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은 '고양이형 참모'를 좋아해

정우상 기자
입력 2018.11.13 05:53

[정치 인사이드] 신뢰하는 참모 스타일 보니

문재인 대통령이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에 김수현 전 사회수석을 임명하자 청와대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이 신뢰하는 참모 스타일이 다시 확인됐다"는 말이 나왔다. 당초 김수현 정책실장 내정설에 여권(與圈)과 청와대 일부에선 "견제 세력이 많고 부동산 실책도 있어 임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친문 핵심부에선 "자기주장을 내세우기보다 조용히 일을 처리하는 스타일이라 문 대통령이 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문 대통령은 '조용히 일하는 참모'를 선택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은 말하기보다 듣는 스타일, 요란하지 않게 조용하게 일처리하는 인사들이 많다"고 했다. 청와대 내에선 김 실장을 비롯해 정태호 일자리수석,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 등이 그런 스타일의 참모로 분류된다. 이들 3인은 노무현 정부 때부터 문 대통령과 업무 호흡을 맞춰왔고, 문 대통령이 믿고 맡기는 참모들이다. 외부적으로 '조용한 사람들'로 분류된다.

청와대 밖에선 핵심 측근인 김경수 경남지사, 노무현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문 대통령이 신뢰하는 인사들이다. 이들도 참모 시절, 입이 무겁고 조용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유명했다.

대선 캠프에서 일하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전격 발탁된 정의용 실장도 비슷한 스타일이다. 작년 문재인 정부 출범 때 여권에선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의 안보실장 발탁을 예견하는 이들이 많았다. 문 특보는 거침없는 언변으로 문 대통령에게 자주 직설적인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조용한 외교관'으로 통하는 정 실장을 선택했다.

내각에서는 유은혜 교육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문 대통령이 신뢰하는 스타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교육 전문성 논란이 있는 유 장관에게 중책을 맡긴 것도 남의 말을 경청하고 조용하게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교육부 장관의 특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여권 관계자는 "참모 스타일을 다양한 활동을 하며 활기차게 자기주장을 펴는 '강아지형(型)'과 조용히 일 처리를 하는 '고양이형'으로 분류한다면, 문 대통령 참모들은 대부분 '고양이형'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정치인이 되기 전에는 변호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 참모로서 남 이야기를 잘 듣고 소리 없이 움직이는 유형이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대학 친구인 박종환 자유총연맹 총재는 "문 대통령은 학창 시절 밤새 술을 마시면서도 조용히 친구들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는 스타일이었다"고 했다.

이런 문 대통령의 참모 유형에서 예외적 인물은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양정철 전 비서관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다 외향적이고 활발한 스타일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임 실장의 경우, 폭넓은 인적 네트워크와 조정·소통 능력으로 문 대통령을 보좌하기 때문에 높은 점수를 딴 것 같다"고 했다. 양 전 비서관은 오랜 측근으로 단순한 참모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조선일보 A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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