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 뭐가 달라질까

입력 2002.12.20 00:39 수정 2002.12.20 00:39

수도이전 논의 본격화…韓-美관계 변화 예상
성장-분배 조화…재벌 규제정책 당분간 유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19일 밤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全基炳기자 gibong@chosun.com
노무현(盧武鉉) 정부에서 우리 사회는 모든 분야에 걸쳐서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노 당선자 공약을 중심으로 분야별로 예상되는
변화를 살펴보았다.

◆ 정치

3김 시대가 완전히 끝나면서 전혀 새로운 정치 시스템이 형성될
전망이다. 노 당선자는 낡은 정치 청산과 지역주의 극복과 국민통합의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변화는 가장 먼저 민주당에서 시작될 것 같다. 노 당선자는 “선거가
끝나면 국민에게 새 정치를 주도할 정치세력의 정비를 제안해 본격적인
정치개혁과 민주당 개혁에 착수할 것이며, 취임 전에 가시적인 성과를
끌어내겠다”고 말하고 있다. 노 당선자는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재창당이나 신당을 포함한 민주당의 대개혁을 공언해 놓고 있다.

노 당선자는 이와 함께 당의 문호 전면 개방과, “기존 정당의 벽과
한계를 허물고, 보다 폭넓게 많은 인재들을 포함하는 대개혁을 할
것”이라고 말해 정계개편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노 당선자는 또 “당선과 동시에 낡은 정치 청산에 나서겠다”며 “우리
정치를 왜곡시켜온 지역주의 장벽을 허물고, 동서화합으로 국민통합의
새로운 시대, 부정부패 없는 깨끗한 정부, 진정한 국민참여의 시대를
여는 정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새 정치에서
비선정치·측근정치는 배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행정수도 이전도 공약했다. 취임 직후 대통령 직속으로
민관합동으로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를 설치해 행정수도 건설
10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1년 내에 건설 계획 및 입지선정을 완료하고
2003년 말까지 입지선정 보고서를 제출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입지선정
후에는 2~3년 내 토지매입 및 보상작업을 마치고 임기 내에 부지조성과
인프라 구축, 정부청사 착공 등 가시적인 조치를 끝내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수도권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돼 실제 이행과정에선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노 당선자는 정몽준 대표의 지지 철회선언에도 불구하고 “공조합의는
국민에 대한 약속”이라며 “앞으로 정 대표와 대화를 통해, 되도록
공조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5년간
국정운영 공조를 약속하며 “국정전반에 공동책임을 지고 초당적
국정운영을 통해 함께 정치개혁을 추진하며, 정례 대화와 정례
당정협의회를 개최한다”고 합의했었다.

노 당선자는 “차기 대통령 임기 내에 국민의 뜻을 모아 권력구조개편을
위한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고, 국민통합21과의
합의에서 분권형 대통령제를 17대 국회 말에 발의키로 합의했었다. 노
당선자는 개헌 전까지는 현행 헌법하에서 ‘책임총리제’를 엄격히
시행하고, 2004년 총선에서 다수당에 총리 지명권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노 당선자는 이 밖에 국회의원 선거구제 중대선거구제로 전환 총선
정당명부제 도입 감사원 권한과 기능의 국회 이관 당정 분리 상향식
공천과 국민경선제 정착 공직선거 후보자와 고위 공직자의 재산형성
과정 소명 대통령 친인척 및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다룰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설치 인사청문회 대상 확대 5년 시한의 특검제
상설화 등 굵직굵직한 공약을 했다.

노 당선자는 또 ‘지방분권특별법’을 제정해 자치권을 확대하고,
중앙정부의 권한을 획기적으로 지방에 이양하겠다고 공약했다.

◆ 통일·외교

노 당선자 앞에는 당장 북핵이라는 큰 현안이 놓여 있다. 노 당선자는
“북한이 핵시설 동결을 해제한 것은 대단히 위험하고 모험적인
것”이라며 “여러 파장을 낳을 수 있고 국제적으로 고립을 자초하는
것이므로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김정일(金正日) 위원장과 부시 대통령을 차례로 만나 포괄적인
해결대책을 찾아나가겠다”고 밝혔다. 노 당선자는 또 남북정상회담을
정례화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노 당선자는 북한의 변화는 남측의
노력을 통해 유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점에서 현 정부의 ‘햇볕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관계도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노 당선자는 ‘당당하고 자주적인
외교’라는 표현을 즐겨 쓰면서 “다른 정치인들처럼 미국에 굽실굽실
않겠다”고 말해 왔다. 노 당선자는 또 “SOFA(주둔군지위협정)가 담고
있는 여러 가지 불리, 불평등한 조항들을 앞으로 해소해나가겠다”고
공약했다.

노 당선자는 또 18일 “용산 미군기지도 빨리 비워야 한다”며 “용산
미군기지 이전에 10조원이 든다는데 정부는 당장 10조원을 써서라도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해 실제로 추진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노 당선자는 “핵 위기를 해결하고 남북한 평화를 정착시키면 동북아에
평화와 번영의 시대가 온다”며 “한국을 새로운 동북아시대의
중추(hub)국가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노 당선자는 군복무기간에 대해 “1차적으로 일반 현역병의 복무기간을
(현행 26개월에서) 24개월로 단축하고 점진적으로 22개월까지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 경제

경제 분야에서는 성장과 분배의 조화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재벌개혁을 통해 공정한 시스템을 구축해 해마다 7%의 고도성장을
이루며 재임 중 250만개 일자리를 창출해 국민 70% 중산층 시대를
열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노 당선자는 “재벌개혁 등 시장의 공정성과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해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따라서 총액출자제한제, 계열회사
간 상호출자·채무보증 금지 등 핵심적 재벌규제 제도는 당분간
유지하고, 증권 부문 집단소송제도는 조기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기업의 부당거래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만 고발권을 갖는
‘전속고발권제’ 폐지, 공정거래 당국이 법원에 대기업계열 금융회사의
분리를 청구할 수 있게 하는 ‘계열분리청구제도’ 도입도 주장하고
있다.

노 당선자는 상속·증여세제를 현재의 ‘열거주의’에서
‘완전포괄주의’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국민통합21과
정책조율과정에서 ‘유형별 포괄주의’로 전환해 어떤 정책을 실행할지
주목된다.

노 당선자는 노사정위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주5일제 근무
도입은 노사 간 합의를 기다리기보다 우선 제도를 도입한 후 문제점을
보완해나가자는 입장이다. 노 당선자는 비정규직 차별임금 해소에도
의지를 갖고 있으며, 철도·가스·전력 등 공기업 민영화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빈부격차 해소책으로 종업원지주제와 집단적
성과급제 등 자산재분배 정책과 종합토지세 과표의 매년 3~5%포인트 인상
등을 내놓았다.

◆ 교육·사회·문화

노 당선자는 “새 대한민국은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땀흘린 만큼
잘사는 나라, 특권과 반칙이 통하지 않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또 학벌사회를 강력 비판하면서 실력으로 평가받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으며, “병역기피, 탈세, 재산해외도피 등 특권층의
반사회적 부정행위를 근절하겠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현행 고교평준화 정책의 기조 유지를 공약했으며, 자립형
사립고 확대는 학벌사회를 부추길 것이라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특성화고와 특수목적고를 확대하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노 당선자는 또 방과후 교육 활성화, 학급당 학생수 축소 등 공교육
내실화 방안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 교육의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학비 감면을 확대하고, 장애인이나 중도탈락자,
여성 등을 위한 교육기회를 확대해 나가는 등 적극적 차별 시정정책도
공약하고 있다.

노 당선자는 “서울대가 오늘날 입시문제, 학벌사회, 연고주의라는 사회
병폐를 만드는 학교 서열화의 정점에 있다”며 서울대 개혁을 공약하고
있다.

노 당선자는 또 교육부를 개혁해 교육행정의 분권화와 자율화를
추진하고, 학교운영위의 권한과 기능의 강화에도 의지를 갖고 있다.
대학입시제도도 원칙적으로 학생 선발 방식과 시기, 정원을 대학이 자율
결정토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있다.

복지 분야에서 노 당선자는 사회적 연대 원칙에 따른 국가 책임을
강조하면서 ‘참여복지시대’를 선언했다. 이를 위해 복지예산을
2007년까지 GDP대비 14~15%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쟁점현안인 건강보험 통합에 대해서는 직장과 지역보험의 재정통합에
찬성하고, 의약분업은 문제가 있더라도 보완하면 된다는 입장이며,
진료수가 총액예산제를 도입해 건강보험의 재정안정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현행 단일체계를 유지하고 보육 및 모성보호는 유아
보육료의 50% 국가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노 당선자는 또 학벌·여성·장애인·비정규직·외국인을 ‘5대 차별시정
대상’으로 정해 ‘사회적 차별금지·시정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공약했고, 호주제를 폐지해 양성평등의 가족제도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문화분야에서는 청와대 일대를 서울의 대표적인 역사, 생태, 문화
공간으로 조성해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는 공약이 눈에 띄고, 영화분야
스크린쿼터제를 유지하겠다고 공약했다. 노 당선자는 또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철저히 보장하며 경영의 투명성 강화를 통해 언론산업 선진화를
이루겠다고 공약했다.
3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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