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삼성·LG TV전쟁이 불붙인 '창의적 광고' 경쟁

윤민혁 기자
입력 2019.11.06 06:00
질의응답 형식을 빌리고, 착시를 이용해 단점을 체험케 하는 기법 등 동원

TV를 사이에 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싸움이 치열합니다. TV 기술에서 시작한 설전은 연이은 ‘저격 광고’로 확대됐습니다. LG전자는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결승인 한국시리즈에 광고를 집행하고, 삼성전자는 인스타그램·유튜브 등 온라인을 주 전장(戰場)삼아 ‘디스(힙합 뮤지션들이 서로를 비방하는 행위)전(戰)’을 펼치고 있습니다.

광고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도 독특합니다. 상대방 제품을 직접 거론하지 않으면서도 ‘저격’이라는 점을 깨닫게 합니다. 질문과 답변 형식을 빌리거나, 착시를 이용해 단점을 체험할 수 있게 하는 등 창의적인 기법이 동원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26일 LG전자가 공개한 ‘차원이 다른 LG 올레드 TV 바로알기 - Q&A’편 광고. /LG전자 유튜브 캡처
지난 9월 LED TV를 거론하는 광고로 선제공격에 나선 LG전자는 지난달 26월, 한층 공격적인 내용을 선보였습니다. ‘차원이 다른 LG 올레드 TV 바로알기 - Q&A’편이라는 제목의 이 광고는 질문과 답변(Q&A) 형식으로 삼성전자 TV를 저격합니다. 성우가 질문을 뜻하는 ‘Q’를 강조하며 "Q. LED TV는 왜 두꺼운거죠?"라고 질문하면, 이어 "A. 백라이트가 필요한 LCD TV니까요"라고 답하는 식입니다.

삼성전자 TV 브랜드인 ‘QLED’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QLED를 연상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창의적 광고입니다. 이 광고는 국내 최대의 광고전문사이트 TVCF의 ‘크리에이티브(창의성)’ 순위에서 최근 3개월간 방영된 광고 중 21위를 기록 중입니다. TVCF는 국내 광고인들 대다수가 이용하는 사이트로, 광고인·광고주·일반회원 평가로 순위를 매깁니다.

광고계도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다음은 LG전자 광고에 대한 TVCF 이용자들의 평가입니다. "QLED를 지적하기 위해 질문과 답변 방식을 사용했다. 영리하다", "보통 질의 응답 형식 광고는 제품의 장점을 말하는데, 타 제품 단점을 지적해 이목을 끈다", "차분한 음성과 배경으로 시작하는 분위기가 고급스러워 신뢰가 간다"
삼성전자는 LG전자측 공격에 처음엔 무대응으로 일관했습니다. 그러나 10월 들어선 적극적인 반격으로 전략을 바꿨습니다. 삼성전자는 LG전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가 지닌 문제점인 번인(Burn-in·열화)을 지적합니다. 지난달 23일 삼성전자가 공개한 광고는 파격적입니다. 비판 수위가 아닌, 전달 방식이 새롭습니다.

삼성전자 ‘삼성 QLED TV : 번인체험 로고편’ 광고는 지직거리는 영상으로 시작합니다. "TV 번인현상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못 들어보셨다구요? 지금 '경험'해보세요"라는 문장과 함께 시작된 화면은 곧이어 검은색 바탕에 하얀 원이 그려진 모습으로 전환됩니다. 원 안에선 강렬한 타이포그래피와 함께 "TV번인이란, 큰 맘 먹고 비싸게 산 TV가 채널을 돌렸더니 방송사 로고가 잔상처럼 계속 남아 있는 것"이란 문장이 이어집니다.

그 순간 배경 색상이 반전됩니다. 검은색이던 바탕이 백색으로 변하며 하얀색 원도 사라집니다. 시청자의 눈은 갑작스런 색상 전환에 적응하지 못하고, 하얀색 원이 있던 자리엔 검은 잔상이 남습니다. 실제 화면에선 원이 사라졌지만 시청자는 착시를 느끼는 것입니다. 백색 화면엔 단 한 문장만이 남아 있습니다. "마치 이런 느낌처럼"

‘삼성 QLED TV : 번인체험 로고편’ 광고에서 화면이 반전되는 모습. /삼성전자 유튜브 캡처
영상으로 메시지를 전한다는 기존 광고의 한계를 넘어, 인간 신체구조를 이용해 번인으로 인한 잔상을 ‘체험’할 수 있게 한 아이디어입니다. 광고계는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광고인들은 "멋진 타이포그래피로 초반 광고 몰입도가 높다", "이 현상을 경험해봤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정보 전달에 머물지 않고 소비자가 번인을 경험하게 해주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혁신적이다"는 평가를 내놨습니다. TVCF 크리에이티브 순위는 LG전자보다 높은 10위입니다.

일각에선 양사 광고에 대해 지나친 비방이라는 비판도 내놓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에서 찾기 힘들던 ‘네거티브 광고’의 등장에 신선하다는 반응도 공존합니다. 광고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은 외국과 달리 비방광고에 엄격해, 그동안 광고계 창의성이 제한된 측면이 있었다"며 "국가대표 대기업들이 결전을 벌이니 그룹차원 역량이 집결된 듯한 뛰어난 광고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3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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