죽이든, 고모부를 죽이든 이건 북한 내부 사정일 뿐 관여할 바 아니라고 하면서 남쪽 문제엔 민주주의를 앞세우지 않나. 북한의 실체를 아는 사람이라면 북한을 찬양할 수 없다."

-평양정상회담 계기 체결한 9·19 군사합의에 대해서도 비판이 많다.

"올해는 ‘안보 참사의 해’였다. 대한민국 건국 이후 비참한 사건이 가장 많이 일어난 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안보를 무너뜨린 건 바로 9·19 군사분야 합의서다."

-무엇이 문제인가.

"우선 남북간 군사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바로 ‘북한 비핵화’인데 여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또 지난 70년간 군사적 도발은 100% 북한이 했다. 우리가 언제 기관총을 들고 북한을 향해 공격을 한번 한 적 있나. 우리는 항상 방어하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번 군사합의는 ‘강도가 가진 흉기를 어떻게 없앨 것인가’에 대해선 한마디도 없이, 대문을 지키는 수위를 집 뒤로 보내고, 대문을 부셨다. 한국의 평화적인 안보 역량만 일방적으로 망가뜨렸다."

-서해 평화수역도 문제로 지목된다.

"이번 합의는 사실상 NLL 포기를 위한 합의가 됐다. 평화수역을 만든다고 하는데, 우리는 무장하지 않은 어부들이 평화수역에서 어로 활동을 하겠지만, 북한에선 군인이 위장을 하고 어업활동을 할 수 있다. 어선으로 위장한 북한 해군이 우리 어선을 공격하는 해상 충돌이 발생해, 남북간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전방 GP를 없애고, 임진강 근처 철책선을 없애는 것도 문제다. 우리 군의 경계가 삼엄했기에 종전엔 북한 간첩이 내려오기 참 힘들었다. 그런데 이번 합의서는 간첩에게 내려오라고 길을 닦아준 셈이 됐다."

지난 9월 19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평양공동취재단 영상 캡처
-다른 문제점도 있나?

"결정적으로 수도권이 적의 기습에 노출되는 여건을 만들어놨다. 이전까지 우리 공군 비행기가 전방에서 휴전선 지역을 감시했다. 그런데 이걸 뒤로 물러버렸다. 대문에서 강도가 오는지 지켜보다가 갑자기 마당 뒤에서 지켜보는 꼴이 됐다. ‘장비가 있어서 볼 수 있다’고 설명하는데, 그런짓을 왜 하나. 최전방에서 감시해도 모든 걸 감지하기 어렵지 않나. 상대방을 겨냥한 군사훈련을 못하게 한 것도 문제다. 이건 한미연합 방위체제 와해를 노린 거다. 훈련을 매일해도 실전에서 그대로 하기 어려운데, 훈련을 안하면 실전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움직일지 안봐도 뻔하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 강도가 침입 안한다고 한다. 무기도 버린다고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강도가 무기를 안버리면 어떡할거냐’라는 질문엔 답이 없다."

-안보 위기가 그렇게 심각해졌다고 보나.

"안보는 재앙이 되기 전에 차단해야 한다. 기무사 해체도 올해 발생한 잘못한 선택 중 하나다. 군 정보기관은 적 정보를 빠르게 입수해 제거하는 임무를 해야 하는데, 이 역량을 없애버렸다. 국방개혁 2.0을 추진하면서 복무기간을 단축하고 병사들에게 일과 후 핸드폰을 주거나 외출을 할 수 있게 하는 등 군대를 마치 캠핑처럼 만든 것도 문제가 심각하다."

-군 복무기간을 단축하고 병사 수를 줄이는 것과 관련해 군에선 첨단무기로 보강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2000여명의 북한군 출신 탈북자들으로부터 수기를 받은 적이 있다. 100여건의 수기가 들어왔는데,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군은 10~12년을 복무한다. 이들은 오랜 기간동안 정신교육과 전문성 교육을 받는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겨우 18개월이다.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복무하면 어떤 장비는 다루는 게 조금 익숙해질 때 쯤 제대하게 된다. 부사관을 뽑아 전문성을 확보하면 된다고 하는데 예산 때문에 그렇게 할 여건이 안된다. 만약 그렇게 한다고 해도 사병이 하는 모든 일을 넘길 순 없다. 첨단 무기를 도입한다고 해도 그 무기를 다루는 건 결국 사람이다. 사람이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첨단 무기는 쇳덩어리에 불과하다. 최첨단 F-35 전투기가가 있다한들, 걸 능숙하게 다루는 조종사가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 소장이 19일 서울 강남 거평타운 사무실에서 진행된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윤희훈 기자
-대화와 협상으로 북한을 비핵화할 수 있다고 보나?

"김정은 정권의 질이 바뀌지 않는 한, 대화와 협상으로 비핵화를 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 4·27 판문점 정상회담 때만 해도 남북 정상이 군사분계선을 손 잡고 넘어갔다가 다시 넘어오고 할 땐, 김정은 체제는 다른가 하는 기대감도 있었다. 할아버지(김일성)때도, 아버지(김정일)때도 잘못했지만, 이제는 안되겠다 싶어서 바뀌는 거라면 의미가 있다고 봤다. 그런데 1년여가 지난 지금 보니 김정은 체제도 결국 비핵화를 안할 것 같다. 대북제재나 군사적 압박을 통해 양자택일을 하라고 압박하지 않으면, 비핵화는 불가능하다."

-문재인 정부의 비핵화 해법도 달라져야 한다고 볼 것 같다.

"한 쪽은 핵을 갖고 있고, 다른 한 쪽은 핵이 없다. 결국 핵이 없는 쪽이 노예나 인질이 될 수 밖에 없다. 절박한 문제 의식을 갖고 여기에 몰두해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시점이 언제쯤 올거라고 보나.

"타이밍은 전적으로 미국의 국익에 달렸다. 정확한 예측은 어렵다. 중요한 건 ‘대화와 협상으로는 안 된다’는 미국 내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도 곤란한 처지에 처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북한이 비핵화할 거라고 말하지 않았나. 지금 상황이 그렇게 가고 있다고 보나’라고 물으면 뭐라고 답할지 궁금하다. 한국의 신뢰 추락도 불 보듯 뻔하다. 비핵화를 위한 대북 제재가 계속되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국제무대에서 ‘대북 제재를 풀어달라’고 말하는 것도 미국 입장에선 불편하다. 문재인 정부도 지금 판이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합리적인 생각을 한다면 초조할 수 밖에 없다."

-한국의 신뢰가 하락하는 가운데, 한미 동맹은 안전할까.

"미국에선 한국 국민들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본다. 미국이 없었다면 한국 전쟁에서 남한이 생존할 수 있었을까? 또 지금까지의 발전이 가능했을까? 미국은 대한민국 역사에서 보모와 같은 역할을 했다. 그런데도 미국을 향해 ‘제국주의’라며 반미를 외치고, 한국을 공격한 북한은 ‘한민족’이라면서 민족공조를 외치는 걸 보면 괘씸하지 않겠나. 여기에 대한 반발감으로 ‘굳이 한국을 보호할 필요가 있느냐’는 분위기도 미국 내 형성되고 있다."

-한미 방위비 협상이 연내 타결되지 못했다. 이를 계기로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방위비 협상에선 우리가 좀더 양보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형편이 안되는 것도 아닌데, 북한에는 퍼주기를 하면서 미국엔 방위비 부담이 크다고 하는 건 역설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기간 때도 주한미군 문제를 언급했다. ‘우리가 지켜주는 대신 비용은 너희가 내라’라는 게 트럼프의 생각이다. 미국 조야에선 ‘한국이 주한미군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주한미군이 아니라 주한미군 가족은 몇월 며칠까지 전부 귀국하라’라는 메시지만 나와도 대한민국에서 외국 자본은 물 빠질듯 빠져나간다."

-문재인 정부가 대화 무드에서 갑자기 선회하긴 어려워 보인다. 당분간 대화와 협상이 계속 될텐데, 이 와중에 정부가 놓쳐선 안될 부분이 있다면?

"리선권이 우리 통일부 장관에게 핀잔을 주고 기업인에게는 ‘목구멍으로 냉면이 넘어가냐’는 소리를 했다. 이건 우리를 완전 우습게 보기 때문이다. 이런데도 우리가 한번이라도 항의했나. 나라를 생각한다면 그래선 안된다. 북한에도 할 말은 해야 한다. 또 민족공조와 한미동맹 중 무엇이 우선인지, 우선순위를 바로 세우길 바란다."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 : 공군사관학교 17기,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했다. 고려대에서 정치학 석사, 미국 미시건대학교 앤 아버(Ann Arbor) 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군사관학교 교수, 합참 전략기획국 군사전략과, 기무사 정책연구실장, 정보처장, 보안처장, 참모장을 역임한 뒤, 준장으로 예편했다. 예편 후 세종연구소 정책연구실장, 소장을 지냈다. 현재 한미안보연구회 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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