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참전용사들, 사진 선물 받고 '내 인생이 자랑스럽다'며 기뻐해"

전현석 기자
입력 2018.06.06 03:01

참전용사 찍는 사진작가 라미 현, 8개국 100여명 촬영해 직접 선물

사진작가 라미 현(Rami Hyun·39·본명 현효제·사진)씨는 최근 영국에 있는 6·25 참전용사에게 '항의 이메일'을 받았다. "당신이 찍어서 보내준 사진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는 내용이었다. "첫째 아들과 둘째 아들이 내 사진을 가지겠다고 서로 싸우네요. 한 장 더 보내줄 수 있습니까?"

현씨는 2016년부터 해외 6·25 참전용사 사진을 찍어왔다. 해외 참전용사들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주로 찍었는데, 이제는 촬영을 위해 직접 해외로 나간다. 지금까지 미국·영국·캐나다·프랑스·태국·터키·에티오피아·이탈리아 등 8개국 100여 명의 6·25 참전용사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모든 경비는 후원금이나 자비로 충당한다.

현씨는 5일 본지 인터뷰에서 "6·25 참전용사는 대한민국이 기억해야 할 살아 있는 역사"라며 "이분들을 제가 사진으로 기록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했다.

현씨는 원래 군인 사진으로 유명하다. 2013년부터 한국군 장병과 6·25 참전용사 약 5000명을 촬영했다. "장병 대다수가 가족에게 보여줄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없다는 얘기를 듣고 시작한 일"이라고 한다. 현씨는 이렇게 촬영한 사진을 모아 2016년 전시회를 열었는데, 관람객 중에 미국 6·25 참전용사 2명도 있었다.

현씨는 "두 분의 참전기를 듣고 우리가 이분들 덕분에 존재한다는 걸 깨달았다"며 "그때부터 해외 6·25 참전용사도 찍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사진작가 라미 현이 2017년 12월 영국 런던 근교의 버지니아워터에서 촬영한 영국 6·25 참전용사들.이미지 크게보기
사진작가 라미 현이 2017년 12월 영국 런던 근교의 버지니아워터에서 촬영한 영국 6·25 참전용사들. /라미 현 제공
그는 참전용사 사진 촬영을 위해 영국 런던에 5번,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1번 다녀왔다. 참전용사가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고, 건강 등의 문제로 한 번에 다 모을 수 없어서 여러 번 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 번 촬영한 곳은 꼭 다시 찾아간다. A3 크기로 인화한 사진을 액자에 담아 참전용사에게 직접 선물하기 때문이다.

"사실 부담이 되죠. 모든 경비를 제가 마련해야 하니까요. 하지만 제 사진을 선물 받고 '6·25에 참전한 내 인생이 자랑스럽다'고 기뻐하시는 참전용사분들이 계속 생각나서 그만둘 수 없어요."

그는 오는 9일 푸에르토리코로 출국한다. "6·25 때 푸에르토리코 장병 6만1000명이 미군 소속으로 참전했다고 합니다. 그중 750여 명이 전사했고, 2300명이 부상당했습니다. 이 같은 역사를 더 많이 사진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조선일보 A28면
3일의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