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말 한마디'

구성=뉴스큐레이션팀 권혜련
입력 2016.08.19 08:03

전기료 누진제, 사드 재배치, 대구공항 이전, 대기업 집단 기준 조정… 올해 해당 부처나 담당기관에서 난색을 표했던 정책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한마디 말로 상황이 바뀌거나 일이 급속도로 진행된 사례를 정리했다.  

전기료 누진세

정부와 새누리당은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주택용 전기료 누진제 구간이 축소되면서 낮은 단계의 요금이 올라가 저소득층의 전기료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논리다. 또 누진제 개편으로 인한 한국전력의 이익 손실에 대해서도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새누리당은 정부에 지난해처럼 주택용 전기료에 대한 한시적 인하를 요구하기도 했지만, 정부는 '쉽지 않다'고 밝혀왔다. ▶기사 더보기

하지만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건의를 받은 박 대통령이 "올해 이상 고온으로 너무 많은 국민들이 힘들어 하시기 때문에 정부에서 좋은 방안이 없을까 검토를 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히자 누진세 개편에 물꼬가 트였다. 일단 당정이 올해 전기요금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지난 7월 부터 오는 9월까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체계을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기사 더보기

사드 재배치

지난 7월 25일 사드 배치로 반발하는 성주군민을 달래기 위해 새누리당 지도부가 나선 가운데 국방부는 줄곧 "사드 배치 부지를 변경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군사적 효용성과 작전 가능성, 비용, 공사 기간 등을 기준으로 판단했을 때 이른바 제3 후보지들은 부적합한 요소가 많이 발견됐다"고 했다. ▶기사 더보기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8월 4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경북 성주 군민의 불안감을 덜어 드리기 위해 성주군에서 추천하는 새로운 지역이 있다면 면밀히 조사하겠다"며 "그 조사 결과를 정확하고 상세하게 군민에게 알리겠다"고 했다. 이에 국방부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성주 지역 내 다른 부지의 가용성 검토를 요청한다면 자체적으로 사드 배치 부지의 평가 기준에 따라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기사 더보기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체계의 핵심요소 중 하나이다. 이러한 사드는 중단거리 탄도미사일로부터 군 병력과 장비, 인구밀집지역, 핵심시설 등을 방어하는데 사용된다. ▶자세히 보기

대구공항 이전

대구공항은 K-2 공군기지와 민간 공항이 활주로를 같이 쓰는 민군(民軍) 겸용 공항이다. 대구 도심에 자리하고 있어 이 지역 국회의원들과 대구시가 줄기차게 K-2 기지 이전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막대한 이전 비용과 군사적 이유 등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 2014년 5월 처음 건의서가 접수된 이후로 내내 움직이지 않았다. ▶기사 더보기

하지만 7월 11일 박 대통령이 "대구공항은 군(K-2 군사공항)과 민간 공항을 통합 이전함으로써 군과 주민들의 기대를 충족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 내에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지방자치단체 및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대구공항 이전이 조속히 될 수 있도록 추진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에 따라 대구 시민들 숙원이었던 대구 시내 군사공항 이전 사업이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국방부는 곧바로 이전 용역 발주를 발표했다. ▶기사 더보기

대기업집단 기준 조정

올 4월 1일자로 벤처기업 카카오·셀트리온은 자산 총액이 5조원을 넘으면서 대기업으로 지정됐다. 공정위는 2008년 시행령 개정을 통해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5조원으로 한 이후 8년간 기준을 바꾸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고속 성장 중인 신생 벤처 기업까지 대기업으로 분류되면서 다른 재벌 그룹과 같은 규제를 받는 것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기사 더보기

대기업집단 지정 자산 기준을 상향하는 건 공정위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하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상향할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경제·사회적 파급 효과가 큰 사안인 만큼 상향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기사 더보기

같은달 26일 박 대통령은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경제 규모도 달라지고 굉장히 변화가 많은 시대에 지정제도를 옛날 그대로 손도 안 대고 가져가겠다는 것은 우리 스스로 경쟁력을 깎아 먹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카카오라든가 (대기업들이) 뭘 좀 해보려고 하는데 대기업으로 떡 지정돼서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하게 되면 누가 더 크려고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틀 뒤 공정위는 대기업 집단의 기준을 8년 만에 5조원 이상에서 10조원으로 올려 현실적으로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기사 더보기

정부 부처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도…

박근혜 대통령이 8·15 경축사를 통해 이른바 '헬조선(우리나라를 지옥과 같다며 비하하는 말)' 풍조를 경계하는 발언을 내놓자 새누리당이 곧바로 중·장기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날 "외국에 나가보면 우리나라만큼 잘사는 나라가 별로 없는데 '헬조선'이라고 하는 것은 상대적 박탈감이 있기 때문"이라며 "정책 마련과 캠페인 등을 통해 이런 분위기를 개선할 대책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절대 바꿀 수 없다"던 정책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바뀌는 것을 보면 국민들은 혼란을 느낀다. 정책의 효과 및 부작용과 가장 직접적으로 닿아있는 이들은 국민들이다. 대통령 눈치보기에 급급해 마련한 정책보다 정확한 분석과 여론을 반영한 행정업무가 필요하다.  

 
3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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