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자연 성비(性比)' 회복

김동섭 논설위원 김도원
입력 2008.08.06 21:59 수정 2008.08.06 23:01

인천 사는 31세 주부 김씨는 5대 독자 남편과 결혼해 3년 터울로 딸만 둘을 낳았다. 시어머니는 대물림할 아들이 꼭 있어야 한다며 '아들 일곱 낳은 과부의 속옷'까지 구해다 입혔다. 셋째를 임신한 김씨는 우울증에 걸려 술을 입에 댔고 신경안정제로 잠을 청해야 했다. 결국 셋째도 딸을 낳았고 그녀는 더욱 구박이 심해진 시어머니를 살해했다. 아들 선호가 빚은 1990년대 한 가정의 비극이다.


▶1980년대 초반부터 산부인과에 보급된 초음파 기계로 태아의 성(性)을 감별하고 낙태로 아들 골라 낳는 일이 잦아졌다. 1990년엔 여아 100명당 남아 수, 이른바 성비(性比)가 116.5까지 올라갔다. 셋째부터는 아들 골라 낳기가 극성을 부려 1993년 셋째 성비가 202.1, 넷째 성비는 235.2를 기록했다. 이런 현상은 유교의식이 유난히 강했던 영남에서 더 두드러졌다. 1988년 서울 성비가 110일 때 대구는 134.5, 경북은 125.2였다.


통계청이 작년에 태어난 아이들의 성비가 106.1로 25년 만에 자연상태를 회복했다고 발표했다. 자연 성비는 아무런 인위적 요인이 가해지지 않았을 때 예상되는 출산 성비로, 남자가 여자보다 3~7명 더 태어나는 103~107이다. 남아선호가 누그러진 끝에 거의 사라졌다는 얘기다. 영남도 달라졌다. 대구가 105.8로 서울 106.1보다 오히려 낮고 경북도 106.8명으로 서울과 비슷하다.

▶요즘엔 "딸이 더 좋다"는 우스개 시리즈가 유행이다. "딸 둘 가진 여자는 비행기에서 죽는다"고 한다. 두 딸이 해외여행을 하도 자주 보내주기 때문이란다. 아들 둘 둔 여자는 길바닥에서 죽는다. 이 아들도 저 아들도 밀쳐내니 길가를 헤매다 객사한다는 것이다. 딸 둘에 아들 하나면 금메달, 딸만 둘이면 은메달, 딸 하나 아들 하나면 동메달, 아들 둘이면 '목매달'이라고 한다.


▶2006년 국정홍보처의 '한국인 의식·가치관' 조사만 봐도 생활비를 어떻게 쓸지를 아내가 결정하는 경우가 59%로, 남편 12.9%나 공동 결정 28.1%보다 훨씬 높았다. 여자들의 입김이 바깥 사회활동에서도 갈수록 세지고 있다. '신(新) 모계사회'가 왔다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딸이 노부모를 훨씬 더 살갑게 잘 모신다는 건 이제 상식도 못 된다. 아들 둘 둔 부모를 겨냥한 노후 보험상품이 나오면 꽤 인기를 끌 것 같다.

말모이100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