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포털도 인터넷 범죄 책임… 운동장 빌려줬을 뿐이란 자세는 곤란"

강훈 기자 안중현 기자
입력 2013.08.24 04:28 수정 2013.08.25 12:02

[황교안 법무장관 인터뷰] 대담 김홍진 사회부장

-商法 개정안
"재계 입장도 검토해보라 지시"
-국정원 댓글 수사
"검사는 검사의 관점에서, 정치권은 정치적 판단 하는것… 檢판단이 불편 줬다면 아쉬워"
-사회지도층 가석방
"국가 은전이지 권리 아니다"

황교안(黃敎安) 법무부 장관은 23일 본지 인터뷰에서, 대기업 오너 일가의 경영권을 견제하고 소수 주주의 권한을 강화한 상법(商法) 개정안을 두고 재계가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데 대해 "재계의 입장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면서 "현재 유관 부처와 협의하고 각계 의견을 청취하는 입법예고 기간으로, 국민 불편이나 고통이 가중되지 않는 방향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또 "법을 어기면 처벌받고 지키면 행복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게 하기 위해 과거엔 적당히 넘어가던 불법·폭력 시위에 대해서도 반드시 상응하는 조처를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인터넷에 명예훼손 범죄와 사이버 범죄가 만연해 있는데, 포털 사이트에 큰 책임이 있다”면서“포털 사이트들이‘우리는 운동장만 빌려줬을 뿐’이라는 자세에서 벗어나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하고, 정부도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취임 5개월간 역점을 둔 정책은?

"헌법 가치를 지키고, 법질서를 세우며, 법의 문턱을 낮추는 세 가지를 중점으로 노력해왔다."

―헌법 가치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주권주의, 정의구현, 기본권 지키기 이 네 가지가 헌법의 핵심 가치다. 법무·검찰 업무보고 1위에 있던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가 한때 없어진 적도 있었다. 당연하기 때문에 소홀한 측면이 있는데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죽봉시위가 재발하고 불법·폭력 시위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아 선량한 피해자들이 생기고 있다. 대책은 어떤 게 있나?

"법을 어기면 처벌받고 법을 지키면 행복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혀야 하는데 과거엔 범법 행위를 보고도 그냥 넘어가는 일이 많았다. 불법·폭력 시위 가담자에 대해선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의법 조치가 따르도록 하겠다는 게 현 정부 생각이다."

23일 정부과천종합청사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자유민주주의를 핵심으로 하는‘헌법 가치’를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공권력 경시 풍조도 심각하다.

"일선 파출소와 복지 관련 부서 등에서 공권력이 무시당하고 있다는 지적에 공감하고 유감을 표한다. 특별히 복지 공무원에 대해 가해하는 것은 사기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혜택을 받아야 할 서민들에게 피해가 된다. 공무집행방해 사범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사이버 폭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는데.

"국민을 상대로 교육을 강화할 것이고 중대한 범죄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겠다. 벌금형 처벌이 많은데, 유언비어 유포를 통한 명예훼손 행위는 정식으로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 최근 박연차씨 경우에서 보듯 가석방 조건이 엄격해진 느낌이다.

"사회 지도층 등이 범죄를 저질렀다면 가석방 불허 등으로 엄정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 가석방은 국가의 은전이지 (수형자의) 권리가 아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제한하는 게 아니라 개전의 정이 분명한 수형자는 더 빨리 출소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할 생각이다."

―북한은 사이버 전사를 집중적으로 키우고 있다. 반면 우리 쪽에선 종북 세력 등이 너무 자유롭게 활동하고 있는 것 아닌가.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 우려되고, 우리 내부에서도 자유민주체제에 대한 위협 세력의 활동이 오프라인보다 많은 건 사실이다. 헌법 37조 2항을 보면 표현의 자유가 기본권의 하나지만, 국가안전보장, 질서 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나온다. 국민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안보와 사회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에 대해 잘 대처하도록 하겠다."

―국정원에선 종북 세력에 대응하기 위한 인터넷 댓글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북심리전 차원에서 사이버 대응은 필요하다. 대북 심리전 자체가 필요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국정원 댓글 사건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과 실종 사건 등으로 확대됐다. 공안 수사가 오히려 촛불 시위를 불러왔다는 지적이 있다.

"검사들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사건이 왜곡될 수 있다. 검사는 검사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정치권은 정치권의 입장에서 판단하는 것이다. 검사들의 판단이 불편을 줬다면 아쉬운 부분이지만, 검사들이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보진 않는다."

―국정원 댓글 수사에서 내부 갈등이 거론됐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갈등이나 잡음이 법무·검찰에선 없었다고 본다. 외부에서 있었지. 하하하. 하여튼 '쟁(爭)'은 없었다."

―검찰 수사팀이 댓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경찰의 CCTV 녹취록을 왜곡 발표했다는 지적이 있다.

"검사들이 법정에 공개할 것을 왜곡하진 않았을 테지만, 혹시나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면 좀 더 성숙하게 판단했어야 한다."

―댓글 사건을 수사했던 학생운동권 출신 검사가 재판 진행에서 배제됐다는 말이 나오는데.

"수사 검사가 10명쯤 됐고 모두 공소유지에 참여하는 것도 아니지 않으냐. 검찰이 잘 알아서 판단했을 것으로 본다."

―SK사건 재판이 상당히 꼬여 있는데, SK 측에서 주범이라고 주장하는 김원홍씨가 외국에 있는 상황이다.

"빨리 귀국시켜 수사받고 재판받도록 노력하고 있다."

―청와대 비서실장에 검찰 대선배인 김기춘 비서실장이 왔다. 같이 근무한 적 있나?

"김 실장이 검찰총장 재직할 때 대검 연구관으로 있었다. 1998년에 국가보안법 해설이라는 책을 냈는데 당시 총장께서 많은 관심을 표시했다. 국감장에서 그 책을 펴놓고 질문을 하기도 했고. 특별히 가깝지는 않았지만, 악연도 있다. 초원복집 사건 때 공판 검사가 나였다."

조선일보 A6면
말모이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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