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협회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에 맡겨야"

윤민혁 기자
입력 2020.01.14 15:49 수정 2020.01.14 16:01
정부가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자, 한국게임산업협회가 "법적 규제보단 기존 자율규제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확률형 아이템은 ‘뽑기’처럼 무작위로 얻는 게임 내 재화를 말한다. 주로 현금 결제가 필요하고, 좋은 아이템일수록 등장 확률이 낮아 사행성을 지적받아왔다.

14일 한국게임산업협회는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GSOK)와 함께 서울 강남구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엔스페이스에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위한 세미나’를 열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획득률을 필수적으로 공지하도록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상품 등의 정보제공에 관한 고시’를 개정하고 행정 예고했다.

황성기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 의장이 14일 서울 강남구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엔스페이스에서 열린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위한 세미나’에서 발제하고 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제공
황성기 GSOK 의장(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국내 법인에만 적용됨을 지적했다. 외국 게임사가 국내에서 수익을 거두고 있음에도 같은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 규제가 한국 게임 산업의 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황 의장은 "게임산업은 정보통신기술(ICT)산업 특성상 경직성이 높은 정부 규제가 산업 발전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며 "게임산업은 문화콘텐츠산업으로 강제가 아닌, 자율을 통해 표현의 자유와 공공의 이익을 동시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GSOK은 매월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미준수 게임물을 공개하고 있다. 황 의장은 "기존 자율규제는 단순 자유방임이 아닌, 민간 영역이 정부의 규제 영역에 적극 참여하고 효율성을 추구하는 방식"이라며 "행정의 한계를 극복하고 규제의 신속성, 전문성, 탄력성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강태욱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가 각 상품이 지닌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규율 내용이 추상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강 변호사는 "개정안은 현물형 상품과 비현물형 상품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규율하고 있다"며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은 실물형 랜덤박스와 달리 게임마다 운영 방식이 천차만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자율규제에 나섰음에도 법적규제를 강행하는 것은 ‘필요 최소한도 규제 원칙’에 반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강 변호사는 "규제영향분석서에 의하면 업계 자율규제가 실시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오히려 이미 자율규제가 실시되고 있어 규제의 집행 가능성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만 설명한다"며 "행정 편의주의적인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강 변호사는 "실효성 있는 해결방안 마련을 위해선 이용자·정부·산업계 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정부 부처와 게임업계, 자율 기구 등이 참석하는 범부처 협의체를 구성하고 확률형 아이템 관련 합의점을 찾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게임산업협회는 세미나 이후 △자율규제 기반 와해△이용자 혼란 가중△법적규제 밖의 행위를 조장하는 부작용 발생△국내업체 부담 가중 등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공정위에 제출할 계획이다.

3일의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