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고율 상속세, 韓 재벌 위협”

이재은 기자
입력 2020.01.14 22:38 수정 2020.01.15 00:55
FT "한국의 상속세, 세계 최고 수준"
"상속세 감당 못해 기업 팔고 해외로 떠나는 기업도 등장"
상위 25대 기업, 상속세만 24조1800억원 지급해야

한국의 고율 상속세가 재벌 기업을 위협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FT는 한국의 재벌 기업이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된 국가를 성장시키면서 부와 권력을 쌓았으나,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상속세 때문에 최근 위기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한국의 상속세율은 최고 50%인데 대주주의 경영권 승계에 대해선 할증(30%)이 붙어 최고 65%까지 높아진다. 상위 25대 기업이 내야 하는 상속세만 210억달러(약 24조1800억원)에 달한다.

고율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기업을 팔고 해외로 떠나는 이들도 나오는 실정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중년의 한 기업 총수는 FT에 "20년 전 부모님이 기업을 세웠을 때와 비교해 기업가치가 너무 많이 올라 법을 어기지 않고서는 상속세를 내기 어려워졌다"며 "상속세를 내려면 회사를 팔아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일 청와대 주최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년 하례식에 참석했다. / 연합뉴스
이 신문은 한국에서 가장 많은 상속세를 낸 총수로 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을 소개했다. 지난 2018년 경영권을 승계한 구 회장과 남매들은 향후 5년간 9215억원을 내야 한다.

FT는 "한국 대기업 대부분이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내부거래 등 불법행위를 저지른 적이 있다"며 "전문가들은 재벌 총수들이 상속세의 타격을 최소화하면서 경영권을 다음 세대로 넘기기 위해 복잡한 내부 거래를 사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한국 최대 기업인 삼성의 경우 국가기관 등의 면밀한 감시를 받고 있지만, 이들이 상속세를 회피하기 위해 법망을 피해갈 경우 이를 포착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전했다. 올해로 와병 7년째 접어든 이건희 삼성전자(005930)회장의 자녀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남매들도 경영권을 승계하려면 막대한 상속세를 내야한다.

이에 대해 삼성 홍보팀은 FT에 "상속세는 법에 따라 투명하게 납부할 것"이라면서도 "현재 한국의 세금 제도에 대해 논평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속세를 찬성하는 여론도 존재한다고 FT는 전했다. FT는 "재벌 반대론자들은 대기업이 비주력 계열사의 지분이나 자산을 팔아 상속세를 마련할 수 있는 데다 상속세를 5년에 걸쳐 납부할 수 있다는 점을 들면서 상속세 부담이 그리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3일의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