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건조기 리스크'에 빠진 LG... 삼성은 '웃음꽃'

윤민혁 기자
입력 2019.11.22 06:36
LG전자 의류건조기 사태가 사그러들 기미가 안보입니다. 지난 20일 한국소비자원이 "LG전자가 소비자들에게 10만원씩을 지급하라"는 조정안을 내놨지만, 소비자와 LG전자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눈치입니다.

소비자원은 LG전자가 건조기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을 과장 광고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동시에 콘덴서에 쌓인 먼지와 응축수 탓에 피부병 등이 발생했다는 소비자 주장은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소비자와 LG전자 측 손을 절반씩 들어준 셈입니다.

LG전자 트롬 건조기. /LG전자 제공
소비자 모임인 ‘엘지 건조기 결함’ 카페는 여전히 ‘무조건 전액 환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LG전자는 "조정안에 대해 검토한 후 기한 내에 입장을 전달하겠다"지만, 가전업계는 LG전자가 조정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적다는 관측을 내놓습니다.

문제가 된 건조기는 총 145만대가 팔렸습니다. 대당 가격은 모델별로 100~200만원 가량입니다. 1대에 100만원으로만 계산해도 총 환불액이 1조4500억원에 달합니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LG전자 영업이익이 약 2조7000억원이었는데, 한해 영업이익 절반이 넘어서는 금액을 자발적으로 환불한다는 건 현실성이 없다"고 봤습니다.

같은 이유로, 가전업계는 LG전자가 인당 10만원 지급이라는 소비자원 조정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소비자원에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한 소비자는 총 247명이지만, 앞서 소비자원은 "LG전자가 조정결정을 수락하면 모든 소비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도록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145만명에게 10만원을 지급하면 위자료는 1450억원이 됩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원이 콘덴서 먼지·악취와 질병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LG전자가 1450억원에 달하는 위자료를 선뜻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소비자도 LG전자도 조정안에 만족하지 못하니, 결론은 민사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집단소송은 최종 판결까지 3년 이상이 걸리는 경우가 많고, 보상액도 최초 청구액보다 적은 게 보통입니다. LG전자도 이미지 타격을 피할 수 없습니다. 결국 소비자와 LG전자간 ‘치킨게임’이 벌어지게 될 공산이 큽니다.

LG전자가 ‘건조기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와중, 가전 라이벌 삼성전자는 웃음 짓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건조기 사태 이후 기다렸다는 듯 공격적 마케팅을 펼쳤습니다. 공식 유튜브채널에는 LG전자 건조기로 추정되는 제품을 샀다고 자랑하는 여성에게 "건조하면서 고인 물로 열교환기를 자동세척해주는 제품은 열교환기에 먼지 쌓여서 냄새날 수도 있다"고 지적하는 영상을 올렸고, 지난 9월엔 브랜드와 상관없이 건조기를 반납한 후 삼성 건조기를 구매하면 20만원 상당의 혜택을 주기도 했습니다.

삼성전자 제품 배송·설치 담당자들이 지난 7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한 아파트 단지에 건조기 그랑데를 배송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가전업계는 올해 초 LG전자의 국내 건조기 시장 점유율이 70% 이상이었다고 추정합니다. 건조기 사태가 본격화한 후 시장 점유율은 역전됩니다. 삼성전자는 독일 시장조사기관 Gfk 자료를 인용해 지난 7월 국내 건조기 판매량에서 삼성 건조기 ‘그랑데’가 점유율 50%를 넘어섰다고 밝혔습니다. LG전자는 공신력 있는 수치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삼성전자는 올 8월 건조기 판매량이 1월보다 3배 늘었다며 기세등등합니다.

때문에 가전업계 일각에선 최근 양사가 벌이는 ‘TV 전쟁’ 배경에 건조기가 있다는 말도 나옵니다. LG전자가 건조기 시장에서 보이는 삼성전자의 행동을 얄밉게 느껴, TV시장에서 삼성전자 QLED를 ‘저격’하며 반격에 나섰다는 해석입니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두배 이상 앞서던 시장점유율이 반년여만에 역전되는 일은 흔치 않고, 특히나 신(新)가전 대표주자인 건조기 시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LG전자의 타격이 클 것"이라며 "최근 LG전자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건조기 쇼크’ 영향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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