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가계 부담 덜고 거래 숨통 터줄까

허지윤 기자
입력 2019.09.16 10:06
오는 16일 신청이 시작되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비롯해 정부가 새롭게 내놓은 주택금융 지원책을 놓고 주택 수요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보통 금리 인하와 대출 규제 완화는 부동산 경기 부양 카드로 쓰였고, 그에 따라 시장도 반응해왔다. 하지만 이번엔 새 대출상품의 대출 조건을 제한했기 때문에 시장을 띄우기 보다 수요를 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주택 가격과 거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 않고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은 ‘하반기 경제활력 보강 추가 대책’과 ‘주택금융개선방안’으로 변동금리나 준고정금리로 이용 중인 주택담보대출을 연 1.85~2.2% 수준(잠정) 금리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출로 전환할 수 있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내놨다. 또 저신용자를 위한 저금리 대출 지원상품인 햇살론 공급 규모를 기존 2조9000억원에서 3조2000억원으로 3000억원을 늘리는 방안, 무주택자가 수도권을 제외한 미분양 관리지역의 미분양 주택을 매입할 경우 매입 자금을 저리로 지원 받을 수 있는 보금자리론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도 함께 내놨다.

4년 전 정부가 출시한 ‘안심전환대출’은 선착순 마감이다 보니, 출시 첫날부터 대출을 갈아타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큰 혼잡을 빚었다. 사진은 지난 2015년 3월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지점 앞에서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 대출 신청자들. /조선DB
이를 두고 업계에선 신규 금융지원책이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번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은 2015년 한차례 시행했던 안심전환대출과는 달리 대상자의 연소득 기준이 있다. 1인 가구를 포함해 부부합산 연 소득이 8500만원 이하인 1주택자만 신청할 수 있다. 혼인한 지 7년 이내이거나 2자녀 이상 가구의 경우 부부합산 소득 요건이 1억원 이하로 늘어난다. 소득 기준을 충족할 경우 지난 7월 23일 이전에 시가 9억원 이하의 주택에 대한 주담대를 받은 1주택자는 누구든 신청할 수 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9억원 이하 주택, 부부합산소득 8500만원 이하 등 대출 조건 등이 더 완화됐다면 부동산 시장 거래를 자극하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겠지만, 소득과 주거조건 등에서 높은 기준을 둔 데다, 공급 한도도 20조원으로 정해 전체적인 시장에 영향을 주기엔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새 대출 상품이 나온다는 소식이 알려지고 기존 대출과 저울질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형평성을 두고 불만도 잇따르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실거주 목적 주거용 오피스텔도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대상에 포함시켜달라’, ‘고정금리 대출자도 지원 대상에 포함해달라’는 등의 요구가 잇따라 제기됐다. 주택금융조달 방안이 내집 마련의 기회는 물론 가계 부담의 무게와도 직결되는 만큼 수요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진 것이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에 사는 김모씨(38)는 "부부 연소득이 8500만원을 불과 100여만원 차이로 넘긴 데다 자녀도 한 명뿐이라 이번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대상이 못된다"고 토로했다.

크게 뛰어버린 서울 집값과 지역별 수요를 감안하면, 시장의 요구와 공급책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반대로 시장에서는 9억원 이상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거래가 적었던 9억원 미만 구축 아파트 거래에 숨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기대 섞인 관측도 있다.

서울 용산구 문배동 강모 공인중개사는 "서울에 집중된 주택 수요와 서울 집값을 감안하면 서울 거주자들이 대출 혜택을 보기는 쉽지 않은 조건"이라며 "지방과 수도권 변두리 주택 거주자에 한해서나 부채 경감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른 대출상품 조건에 비하면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은 9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서울 지역 거주자들을 어느 정도 배려해줬다고 평가할 수는 있지만, 지원 자격 등 조건이 까다로워 수혜자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KB부동산 8월 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시세의 중간값)은 8억6245만원으로 나타났다. 인천시를 제외한 5개 광역시의 아파트 중위가격은 2억3819만원으로 서울과 6억2426만원 차이가 난다. 기타 지방의 아파트 중위가격은 1억5071만원이다.

주거용 오피스텔은 대출 조건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번 대출 조건은 부동산 등기 상 ‘주택’으로 구분되는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단독주택(다가구주택 포함)만 대상으로,주거용 오피스텔, 근린생활시설, 숙박시설 등은 취급할 수 없다.

이를 두고 청와대 국민청원에 개선을 촉구한 한 청원인은 "아파트를 사기 버거운 서민들은 주거용 오피스텔로 눈높이를 낮추고 있는데, 정작 오피스텔은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에서는 소외됐다"며 실거주 목적 주거용 오피스텔도 대출 대상에 포함시켜달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오피스텔도 대출 대상에 포함할 경우 강남권 고가 오피스텔 거래에 활력이 될 수 있다"며 " 대출을 활용해 오피스텔을 산 뒤 본인이 거주하지 않고 월세를 놓는 식의 편법 가능성도 있어 기준을 풀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임병철 부동산 114리서치팀 차장은 "새 금융지원책으로 사람들이 주거 목적으로 돈을 빌리는 데 조금 수월해지는 측면이 있긴 하나 효과는 한정적일 것"며 "현재 서울은 분양가 상한제 영향으로 재건축 추진 지역의 주택 거래는 줄어들고 신축급 아파트 중심으로만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데, 추석 이후 서울에서 집값이 상대적으로 싼 지역, 서울 강북권 등 곁가지 지역에서 완화한 대출 조건을 통한 내집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은 오는 16일부터 29일까지 2주간 은행 창구나 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으며, 금융위원회는 공급 한도인 20조원을 크게 초과하면 주택가격이 낮은 순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15년에 정부가 출시했던 안심전환대출 1호 상품은 하루 5조원씩 팔려나가면서 20조원 한도가 순식간에 동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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