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카드수수료 협상 지지부진…금감원 실태조사도 지연

이종현 기자 이윤정 기자
입력 2019.12.03 10:00
올해 초부터 시작된 신용카드회사와 대형가맹점 간 카드수수료 협상이 여전히 끝을 내지 못하고 있다. 카드업계의 ‘4대(통신·유통·자동차·항공) 갑’ 중 하나인 대한항공(003490)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탓이다. 금융당국은 카드사와 대형가맹점 간 수수료 협상이 끝나는 대로 적격비용 원칙을 준수했는지 조사할 예정인데, 대한항공 협상 진도에 따라 해를 넘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삼성·현대·롯데·하나·BC카드는 대한항공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형가맹점과 카드수수료 협상을 완료하거나 잠정 합의를 이루는 등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사마다 상황이 다를 순 있지만, 대한항공만큼은 대부분의 카드사가 협상 중"이라며 "나머지 대형가맹점과의 협상은 사실상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KB국민카드만 "대한항공과 협상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본사 전경. /조선DB
카드사들은 올해 초부터 연매출 500억원 이상 대형가맹점과 카드수수료 인상 관련 협상을 벌여왔다. 금융당국이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마케팅 등 카드 혜택을 많이 가져가는 가맹점일수록 많은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기준을 내세운 데 따른 것이다. 이같은 방침에 따라 카드사들은 대형가맹점에 인상된 수수료를 통보했고, 현대차(005380)등 일부 대형가맹점은 가맹 계약 해지를 검토할 정도로 반발하기도 했다. 이에 카드사들은 당초 제시했던 수수료보다 낮은 수준을 제시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대형가맹점과 합의점을 찾았다.

그러나 대한항공만큼은 협상에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협상에 어려움을 겪었던 다른 대형가맹점의 경우 카드사가 제시한 수수료에 대해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하거나 직접 원하는 수수료 수준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그러나 대한항공은 카드사들이 제시한 수수료에 반대하지만 그렇다고 강경한 반응도 아니어서 협상이 늘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측은 "카드사들과 이견을 좁히고 있는 마무리 단계"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이 속해있는 한진그룹의 내부 사정이 카드수수료 등에 대한 의사 결정을 지연시키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진그룹이 상속과 지배구조 개편 이슈에 휘말리면서 의사 결정이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한진그룹은 지난달 29일 그룹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카드사들은 올해 중 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무작정 협상을 밀어붙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카드사들은 먼저 인상된 카드수수료를 대형가맹점에 적용하고, 향후 협상 결과에 따라 카드수수료가 내려갈 경우 그만큼 초과해 받은 수수료분을 추후 환급해주기로 했다. 협상이 늦게 끝날수록 환급분은 바뀐 회계연도에 적용될 수 있고, 이에 따라 내년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카드업계의 ‘4대 갑’ 중 하나인데다, 카드 마일리지 혜택 등을 위한 필수 사업 파트너인 만큼 카드사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카드사와 대형가맹점 간 수수료 협상이 끝나지 않다보니 금융당국이 연초에 예고한 실태조사 일정 역시 미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대형가맹점이 카드사 대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적격비용 원칙을 준수하지 않고 낮은 수수료를 요구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협상이 끝나고 나면 실태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태조사를 담당하는 금융감독원은 카드사들에게 대형가맹점과의 협상 현황을 주기적으로 보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이 끝나면 바로 실태조사를 나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협상이 모두 마무리가 돼야 실태조사에 나설 수 있지만, 협상은 당사자끼리의 문제인 만큼 당국이 나서 협상을 얼른 끝내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면서도 "해를 넘길 정도로 길게 끌고 갈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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