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기관에도 불똥 튀나… '美경고' 받았던 은행들 바짝 긴장

안준용 기자
입력 2018.11.23 03:08

北관련 계좌로 2만5000달러 송금 광주비엔날레재단 등 문제될 우려

미국 검찰이 북한의 자금 세탁에 관여한 혐의로 일본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그룹(MUFG)을 수사 중이라는 사실이 21일 알려지면서 그 파장이 국내 은행들에 번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우방국인 일본의 최대 은행까지 조사할 정도로 대북 불법 거래 단속에 나서고 있는 만큼 우리 금융기관들에 대해서도 집중 감시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조사 대상에 오르는 것만으로 은행들은 신인도에 큰 타격을 입고 자금난에 빠질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국내 은행들이 대북 제재를 위반한 적이 없기 때문에 미측 제재를 우려할 어떤 이유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 은행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대표는 "정부는 괜찮다지만, 동맹국인 일본 최대 은행까지 문제가 된 만큼 우리로선 북한 관련 사업에 몸 사릴 수밖에 없다"며 "특히 미 금융 당국은 국내 은행 자료를 속속들이 갖고 있는데, 우리 해외 지점 등의 컴플라이언스(내부 통제) 시스템은 부실해 우려가 크다"고 했다.

국내 주요 은행들은 정부의 남북 경협 기조에 따라 내부적으로 준비해왔던 경협 관련 TF(태스크포스)를 지난 9월 미 재무부의 콘퍼런스 콜(전화 회의) 이후 잠정 중단한 상태다.

당시 미 재무부는 국내 7개 시중·국책은행을 대상으로 대북 제재 관련 콘퍼런스 콜을 소집해 각 은행의 대북 사업을 점검했다. 대북 제재를 위반하지 말라는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앞서 8월엔 경남은행이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산으로 위장 수입한 업체에 신용장을 발급했다는 이유로 제재 위반 논란이 일었다. 비슷한 시기 하나은행의 평양 국제유소년 축구대회 후원도 뒷말이 나왔다. 또 7월엔 광주비엔날레재단이 한·미 정부의 독자 제재 대상인 만수대창작사의 중국 분소(分所)를 운영하는 중국인의 중국 HSBC 계좌로 2만5000달러(약 2800만원)를 송금한 사실이 최근 뒤늦게 확인됐다. 어느 은행을 통해 송금했는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의 조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이 사례들에 대해 모두 "문제없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금융계에선 '제재 리스크'가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적잖다. 실제 북한과의 불법 거래에 연루된 각국 은행에 대한 미국 제재가 최근 크게 강화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 단둥은행을 제재 대상에 올린 데 이어 농업은행·건설은행 등 중국 대형 은행의 돈세탁 위반 의혹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아그로소유즈 상업은행도 제재 대상에 올랐다. 올 2월 라트비아 3대 은행으로 꼽히던 ABLV은행은 미국의 제재로 뱅크런(대량 인출 사태)이 발생해 4개월 만에 청산됐다.

조선일보 A3면
말모이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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