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 따라가기 힘든 분들을 위한 용어 공부

구성=뉴스큐레이션팀 정영민
입력 2016.11.04 08:13 수정 2016.11.07 09:02

최순실 사태 이후 정치권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소식들이 나오고 있다. 조금만 흐름을 놓쳐버리면 현재 상황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린다. 요즘 정치인들이 하는 얘기는 뭔지, 왜 싸우는지, 정치뉴스 따라가기 힘든 사람들을 위한 예습 자료를 준비했다.

거국내각과 책임총리제도의 가장 큰 차이는 대통령에게 주어지는 권한 정도에 있다. 두 제도 모두 헌법상에 명시된 '법률 용어'는 아니지만, 과거부터 대통령 리더십의 공백이 생길 때마다 거론됐다.

거국내각(擧國內閣)은 중립내각이라고도 한다. 특정한 정당이나 정파를 배경으로 하지 않는 내각이다. 국무총리를 비롯해 여야가 각각 추천하는 인물들로 내각이 꾸려져 남은 임기 동안 국정을 수행하게 된다. 대통령의 권한인 '총리·국무위원 인사권'이 사라지며 내각 중심으로 국정이 운영되기 때문에, 사실상 대통령이 2선으로 물러나는 것과 같다.

레임덕 때마다 거론됐지만, 한 번도 실행된 적 없어

우리 정치사에서 거국내각과 가장 유사한 형태로 꼽히는 건 1992년 노태우 정부 때 출범한 '현승종 내각'이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충남 연기군수의 관건선거 폭로 등으로 위기에 처하자, 한림대 총장이던 현승종 박사를 총리로 임명하고 거국내각을 선포했다. 거국내각 선포 직전 노태우 대통령의 지지율은 12%에 불과했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10%대까지 떨어지는 등 매우 비슷한 상황이지만, 당시는 노태우 정부의 임기가 2개월밖에 남지 않았었다는 큰 차이가 있다. 때문에 현승종 내각은 주로 대선 관리에만 집중했다. 또한 대통령이 총리를 직접 골라 임명했기 때문에, 현재 거론되는 거국내각과는 다르다.

이후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에서도 거국내각이 논의됐지만, 여야 이견으로 인해 실제 실현되지는 못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아들의 비리 의혹으로, 노무현 대통령은 선거 비리 의혹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친척과 측근 비리 의혹으로 인해 각각 거국내각 상황에 놓이게 됐다.

책임총리(責任總理) 제도는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을 총리가 나눠 갖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 국무총리는 국정의 2인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임명·해임권을 가진 대통령 앞에서 권한을 행사하기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 이에 헌법에 국무총리의 권한으로 보장된 국무위원 제청권과 각료해임 건의권 등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책임총리제다.

역대 책임총리로 꼽히는 인물들

이회창·김종필·이해찬 전 총리. /조선DB

과거 정권에서 '책임총리'의 역할을 한 국무총리로는 김영삼 정부의 이회창, 김대중 정부의 김종필, 노무현 정부의 이해찬이 꼽힌다. 이중 이회창 총리는 책임총리제도의 한계가 드러난 사례다. 헌법에 명시된 총리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려다 대통령과 사사건건 부딪쳤고, 결국 4개월 만에 물러났기 때문이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이회창 총리의 행동에 부담을 느껴 해임하려 하자 "허수아비 총리는 안 하겠다"며 스스로 사표를 냈다.

김대중 정부는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통해 탄생한 뒤,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총리의 '공동정부' 성격이 강했다. 때문에 김종필 전 총리는 각료들의 인사권을 비롯해 '대통령을 보좌'하는 것을 넘어선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다. 노무현 정부의 이해찬 총리 역시 대통령과 국정 운영을 나눠 맡은 책임총리였다. 노무현 정부의 기조가 분권형 국정 운영이었으며,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016년 상황은...

거국내각을 먼저 제안한 건 문재인·안철수·박원순 등 야권 인사들이었다. 그런데 그간 박 대통령에 "국정에서 손 떼라"며 거국내각을 주장한 야권 인사들이, 새누리당이 이 주장을 받아들이자 갑자기 정반대로 입장을 바꿨다. "최순실 사건의 진실 규명이 먼저"라는 명분이다. 그러나 민주당과 국민의당 주류들은 "무너져가는 정권에 발 담그기 싫다"는 쪽인 것으로 알려진다. ▶기사 더보기

이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2일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국무총리로 내정한 개각을 단행했다. 이에 대해 야 3당은 개각 철회를 요구하며 인사청문회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제2의 최순실 내각을 만들었다"며 반발했다. ▶ 기사 더보기

특별검사(特別檢事) 제도는 고위 공직자의 비리나 위법 혐의가 있을 때 기존의 검사가 아닌 독립된 변호사에게 수사를 담당하도록 하는 제도다. 권력으로부터 수사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목적이다. 특별검사의 임명 절차와 수사 기간 등에 따라 별도특검과 상설특검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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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특검과 상설특검을 비교한 표.

별도특검은 지금까지 행해진 특검의 형태다. 별도특검과 상설특검의 가장 큰 차이는 특별검사 임명 절차에서 찾을 수 있다. 별도특검의 경우 국회에서 추천된 특별검사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형태다. 통상 법조경력 15년 이상의 변호사가 선정된다. 활동기간이나 인력구성은 사안에 따라 여야 합의를 거쳐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별검사는 검사가 갖는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고 검찰의 수사기록을 수집·검토할 수 있지만, 사건과 직접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만 수사가 가능하다.

1999년 도입 이후 11차례 특검 시행

특검은 지금까지 총 11번 시행됐다.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1999) ▷옷로비 사건(1999) ▷이용호 게이트(2001) ▷대북송금(2003)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2004) ▷철도공사 유전개발(2005) ▷삼성 비자금(2008) ▷BBK 의혹(2008) ▷스폰서 검사(2010) ▷디도스(2012) ▷이명박 정부의 내곡동 사저 의혹(2012)이 각각 그것이다.

특검은 한 번 시행하는 데 수십억 비용이 들지만, 그에 비해 성과가 미미해 낭비라는 지적이 대체로 많다. 과거 특검에서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2004), 유전개발 의혹(2005), BBK 의혹(2008), 디도스(2012) 등의 사건 관련자들은 대부분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상설특검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로, 2014년 2월 국회에서 통과됐다. 필요할 때마다 특검법을 만든 뒤 특별검사를 임명해야 하는 별도특검과 달리, 따로 법안을 발의하지 않고 국회 의결로 특검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특별검사는 법무부 차관 등으로 구성된 특검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2명 중 대통령이 1명을 골라 임명한다. 특검 기간도 여야 합의로 연장이 가능한 별도특검과 달리, 110일로 한정돼 있다. 그중에서도 앞 20일은 수사 준비 기간이며, 뒤 30일은 대통령의 승인이 있어야 연장 가능한 기간이다.

아직 나오지 않은 '1호 상설특검'

상설특검은 도입된 지 3년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 한 번도 시행되지 않았다. 가장 최근인 10월 초,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 3당이 '백남기 상설특검'을 하자며 수사 요구안을 제출한 바 있다. 이들은 "새누리당이 특검을 반대하니 기존 제도 내에서 가능한 방법을 생각했다"며 상설특검 요구 이유를 밝혔다. 특검 요구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법사위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며, 의결을 통해 실행될 수 있다.

2016년 상황은...

여야는 27일부터 '최순실 특검'을 위한 협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특검 방식과 수사대상에 있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특검법을 제정해야 하는 별도특검은 시간이 오래 걸리니 신속하게 발동할 수 있는 상설특검을 하자"고 주장한다. 이에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대통령이 특별검사를 고를 수 있는 상설특검은 옳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느냐를 놓고도 여야 견해차가 크다. ▶기사 더보기

긴급체포(緊急逮捕)는 중대한 범죄혐의가 있는 피의자를 영장 없이 우선 체포하는 것을 말한다. 긴급체포가 행해지려면 범죄의 중대성, 긴급체포의 필요성, 긴급한 사유 세 가지의 요건을 만족해야 한다. 피의자가 사형·무기징역·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할 만큼 중대한 죄를 저지른 사실이 의심될 때, 증거인멸이나 도망의 우려가 있을 때,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안 되는 상황이 모두 충족되면 긴급체포를 할 수 있다. 만약 긴급체포 후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발부받지 못하면 피의자는 즉시 석방된다.

'극도의 불안감' 최순실, 긴급체포돼 독방 수감

지난 31일 오후, 최순실이 마침내 국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외투에 벙거지 모자, 안경, 스카프 차림으로 서울중앙지검에 나타난 최순실은 당초 대국민사과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다. 그러나 취재진과 시위대에 떠밀려 모자와 안경까지 잃은 채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최씨의 프라다 신발 한 쪽이 벗겨지기도 했다.

검찰 조사를 받던 최순실은 저녁식사로 곰탕 한 그릇을 거의 비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황장애 약도 복용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11시 57분 경 "최씨가 극도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보이고 있다"며 "석방할 경우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최순실을 긴급 체포했다. 긴급체포된 최순실은 1.9평 크기의 구치소 독방에 수감됐다. ▶기사 더보기

한편, 검찰은 2일 오후 최순실에게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 사기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안종범 청와대 전 수석과는 공범 관계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단, 배임 및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 중"이라고 했다. ▶기사 더보기

비선 실세(秘線實勢)란 비선, 즉 비밀로 관계가 맺어진 인물이나 단체 중 실제 권력자를 가리킨다. '선(線)'은 흔히 'OO의 라인이다'라고 말할 때의 그 라인을 뜻하는 말이다. '비선'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이미 정상적인 절차와 체계를 벗어났다는 의미다. 비선 실세는 최순실 사태가 터지며 가장 많이 언론에 등장한 용어인데, 과거 정권에서도 종종 나왔다. '만사형통'으로 통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의원과 '소통령'이라 불린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씨가 대표적이다. 조선시대에도 무당 진령군이라는 비선실세가 있었다.

무당에 홀려 굿 하다 국고 바닥낸 명성황후

무녀 진령군이 명성황후의 총애를 받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1882년 임오군란이었다. 분노한 군인들을 피해 궁을 도망쳐 나온 명성황후에게 한 무녀가 찾아가 "꿈에 중전이 나왔다"고 한 것이다. 그러면서 몇 달 뒤 궁으로 돌아가면 좋다고 예언했는데 실제로 그 말이 맞아 떨어졌다. 이후 명성황후는 그 무녀를 궁에 데리고 갔고 그녀를 '진령군'에 봉했으며 그 아들까지 관직에 앉혔다.

진령군 모자(母子)의 위세는 날로 커져 멋대로 인사권을 휘두르며 국정에 개입했다. 조정의 고위 관리들이 이들에게 줄을 대려 의남매를 맺는 일도 벌어졌다. 진령군은 특히 수시로 굿을 열어 막대한 재산을 챙겼는데, 명성황후는 그녀의 말이라면 모두 다 들어주었으며 나중에는 조정이 파산할 때까지 굿에 막대한 비용을 들였다고 한다. 조선 말 비선실세로 횡포를 부리던 진령군은 1895년 을미사변으로 명성황후가 시해당하자 본인도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샤머니즘(Shamanism)은 초자연적인 존재와 직접 접촉·소통하여 예언 등을 행하는 종교적 현상이다. '샤먼'은 실제로 신령이나 정령을 만나는 주술자를 뜻한다. 우리나라 말로는 무속(巫俗)신앙이라 하며, 이를 행하는 샤먼은 박수(남성)·무당(여성)이라고 부른다. 최근 등장한 '샤머니즘' 용어는 최순실의 부친인 최태민 목사가 사이비 종교에 관련된 것에 빗대어 비꼬는 의도로 사용된다. 최태민 목사는 40여 년 전 박근혜 대통령에게 "꿈에서 육영수 여사를 보았다"며 접근한 것으로 알려진다.

"샤머니즘적 숭배와 관련된 스캔들이 한국 대통령을 위협"

주요 외신들은 최순실의 국정 개입 의혹이 샤머니즘적 주술과 연관되어 있다고 잇따라 보도했다. 미국의 공영방송 NPR은 "최순실은 마치 꼭두각시를 조종하듯 막후에서 왕의 권위를 누렸다"며 "그는 샤머니즘적 예언자다"라고 보도했다. NPR은 최태민 목사에 대해서도 "사이비 종교의 교주이며 수차례 개종하고 7번 개명, 6번 결혼했다"고 언급했다.

미 AP통신 등은 최순실을 '한국판 라스푸틴'이라고도 했는데, 라스푸틴은 19세기 말~20세기 초 제정 러시아의 군주를 허수아비로 만들었던 파계 성직자다. ▶기사 더보기



최순실 사태는 이제 각종 의혹이 난무하는 단계를 넘어, 불거진 의혹들을 규명하는 단계로 가고 있다. 그와 동시에 혼란스러워진 정국을 바로잡는 수순이 진행되고 있다. 국민들이 직접 수사에 관여하거나 국정을 바로잡을 순 없지만, 목소리를 내는 일은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 나라 돌아가는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 정치인들이 논의하고 있는 대책들은 무엇인지, 또 과거 국가의 비상시국 때는 어땠는지 챙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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