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탈원전하면서 '원전 수출'하겠다는 정부…업계는 "글쎄"

이재은 기자
입력 2019.09.30 06:00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중단하는 등 탈(脫)원전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정부가 최근 원전 수출을 위한 새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탈원전으로 일감이 끊이고 수출이 막힌 국내 기업을 돕기 위해 원전 수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여전히 ‘탈원전과 원전 수출은 별개’라는 정부 방침에 대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우려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9일 ‘원전 전주기 수출활성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건설 위주였던 원자력발전소 수출을 운전정비, 수명연장, 해체 등 전(全)주기로 확대하고, 중견·중소 기업의 원전 관련 부품·서비스 수출을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합니다.

이번 조치에 대해 중소·중견 원전 기업들은 "병 주고 약 주냐"며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국내에서는 탈원전을 추진하면서 해외 원전 수출을 확대하겠다는 ‘투트랙 전략’은 모순적일 뿐만 아니라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큽니다.

UAE 바라카 원전. /ENEC 홈페이지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 이후 지난 2년간 이렇다 할 수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업계 우려를 증폭시키는 요인입니다. 한국전력(015760)이 추진하던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 사업이 대표적입니다. 전력 판매 가격 산정 방식을 놓고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좌초됐습니다. 현재 중단된 원전 사업이 재개되기까지 2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사업 진출도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사우디는 약 220억달러(약 25조원) 규모의 신규 원전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지난해 7월 사우디는 한국을 포함한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 수주전에 참가한 5개국을 모두 예비사업자로 선정했습니다. 수주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한국이 선정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여기에 현지 정부 관계자가 미국을 사업자로 고려하고 있다는 해외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습니다.

대통령까지 나선 체코 원전 수주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4월 체코 신임 산업부 장관이 "원전 사업에서 중국과 러시아 기업을 배제해선 안 된다"고 밝히면서 한국이 선정될 가능성이 작아졌습니다.

산업부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아직 사업자가 정해지지 않은 신규 원전 사업은 총 23기입니다. 이는 발주국에서 자체적으로 건설하는 77기를 제외한 숫자입니다. 23기를 놓고 한국은 러시아, 중국, 유럽 등과 경쟁해야 합니다. 현재 해외 원전 시장에서는 러시아가 선전하고 있어, 한국이 수주를 따내기 쉽지 않습니다.

산업부가 원전건설을 대체할 사업으로 키워 수출한다는 원전해체 분야도 미래가 불투명합니다. 원전해체를 비롯한 ‘후행핵주기’ 산업은 한국이 전문성을 지닌 원자로 건설 등의 ‘전행핵주기’ 산업 없이는 육성이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입니다. 서로 연결된 분야라 전문가들간 지식 교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원전 업계 한 관계자는 "원자로 건설에서 해체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의 원전 생태계가 마련돼야 원전 해체는 물론 중소형·초소형 원전 등 미래 원전 연구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독자적인 원전해체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하기까지 적게는 수년에서 수십년의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문제는 지난 60년간 원전산업이 축적한 경험과 지식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는 것입니다. 최근 2년간 경험 있는 원전 전문 인력이 대거 이탈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문가 부족으로 지식의 공백이 커지면 미래 원전 개발은 정부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디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일부 의견도 나오는 만큼, 정부의 원전 대체 산업 육성 및 수출활성화 방안이 이른 시일 내로 성과를 내길 기대해봅니다.

3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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