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과거 발언 계속 꺼내드는 미국 "비핵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수 기자
입력 2018.08.30 03:01

한국에 불신 커지는 미국
北석탄 반입, 개성 연락사무소 등 민감 사안 처리과정서 불만 가중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28일(현지 시각) 정례브리핑에서 9월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질문을 받고 "문재인 대통령이 과거 '(북한) 비핵화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 것을 상기시키겠다. 그는 이에 대해 매우 명확했다"고 말했다.

기자의 질문은 '문 대통령이 다음 달 평양에서 김정은을 만날 예정인데, 이 만남의 취소를 요청할 것이냐'였는데, 답은 문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거론한 것이다. 외교가에선 문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내세워 사실상 '비핵화에 기여할 자신이 없으면 평양에 가지 말라'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미 국방부는 우리 정부와 상의 없이 '앞으로 한·미 훈련 중단은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측은 "미국과 사전 논의는 없었다"고 했다. 한·미 훈련과 같은 군사 사안을 미 국방장관이 일방적으로 밝히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불신이 쌓였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의 당초 설명과 달리 북한이 비핵화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남북 관계가 '과속' 조짐을 보이자 여러 경로를 통해 불편한 속내를 표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산으로 둔갑한 북한산 석탄의 한국 밀반입, 개성공단 내 남북 공동 연락사무소 개설 등의 사안을 처리하는 한국 정부의 태도가 미국 정부의 '제재 기류'와 어긋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두 사안 모두 제재 위반 소지가 커 안보리 제재위원회나 미국 정부의 조언과 유권해석이 필요했다"며 "그런데 한국 정부는 '제재 위반이 아니다'는 판단을 고수해 미국을 난감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외교가에선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미국 조야(朝野)의 우려가 급격히 커진 계기가 문 대통령의 8·15 경축사라는 말이 나온다. 당시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 발전은 북·미 관계 진전의 부수적 효과가 아니다"고 했다. 북·미 관계는 비핵화 문제와 밀접히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없더라도 남북 관계는 진전시키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정부와 (대북 정책을) 함께하는 데 큰 문제가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는 미 언론 보도, 미 정부 주변에서 "문재인 정부가 미국 동의 없이 대북 지원에 나설 경우 한국을 제재할 준비가 돼 있다"는 발언 등이 잇따라 나왔다.

전직 외교부 관리는 "미 행정부 인사들이 문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자꾸 언급하는 게 불안하다"고 했다. 나워트 대변인 말고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4월 판문점 정상회담 때) 1년 내 북한 비핵화를 제안했고, 김정은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소개했다. 이 전직 관리는 "한국이 약속한 북한 비핵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책임을 묻겠다는 얘기처럼 들린다"고 했다.

조선일보 A3면
말모이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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