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리콜 사태 ‘내탓’인가 ‘네탓’인가

남승우 기자
입력 2007.09.06 01:51

美 장난감회사 마텔, 또 80만개 회수令
FT “하도급 가격 인하·납기 압박 때문”
일부선 “무명업체 제작이 문제” 지적도

중국산 제품의 안전 논란에 끝이 안 보인다. ‘바비 인형’ 생산으로 유명한 미국 완구업체 마텔은 중국 하도급업체가 생산한 제품 가운데 납 페인트 성분이 과다 함유된 장난감 80여만 개를 리콜(recall·물품 회수)한다고 5일 발표했다. 마텔의 중국산 리콜은 이번이 세 번째다. 인형과 애완동물 사료, 치약, 사탕 등 온갖 중국산 제품이 안전문제 시비에 휘말리면서 다채로운 원인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값인하 압력받는 中업체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태의 책임 일부가 중국의 공장들에 있다고 5일 보도했다. 이들이 납기를 맞추려고 품질 기준을 경시(輕視)한 채 속전속결로 생산을 한 결과라는 것. 그러나 하도급을 준 다국적 기업들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FT는 이들이 하도급업체들에 납품 가격을 낮추라고 지나치게 압박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산업 관련 컨설턴트인 데인 차모로(Chamorro)는 “하도급업체들은 소비자와 발주업체로부터 값을 내리라는 압력을 거세게 받는다”며 “이 때문에 중국 제조업자들이 값싼 대체 재료를 쓰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의 한 직물공장 사장은 “월마트 같은 기업들은 우리 처지는 아랑곳 않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만 밀어붙인다”고 했다.

◆19세기 환경에서 만든 21세기 제품

다국적 기업들의 제품이 단속과 관리가 허술한 나라들에서 제작되는 현실도 문제다. 베이징 소재 경제연구기관인 ‘드레고노믹스’의 아서 크뢰버(Kroeber) 관리이사는 “지금은 21세기를 사는 한 국가의 소비자들이 19세기적 환경에서 작업하는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물건을 사는 상황”이라며 “규제 수준이 낮을 대로 낮은 곳으로 모든 걸 옮기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무명(無名)의 하도급 업체들이 유명 업체 제품을 만드는 현실을 사태의 주 원인으로 꼽았다. 중국 완구업체 ‘리다’의 장수훙(張樹鴻) 사장은 지난달 마텔이 자신의 회사를 리콜의 ‘주범’으로 지목한 직후 자살했다. 장 사장은 죽기 전 “재(再)하도급을 준 업자가 납 성분이 든 페인트를 쓴 게 문제인데도, 내가 죄를 뒤집어썼다”고 억울해했다.

◆“논란 과장됐다” 불만도

중국 업자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중국 소재 다국적회사들과 일하는 홍콩의 무역 하도급회사 ‘리&펑’의 윌리엄 펑(Fung) 관리이사는 “일부 제품과 제조업자들만의 문제인데도 논란이 과장됐다”며 “이게 중국의 문제라면, 다른 어느 나라에 인형 제작 하도급을 줄 건가? 중국은 세계 최고의 인형 공장들을 갖고 있지 않으냐”고 반박했다.

한편,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이 선진국 소비자들 달래기에는 골몰하면서도, 아시아의 이웃나라들에는 고압적 자세로 일관하는 이중성을 보인다고 5일 지적했다. 중국은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이 자국산 제품의 안전을 문제 삼아 경고 조치를 내릴 경우, “관리 기준을 중국과 같게 바꾸라”고 강요하거나 보복성 무역규제 조치를 내려 해당국들의 불만을 산다고 WP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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