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文대통령 친서·경협 카드 들고 北으로

이민석 기자
입력 2018.09.05 03:01

대북특사단, 오늘 공군 2호기 타고 서해 직항로 통해 방북

5일 오전 평양으로 출발하는 대북(對北) 특별 사절단은 북한에 통일경제특구 설치,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 구상 등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신(新)경제 지도 구상'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 절차에 나서도록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이 경협을 가속하고, 이를 통해 남북 모두 경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선 북한 비핵화 이행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김정은 위원장을 설득하겠다"고 했다. 특사단은 이런 문 대통령의 구상을 담은 친서(親書)도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정의용(오른쪽)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4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외교안보장관 회의에 참석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대북 특사로 5일 함께 방북(訪北)한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남북 관계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은 한반도 평화 정착에 중대한 시점이며, 이는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가는 것"이라며 "남북 관계 개선이 한반도 비핵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9월 남북 정상회담이) 남북 관계 개선은 물론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합의사항 이행과 향후 대화 등을 위해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했다.

미국은 그동안 철도 연결 등 경협이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가 북한 비핵화보다 앞서는 것은 곤란하다며 속도 조절을 주문해 왔다. 한·미 정상 모두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덕담을 나눴지만, 남북 관계에 무게를 둔 문 대통령에 비해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합의 이행을 강조한 것이다. 두 정상 간 무게중심이 다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사단은 귀국 직후 미국으로 건너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특사단의 또 다른 임무 중 하나는 김정은의 의중을 직접 듣는 것"이라며 "김정은 육성(肉聲)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9월 하순 유엔 총회를 계기로 만날 가능성이 크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등 5명으로 구성된 특사단은 공군 2호기로 서해 직항로를 타고 평양으로 간다. 특사단은 이날 북한과 3차 남북 정상회담 일정을 확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정상회담 준비에 필요한 시간 등을 고려하면 이달 17~21일 2박 3일 동안 열릴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와 함께 특사단은 문 대통령이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과 8·15 경축사에서 언급했던 대로 경협을 통해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이를 기초로 미·북 대화와 비핵화 문제를 이끌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에 전달할 경협안으로는 우리 기술·자본과 북한 노동력을 결합한 경제특구 설치가 대표적이다. 검토되고 있는 부지 규모도 1600만㎡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 사업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파주 LCD 클러스터 조성, 철원 평화산업단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런 논의를 이번 정상회담의 의제로 담는 것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또 특사단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추진도 다시 제안할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은 '판문점 선언'에서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 군사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기로 했다. 대북 소식통은 "서해협력지대 등 판문점 합의 이행 과정을 점검하고 후속 계획을 논의하는 것이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한반도의 완벽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체제를 구축하고, 그 토대 위에서 한반도 경제 공동체라는 신경제 지도를 그리겠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청와대는 그간 '경협은 비핵화 이후 가능하다'고 했지만, 최근엔 경협 추진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유도한다는 적극적 입장으로 선회했다"고 했다. 이해찬 대표가 이날 비핵화·경협 동시 추진을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남북 관계와 미·북 비핵화 협상의 엇박자 우려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비핵화 문제에서 북한의 전향적 입장을 끌어내기 위해 '당근'을 제시한다는 뜻이지 대북 제재를 넘어 경협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조선일보 A5면
3일의 약속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