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이어 홍콩 노선도 줄줄이 감축… 항공사들 울상

최지희 기자
입력 2019.12.03 06:00
탑승객 급감…대한항공·에어부산 등 노선 운휴·축소
홍콩항공, 경영난에 11월 월급 지급 못해 파산 위기

홍콩 민주화 시위가 6개월간 계속되면서 국내외 항공사들이 홍콩 노선을 대폭 줄이고 있다. 홍콩은 쇼핑이나 관광 수요가 많은 곳인 데다, 저비용항공사(LCC)에는 몇 안 되는 동남아 주요 노선 중 하나다. 항공 업계 입장에서는 일본 관광 수요 급감에 이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악재(惡災)가 발생한 셈이다

대한항공은 이달부터 홍콩 노선 축소에 들어갔다. 지난달 인천~홍콩 노선 탑승객은 전년보다 32% 감소한 4만9000여명에 그쳤다. 탑승률도 68%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 감소했다. 수요가 줄어들면서 대한항공은 앞서 홍콩 노선에 배정했던 269석의 기재를 218석으로 교체했다. 진에어는 지난달 24일부터 동계기간이 끝나는 내년 3월 28일까지 홍콩 노선 운항을 정지했다. 진에어 관계자는 "홍콩은 단일 지역이기 때문에 여러 지역을 취항하는 일본만큼 여행객 감소 영향이 큰 것은 아니지만, 수요가 감소 추세인 만큼 홍콩 외 다른 지역에 항공기를 배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홍콩 시민들이 지난 9일 홍콩국제공항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에어부산은 12월 예약 중 탑승률이 저조한 날짜엔 홍콩 노선 운항을 하지 않을 계획이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통상 성수기인 9월엔 탑승객이 늘어나기 마련이지만, 올해 9월은 홍콩 내 상황이 격화돼 오히려 승객이 5000~6000명 가량 승객이 줄었다"고 했다. 티웨이항공은 오는 20일부터 동계기간이 끝나는 내년 3월 28일까지 대구~홍콩 노선을 운휴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상황이 격화되기 전인 지난 8월까진 홍콩 노선 승객 탑승률이 성수기와 비수기를 가리지 않고 80% 이상이었다"며 "가을쯤엔 사태가 진정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대치 상황이 이어지면서 고객이 점점 더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에 운휴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했다.

홍콩은 지난달 8월 말 ‘여행유의’ 지역으로 지정된 후 지난달 15일 ‘여행자제’ 지역으로 상향 조정됐다.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올해 6~10월 인천~홍콩 노선 여객은 123만9093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142만2715명)보다 12.91% 줄었다.

경영난을 겪는 홍콩항공은 39개 노선을 32개로 줄이고 무급휴가와 근무시간 감축을 시행하고 있다. /CNN
홍콩 여행 수요가 감소하자 홍콩에서 두 번째로 큰 항공사인 홍콩항공이 11월 직원 급여를 지급하지 못할 정도의 경영난에 빠졌다. 홍콩 당국은 오는 7일까지 홍콩항공이 재무 상태를 개선하지 않으면 항공사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고 통보하고 나섰다. 국내에선 지난달 15일 외교부가 홍콩을 ‘여행 자제’ 지역으로 지정하자 항공사들은 잇따라 홍콩 노선을 운휴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2일(현지 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홍콩 항공 당국은 이날 홍콩항공에 대해 "재무 상태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번주 내로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 항공사 면허권이 취소될 수 있다고 통보했다. 홍콩항공은 지난달 29일 성명을 내고 경영난으로 전체 직원 3560명 가운데 45%에 해당하는 1600여명의 월급이 연체됐다고 밝혔다. 홍콩항공은 "정치 불안에 따른 여행 수요 감소로 사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며 "비수기인 11월 매출이 크게 줄어 이달 급여 지급에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2006년 설립돼 아시아·북미 지역을 운항하는 홍콩항공은 시위가 격화된 지난 9월부터 39개 운항 노선을 32개로 줄이고, 무급휴가와 근무시간 감축을 시행하면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달부터는 기내에서 영화·드라마 등을 볼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도 중단했다. 홍콩 항공 당국은 이 회사의 경영난이 심각해질 경우 홍콩항공의 항공사 면허를 취소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트래블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