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정포를 후방으로 뺄 수 있다는 北… 떠보기냐 진심이냐

이용수 기자
입력 2018.06.18 03:00

DMZ 인근에 포 1000여문 배치… 국방부는 "논의된 바가 없다"

북한이 지난 14일 열린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비무장지대(DMZ) 부근에 집중 배치한 장사정포를 후방으로 빼는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이번) 회담에서 장사정포 후방 배치와 관련하여 논의된 바가 없다"고 부인했지만, 남북회담 사정에 밝은 군 소식통은 "원론적 차원이긴 하지만 북측이 먼저 언급했다"고 말했다.

수도권을 위협하는 강력한 재래식 무기인 장사정포가 후방으로 철수할 경우 군사적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북측이 이 문제를 언급한 배경과 의도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북한 특유의 남(南) 떠보기나 흔들기"라는 분석과 함께 "북한이 미사일 전력을 유지한 채 한·미 포병 전력의 후방 배치를 대가로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유사시 우리 군 대응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016년 3월 보도한 북한군 장사정포 발사 훈련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은 DMZ 인근 전방에 약 1000문의 각종 포를 배치해 놓았다. 이 중 사거리 54㎞의 170㎜ 자주포 6개 대대와 사거리 60㎞의 240㎜ 방사포 10여 개 대대 소속 330여 문이 수도권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장사정포는 갱도 진지 속에 있다가 발사 때만 잠시 밖으로 나오기 때문에 타격이 쉽지 않다. 북한의 이번 제안은 '군사적 긴장 상태 완화와 전쟁 위협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판문점 선언 이행 의미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미·북 정상회담의 모멘텀을 이어가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북한이 아무 조건 없이 장사정포 후방 배치를 언급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상호주의'를 내세워 한·미 대응 전력의 후방 철수를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 장사정포에 맞서 우리 군은 K-9 자주포와 신형 다연장로켓 천무 등을, 주한미군은 다연장로켓(MLRS)과 전술지대지 미사일(ATACMS) 등을 배치해 놓았다.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평화 수역화를 관철하기 위해 '장사정포 카드'를 내밀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은 "오히려 한·미 포병이 후방으로 빠지면 유사시 최전방 방어선이 사라져 버린다"고 말했다. 북한 입장에서 손해 볼 것 없는 제안이란 것이다.

우리 측은 북한의 제안을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북의 의도를 면밀히 분석해 후속 회담에서 이 문제를 다룰 방침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 A1면
말모이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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