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11, 유일한 혁신은 가격 내린것"

최인준 기자
입력 2019.09.17 03:06

[1년만에 내놓은 신제품에 혹평 세례]

핵심기능 대부분 경쟁사들 모방, 5G·폴더블폰에서도 성과 못내
잡스 사망후 혁신 이끌 인물 없어

"애플은 따라잡기(catchup)만 한다."(CNN)

"매년 같은 수준의 업데이트를 한다."(포브스)

"시대에 뒤처졌다."(월스트리트저널)

지난 10일(현지 시각) 발표한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11'이 시장 기대를 밑돌면서 나온 현지 언론의 혹평들이다. IT(정보기술) 전문가들도 아이폰11을 두고 "기대했던 혁신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일부에선 "(아이폰11의) 가격을 내린 것이 가장 혁신적이었다"는 조롱 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

애플이 1년 만에 야심 차게 내놓은 최신 스마트폰에 비판이 쏟아진 배경에는 최근 수년 동안 쌓인 애플의 '혁신 부재'가 있다. 애플은 과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가리켜 '아이폰을 따라 한 카피캣(복제품)'이라고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거꾸로 삼성·화웨이 등이 애플보다 먼저 새 기능을 내놓고 애플이 이들을 따라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충성도 높은 애플 팬 사이에서조차 "애플 로고 빼면 아이폰을 사야 할 필요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삼성전자와 중국 업체들은 5G(5세대 통신)폰과 폴더블(접을 수 있는)폰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애플이 스마트폰 트렌드를 이끌던 모습도 점점 보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국 따라 하는 애플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발표장에서 "아이폰11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스마트폰"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폰11은 여러 면에서 눈에 띄는 개선보다는 '모방'에 가까운 변화가 더 많았다. 애플은 아이폰11프로 후면에 카메라 렌즈 3개를 탑재했다. 렌즈 3개가 달린 스마트폰은 지난해 3월 화웨이가 이미 선보였다. 삼성전자가 올해 출시한 갤럭시S10(5G 모델)과 노트10+ 후면에는 카메라 4개가 적용됐다.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사진과 영상을 편집해주는 카메라 기능도 구글이 지난해 픽셀3를 발표하며 선보였다.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가 지난 10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 신사옥 내 스티브잡스 극장에서 최신 스마트폰인 ‘아이폰11프로’의 후면 카메라를 설명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애플을 둘러싼 '혁신 부재'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애플은 잡스의 뜻에 따라 2011년 아이폰4S까지 3.5인치 화면을 고집했다. 한 손에 들고 조작하기 편한 크기라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잡스 사망 이후 아이폰은 점점 커졌다. 삼성전자가 화면이 상대적으로 큰 갤럭시노트 시리즈로 세계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자 애플도 '대(大)화면 전략'을 채택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자랑하던 혁신이 사라질수록 향후 사업 전망도 어두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애플은 향후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5G폰'과 '폴더블폰'에서 아직 신제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삼성은 올해 5G가 가능한 갤럭시S10과 노트10을 출시했고, LG전자도 'V50씽큐'를 발표했지만 애플은 이번에도 LTE 버전만 공개했다. 한 IT 전문가는 "삼성, 화웨이는 스마트폰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하드웨어 혁신에 나서고 있지만 애플은 그런 시도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혁신 주도할 인물 사라져

업계에서는 최근 애플이 혁신과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혁신을 주도할 인물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2011년 잡스 사망 이후 회사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쿡 CEO는 제품 혁신보다는 사업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 아이폰 등 애플 주력 제품의 디자인을 총괄해온 조너선 아이브 최고디자인책임자(CDO)도 사임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스마트폰 성능이 상향 평준화돼서 과거와 같은 혁신은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이폰11이 배터리와 속도 면에서 큰 개선이 있었지만 초창기 혁신과 비교하면 파급력이 적었다는 것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다른 기업에 비해 신작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애플이 과거 노키아가 스마트폰을 개발해 시장 반응을 살피던 시기에 '아이폰'을 등장시켜 단숨에 시장을 지배했던 것처럼 5G폰, 폴더블폰에서도 비슷한 일을 벌일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B5면
3일의 약속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