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AI 전문 글로벌기업으로 재탄생"... 5G 타고 '脫통신사' 선언

이경탁 기자
입력 2019.10.30 14:53 수정 2019.10.30 15:01
향후 4년간 3천억원 투자, AI 전문인력 1천명 육성
2025년 AI 적용단말 1억대… "KT AI 에브리웨어 목표"


"KT는 통신사가 아닌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확실한 인공지능(AI) 전문기업으로 재탄생 하겠습니다."

이필재 KT 마케팅부문장(부사장)은 3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KT는 "향후 4년간 3000억원을 투자하고, AI 전문인력 1000명을 육성하겠다"면서 AI 전문기업(AI Company)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국내 2위 통신사가 ‘통신’ 대신 ‘AI’를 회사의 핵심 가치로 결정한 것은 파격적 선언이라 볼 수 있다. 중국 1위 인터넷 검색업체 바이두가 AI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한 것처럼 AI를 주력사업으로 전환하는 IT 기업들의 최근 추세를 보여준다.

3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스퀘어에서 열린 AI 컴퍼니 선언 기자간담회에서 KT 마케팅부문장 이필재 부사장이 KT가 AI 컴퍼니로 변신할 것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KT
이 부사장은 "투자액 3000억원은 SW 분야 자체로 따지면 많은 액수로,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해 부족할 수 있지만, KT가 모든 것을 다하지 않는 만큼 적정한 투자라고 생각한다"며 "추후 (차기회장으로) 누가 오더라도 AI에 대한 중요성은 더 커질 수 밖에 없어 AI 전문기업이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T가 이와 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은 통신업 특성상 내수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기업이 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매출이 증가해도 수익 개선 여지가 적다. 동시에 5G(5세대) 세계 첫 상용화로 인해 신(新)서비스를 만들고, 다른 산업과 국가로도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5G에 맞춰 AI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다.

현재 KT는 여러 신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된 성과가 나타난 것이 없다는 평을 듣는다. 이 중 몇 개라도 성공시켜야 하는데 AI가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김채희 KT AI사업단장(상무)이 AI 사업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KT
최근 모든 산업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AI다. AI 역량을 강화하면 어떤 산업에서도 잠재적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에 KT가 AI를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AI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도 기업 브랜드 관리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채희 KT AI 사업단장은 "다음소프트 조사에 따르면 2016년만 해도 AI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무섭다’, ‘막연하다’가 대표적이었지만, 현재 조사에서는 ‘편하다’, ‘될 것 같다’, ‘쉽다’ 등의 긍정적 이미지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 부사장은 "5G가 자리 잡았고 IoT(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여러 사업을 준비해온 만큼 이를 서로 융합하는 도구로서 AI의 비전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집, 사무실, 공장 등 어디에서나 맞춤형 AI 알고리즘을 제공해 ‘KT AI 에브리 웨어(everywhere)’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2025년 AI 적용단말 1억개 "모든 사물과 대화하는 시대가 온다"

KT의 AI 전문기업 선언은 단순한 구호로만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KT는 AI 사업 확대를 위해 AI 스피커 기가지니를 활용한 AI 호텔의 경우 11월 중 필리핀 세부에서 시범 적용을 시작으로 아시아∙중동 지역에서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2017년 1월 말에 첫 선을 보인 KT의 AI 기기 기가지니는 출시 1000여일 만에 국내 AI 스피커 중 최초로 가입자 200만명을 달성했다.


KT 홍보모델들이 KT의 AI 디바이스들을 소개하고 있다. /KT
공장, 보안, 에너지, 고객센터 등에서도 AI를 적용한다. 현재 시범 운영 중인 AI 고객센터를 2020년 본격 선보인다. AI 고객센터는 상담 어시스턴트, 음성기반 고객인식, 고객불만 자동분류 등 기능을 갖췄다.

단순 반복업무를 AI가 대체할 수 있는 AI 업무처리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이 서비스에는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 챗봇, AI 받아쓰기(STT) 기술이 적용된다. KT 사내망에 적용된 마비서, 전대리 등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서비스는 연간 70억원 이상의 비용절감을 이끌었다.

또 KT는 이날 4개 지능 영역에서 20여개의 AI 원천기술을 공개했다. 4개 영역은 △감성∙언어 △영상∙행동 △분석∙판단 △예측∙추론 이다. KT는 20여개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AI 생태계를 주도할 서비스를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AI 엔진 ‘지니’를 탑재한 AI 단말을 2025년 1억개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감성∙언어 영역에서는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목소리를 정확히 인식하고, 여러 사람의 음성을 깨끗하게 분리하는 스피치 세퍼레이션(Speech Separation) 기술, 한 문장만 녹음하면 영어 음성을 만들어주는 영어 개인화 음성합성(English P-TTS) 기술 등을 시연했다. 또한 대화의 질문과 주제를 파악하고, 지식검색을 토대로 간단히 답변하는 문서기계 독해(Machine Reading Comprehension) 기술을 발전시켜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예정이다.

영상∙행동 영역에서는 다양한 상황을 인식하고, 사람처럼 동작과 표정을 표현해주는 기술을 시연했다. 2차원 영상에서 3차원 인체 동작을 예측하는 딥러닝 기반 지모션(G-Motion) 기술 및 움직이는 객체에 영상을 투사하는 기가빔(GiGA Beam) 기술을 결합해 실시간으로 나를 따라 하는 3D 아바타(나바타)를 선보였다.

분석∙판단 영역에서는 막대한 데이터로부터 숨겨진 정보를 찾아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판단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이 기술은 웹페이지를 실시간 분석, 판단해 사용자가 원하는 행동을 수행하는 웹 에이전트를 시연하는 방식으로 소개됐다. KT가 상용화한 ‘닥터로렌(Dr. Lauren)’은 AI가 통신 장애를 분석해 원인을 찾아내고, 이를 빠른 시간에 복구하는 기술이다.

예측∙추론 영역에서는 스스로 상황을 예측 및 분석하고, 이를 추론해 상황에 대한 실시간 조치와 적합한 솔루션을 추천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기가트윈(GiGAtwin)’은 작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가학습으로 실제와 같은 트윈 모델을 생성해 문제해결을 도출하는 기술이다. 이는 서울시 교통신호체계, 빌딩 에너지 등의 최적화에 활용되고 있다.

이 부사장은 "AI는 융합 서비스이니 다른 업종, 산업의 기업들과 동맹을 맺는 것은 좋은 형태"라며 "그러나 KT는 건전한 ICT 생태계를 위해 무조건 시장에서 강한 기업들하고만 협력하는 방법은 지양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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