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소재 국산화 꿈에 불과…탈일본화로 저품질 중국산 수입 늘어날 것"

한동희 기자
입력 2019.08.12 14:57
일본 수출규제를 계기로 제기되는 한국의 부품·소재 산업 탈(脫) 일본화가 국제 자유무역 체계를 어기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는 12일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경제연구원의 '소재·부품산업, 한일 격차의 원인과 경쟁력 강화방안' 세미나에서 "소재부품 경쟁력 강화 논의는 글로벌 무역구조와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시작돼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조선DB
이 교수는 "소재의 수입은 거부하면서 완제품은 수출하겠다는 발상은 자유무역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면서 "한국은 국가간 분업과 협업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무역 체계 선도국가로서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원 부족국가로서 필요 소재를 수입해야 하므로 완벽한 국산화는 꿈에 불과하다"면서 "일본 수출규제의 대상인 고순도 불화수소의 탈일본화는 중국산 저순도 불화수소 또는 형석과 황산 수입의 증가를 의미할 뿐"이라고 했다.

이홍배 동의대 무역학부 교수는 한국의 대일 의존도가 감소하는 추세지만 일본의 고부가가치 기술을 단기간에 대체하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대일 소재부품 적자는 2000년 103억달러에서 2010년 242억달러로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지난해 151억달러로 감소했다"며 "이는 기술격차 감소와 쌍방향 분업구조 정착으로 인한 글로벌 가치사슬의 심화에 따른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일본의 소재부품 산업은 고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의 소재부품 산업은 중기술 개발에 치우쳐있다"며 "10년 안에 한국의 기술 수준이 일본의 99.5%까지 높아져도 남은 0.5% 차이가 일본의 핵심 경쟁력으로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일 소재부품 산업은 자유무역을 통한 무역증대 효과가 한국과 일본에 각각 368억달러, 331억달러로 총 698억달러 규모에 이른다. 한국 소재부품 산업은 전 세계에서 1000억달러 이상의 흑자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일본에선 큰 폭의 적자를 보이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소재부품 산업 격차가 사업 환경(규제)에서 비롯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곽노성 한양대 과학정책학과 특임교수는 화학물질 평가 규제 강도가 일본 미국, 유럽연합(EU), 한국 순으로 한일 간 대비가 극명하다며 "일본과 미국은 신규물질만 신고하지만 한국 화평법은 기존 물질까지 모두 신고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법률 측면에서도 일본 화관법은 화학물질 562종을 관리하지만 한국 화관법은 1940종 이상을 관리하는 등 관리대상이 약 3.5배 차이가 난다"며 "한국은 규제의 주무부처가 환경부인 데 비해 일본은 경제산업성이 주도적 역할을 하며 지난해 제도 개선을 위해 약 1만4000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하고 기업의 애로사항을 청취 및 반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일본의 수출규제로 소재부품 산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대책들이 논의되고 있으나 가장 근본적 해결책은 기업환경 개선을 통한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다"고 말했다.

권 원장은 이어 "R&D(연구개발) 관련 세제 지원 확대 등 혁신역량을 강화하는 정책을 수립하는 동시에 연구계 주 52시간 획일적 적용과 전문연구요원제 감축, 화학물질 규제 등 과학기술 및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논의를 재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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