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 기약없는 결렬] 김정일 답방 사실상 물건너가

입력 2001.11.14 19:44
## 北 당분간 관계진전 의사 없는듯…"원점서 재검토할 때" ##

지난 9일부터 북한 금강산에서 진행된 6차 남북 장관급회담이 차기 회담
일정도 잡지 못한 채 14일 결렬됨에 따라, 앞으로 남북관계는 장기간
경색될 전망이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도
불가능해졌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서울은 불안한 곳이라며 회담도 할 수 없고 이산가족
방문단도 보내지 못하겠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펼친 점과, 장기화되는
미국의 대 테러 전쟁, 우리의 내년 대선 일정 등을 감안할 때, 내년에도
김 위원장의 답방이 성사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지적, 대북
정책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그동안의 대북 저자세 정책들이 김 위원장의 답방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측면이 많았던 만큼, 차제에 이를 바로잡고
국민적 합의를 모아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장관급회담은 그동안 남북한 간 ‘6·15 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총괄
협의체의 역할을 해왔다. 북한이 이런 장관급회담을 아무런 합의사항
없이 결렬시키고, 회담장에서나 회담이 끝난 후 우리 측을 강경한 어조로
비판해온 것은 남북관계를 더이상 진전시킬 생각이 없음을 내비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지난 3월부터 6개월간 당국대화가
중단됐을 때와도 다른 상황으로, 남북관계가 작년 6월 남북 정상회담
이전으로 되돌아갈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장 이산가족
4차 교환방문과 경협추진위원회 2차 회의, 금강산 관광 활성화를 위한
2차 당국회담, 경의선 복원과 도로연결 및 개성공단 조성 등 각종
남북경협 사업의 일정이 불투명해지게 됐다.

이번 회담이 결렬된 것은 표면적으로는 ‘남한 내 비상경계조치’에 대한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북측은 이 조치가
북을 겨냥한 것이라는 주장하에 회담 초반부터 이 조치가 해제되기
전에는 이산가족 상봉 등을 이행할 수 없다며 강공으로 나왔다.
북측은 남북 경협추진위원회 2차회의와 7차 장관급회담 등 두 당국회담의
시기와 장소문제 협의과정에서도 이 조치를 문제삼는 입장을 보였다.

북측은 두 회담을 모두 금강산에서 하자고 하다가, 7차 장관급회담은
서울로 양보하는 듯했다. 그러나 7차 장관급회담의 ‘시기’를 못박을 수
없다고 했다. 이는 “서울이 안전해지면 가겠다”는 의도가 깔린
발언이다. 또한 북측은 경협추진위원회의 경우, ‘12월 개최’에
동의하면서도 반드시 금강산에서 해야 한다고 고집했다.

그러나 북한이 비상경계조치를 물고늘어진 ‘속뜻’은 따로 있다는
지적이 많다. 우선 금강산 관광대가를 제때 받지 못한 데 따른 불만
표시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이 ‘현대의 요청으로’ 지난 9월 6개월
만에 당국대화를 재개해 이산가족 상봉 등에 합의하고도,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이나, 모든 당국회담 장소로 금강산을 고집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미국의 아프간 공격으로 시작된 ‘대테러전쟁’ 국면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국제적 상황에서, 남한의 대북지원도 예전
같지 않다고 판단, 남북관계를 더이상 진전시키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
같다는 분석들이다. 서울·평양을 한사코 회담 장소로 삼지 않으려는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는 분석이다.
3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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