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박근혜 대표 연설문 모처 거치고 나면 '걸레'돼 오더라"

어수웅 기자
입력 2016.10.29 03:00 수정 2016.11.08 10:38

전여옥 前한나라당 대변인

4년 가까이 침묵을 지켰던 전여옥(57) 전 한나라당 의원이 입을 열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시절 대변인으로 '박근혜의 입'이라 불렸지만 2007년 이명박 캠프로 옮기며 '배신의 아이콘'으로 비난받았던 그다. 당시 전 의원은 "박 대표 주변 사람들은 무슨 종교 집단 같다"면서 "대통령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되는 후보라고 생각한다"며 박 캠프에서 물러났다. 그는 지난 27일 만나 "그때 더 외쳤어야 한다는 자괴감이 오늘 들었다"면서 "이번 사태는 보수의 수치도, 진보의 승리도 아닌 대한민국의 전체의 수치"라고 했다.

27일 만난 전여옥 전 한나라당 대변인은 “그때는 박근혜 대표가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정윤회씨에게 전화하는 줄 알았다. 최순실씨가 더 실력자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조인원 기자

―우리는 최순실씨를 대통령으로 모셨던 건가.

"(한숨 쉬며) 2006년인가.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세종시 수도 이전 문제를 국회에서 강행 처리하려고 했다. 열린우리당이 국회 문을 닫아걸고 있으니까 (박근혜) 대표가 얼굴이 파래져 있었다. 한마디로 결정을 못 하는 거다. 하도 어쩔 줄 몰라 하길래 '전화라도 해 보세요'라고 했다. 늘 결정 못 할 때는 어딘가에 전화를 했으니까. 그랬더니 정말 저쪽으로 가서 조용히 전화를 했다. 힘이 쫙 빠지더라."

―최태민씨 이야기도 했나.

"대표 시절 이런 이야기를 내게 한 적이 있다. 꿈에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가 나타났다고. 그리고 어머니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를 밟고 가라. 그리고 어려운 일이 닥치면 최태민 목사와 상의하라'. 귀곡 산장도 아니고. 이게 말이 되나."

―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도 고쳤다는데, 그때는 어땠나.

"(가방 만들었다는) 고영태가 회장(최순실) 취미는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거라 말했을 때 모두 웃었지 않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했고. 하지만 나는 웃지 않았다. 당시에도 그랬으니까. 원고가 '걸레'가 되어 돌아왔다."

―걸레가 되어 돌아왔다니.

"(말을 가다듬으며) 개악(改惡)이 되어 돌아왔다는 뜻이다. 박 대표 시절 비서실장은 유승민 의원이었다. 유 의원이 글을 잘 쓴다. 그런데 유 의원이 쓴 대표 연설문이 모처에 다녀오고 나면 걸레, 아니 개악이 되어 돌아왔다는 뜻이다."

―누가 그랬을까.

"그때는 정호성 비서관이 고치는 줄 알았다. 그 자체도 물론 말이 안 되지. 하극상 아니냐. 대표 비서실장이 쓴 원고를 일개 비서가 고치는 거니까. 그리고 더 이상한 것은 우리가 당에서 만든 대표의 '메시지'말고 다른 곳에서 온 메시지를 자꾸 발표하는 거다. 이번에 보니 다 그게 최순실의 작품이었던 거다."

―대통령은 연설문을 선택하거나 평가하지 않나.

"정당 대표의 연설이 그냥 나가는 게 아니다. 3안 혹은 5안 정도로 선택지를 올린다. 그런데 그때마다 대표는 말이 없다. 그 자리에서 혹 고르게 되면 꼭 A급이 아니라 C급을 고르더라고. 뭐라고 해야 할까. 안목이 없었던 거다." 최근 '흙수저 연금술'이란 재테크 책을 펴낸 전여옥 전 의원은 인터뷰와 별도로 최순실씨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한 기고문을 보내왔다.

기고문 B3면
☞ 스위스 계좌설에 태연했던 朴대표… 10분 뒤 펄펄 뛰며 "野 고소하겠다"



조선일보 B3면
3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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