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 바보야, 한국이 오지(奧地)야!

최준석·국제문제 전문기자
입력 2008.08.11 22:07 수정 2008.08.11 23:21
최준석·국제문제 전문기자
이집트 카이로에서 중동·아프리카 특파원으로 근무하다 최근 귀국했다. 귀임 인사를 하느라 사람들을 찾아다녔는데 "인도 근무에 이어 오지(奧地)만 다닌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여건이 좋지 않은 곳에서 고생했다'는 격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참 안타까운 얘기이기도 하다. 거대 신흥 시장인 인도와, 아프리카·중동 시장의 전진기지로 얘기되는 이집트를 두고 '오지'라고 하면 뭐라 할 말이 없다.

기자가 1년간 뛰어다닌 중동 및 아프리카 중, 특히 아프리카는 선입견과 크게 달랐다. 수단, 에티오피아, 케냐, 짐바브웨, 남아프리카공화국 같은 나라들은 아프리카 대륙 지도를 놓고 보면 동부 지역에 해당한다. 상상할 수 없는 더위에, 열악한 자연 환경, 교육받지 못한 거친 원주민이 가득한 '저주받은 땅'으로 생각했으나, 현지에 가보니 전혀 아니올시다였다. 자연 환경이 참으로 좋았다.

작년 12월 대통령 선거 이후 폭력 사태 취재를 위해 갔던 케냐. 수도 나이로비 바로 위로 적도가 지나간다. 남위 1도다. 하지만 덥지도 춥지도 않고 연중 온화하다. 평균 기온이 여름철은 30도 미만이고, 겨울철에는 10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다. 해발 1600여m의 고원 지대이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초인플레' 현상과 대통령 선거 취재를 위해 갔던 짐바브웨의 자연 환경 역시 놀라웠다. 온화한 기후에다가, 흰구름이 떠가는 짙푸른 하늘을 보고 있으면 아름다움에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얼마나 살기가 좋으면 백인들이 1980년까지 손에 쥐고 놓아 주지 않으려고 했을까? 영국의 노인들이 선호하는 최고의 은퇴지 중 하나로 꼽힌다고 수도 하라레에서 만난 현지인들은 말했다. 짐바브웨 바로 위에 있는 나라 말라위는 가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다르푸르 난민촌 취재를 위해 수단 수도 하르툼에 갔을 때 만난 한 외교관은 "기후가 한국보다 좋아 은퇴하면 그곳에서 살 생각"이라고 했다. 에티오피아에서 산 적이 있는 한 한국인은 "에티오피아가 최고"라고 말했다.

이들 지역에는 중국인들이 바글바글했다. 아프리카 대륙 53개국마다 수만 명이 몰려들어 '인해전술식'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그들은 하르툼에서는 석유를 캐느라 바빴고, 나이로비에는 국책은행까지 진출해 중국인 비즈니스를 지원하고 있었다. 하라레에서는 광물을 캐고 밀 재배와 양돈(養豚) 등 농업 비즈니스까지 벌이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이집트만 봐도 이 지역에 들이는 공이 어느 정도인지 놀라울 정도다. 세계적인 이집트 관광지 룩소르에 근사한 관광 안내소 건물을 지난해 지어줬으며, 카이로의 대피라미드 인근에는 새 국립박물관을 곧 착공할 예정으로 있다. 일본의 이집트학 전문가들이 나일강변 고대 유물 발굴을 위해 이집트 사막을 헤매고 다닌 지 이미 수십 년 됐고, 이들은 이집트의 고대 채석장 정보까지 웹사이트에 체계화해 놓고 있다. 정보를 수집하는 기자들의 숫자도 많아, 중앙 일간지는 물론이고 홋카이도 신문 등 지방지까지 카이로에 특파원을 20명 넘게 두고 있다.

바깥 세상에서 보면 아시아의 동쪽 끝자락에 있으면서 국제사회에서 잘 화제도 되지 않는 한국이 '오지'다. 인도와 이집트가 아니다. 그런데도 '우물 안'에 사는 우리는 그걸 잘 모른다. 우리의 세계관은 미국과, 중국, 일본 범주에 머무르고 있다. 이걸 확 깨고 나가야, 새로운 길이 우리 앞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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