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남북 비행금지구역 확대 합의에 반대"

전현석 기자
입력 2018.10.19 03:03

韓美 공습 훈련구역, 확대된 비행금지 구역과 대부분 겹쳐
주한미군 "北기갑부대·장사정포 대응력 약화" 우리 軍에 항의

9·19 군사합의에 따라 최전방 비행금지구역이 확대되면서 전방에서 북한 지상군과 장사정포 공격에 대비한 한·미 공군의 공습 훈련을 못 하게 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주한미군 측은 해당 훈련 차질에 대해 우리 군 당국에 강한 항의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이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실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한·미 공군은 전방에서 근접항공지원(CAS) 훈련과 대(對)화력전(ATK 또는 X-ATK) 훈련을 실시해 왔다. CAS훈련은 유사시 우리 지상군을 지원하기 위해 전차, 장갑차 등 북한 기갑부대를 전투기로 파괴하는 것이며, ATK훈련 등은 방사포(다연장로켓) 등 북한 장사정포를 정밀 폭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CAS훈련 구역은 군사분계선(MDL)으로부터 구역에 따라 27~54㎞ 사이에 설정돼 있다. 다만, MDL로부터 9㎞까지 설정된 현재 비행금지구역은 제외된다. ATK훈련도 마찬가지지만 훈련 구역은 CAS보다 더 광범위하다.

이런 가운데 남북은 지난달 19일 체결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서 내달 1일부터 비행금지구역을 확대 시행키로 했다. 전투기 등 군용기의 경우 서부지역은 MDL로부터 20㎞까지, 동부지역은 40㎞까지 비행을 할 수 없다. CAS훈련의 경우 구역이 새로 설정된 비행금지구역과 거의 겹치기 때문에 앞으로 현재와 같은 훈련을 할 수 없다. ATK훈련도 전방 지역에선 불가능해진다.

이에 대해 미측은 우리 군 당국에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고 한다. 정찰기 활동에 제한이 생길뿐더러 공습 훈련 제한으로 인해 유사시 북한 기갑전력 기습과 장사정포 대응이 약화된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이날 영국 로이터통신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남북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해 반대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육군 전력의 70%를 전방지역에 배치해 놨다. 또 군사분계선 10㎞ 이내에 서울 등 수도권을 노리는 북한 장사정포(170㎜ 자주포·240㎜ 방사포) 350여문이 있다. 미군이 수도권 대부분 부대를 평택으로 옮기면서도 한강 이북인 경기도 동두천에 210포병(화력)여단을 남겨둔 건 이 같은 장사정포 전력에 맞서기 위해서였다.

우리 공군은 CAS훈련 구역을 새 비행금지구역 이남으로 조정하려고 하지만, 주한미군은 이에 합의해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우리 군 당국이 미군 측에 비행금지구역 확대에 대해 여러 차례 동의를 구했지만 미측이 여전히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백승주 의원은 "전방 공습 훈련 약화는 적 도발 의지를 사전에 좌절시키는 전략적 우위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예비역 장성 모임인 성우회(회장 유삼남)는 "평화수역은 북방한계선(NLL)을 남북 간 해상경계선으로 합의하고 최소한 등거리·등면적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면서 9·19 군사합의 내용을 비판했다. 성우회는 입장문에서 "서해 NLL 일대 평화수역과 관련해 남북군사공동위에서 '구체적인 경계선을 협의하여 확정'하기로 한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비행금지구역 확대와 관련해선 "우리 군의 감시정찰 능력 등 전투력 운용을 크게 제한하는 합의"라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A6면
3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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