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세금 장벽 허물자 세계 1위 GDP 국가로"

김성모 기자
입력 2019.07.22 03:13

슈나이더 룩셈부르크 부총리가 꼽은 강소국의 비결

독일과 프랑스, 벨기에에 둘러싸인 인구 60만명의 소국(小國) 룩셈부르크. 국토 면적(2586㎢)이 제주도(1850㎢)의 1.4배에 불과한 이 작은 나라는 그러나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1만4234달러로 세계 1위(IMF 기준)다. 스위스(8만2950달러)는 물론 산유국인 카타르(7만779달러)·UAE(4만771달러)보다 잘산다.

에티엔 슈나이더〈사진〉 룩셈부르크 부총리 겸 경제부 장관은 지난 17일 서울 광화문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강소국의 비결로 '개방'을 첫손에 꼽았다. "19세기까지만 해도 룩셈부르크는 국민 태반이 굶주리는 농업 국가였죠. 19세기 말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룩셈부르크 정부는 국경을 외국에 개방하는 큰 결정을 내렸어요."

슈나이더 부총리는 "개방 경제로 유럽에서 가장 큰 철강회사가 탄생할 수 있었고, 세계에서 인정받는 금융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했다. 1911년 설립된 룩셈부르크 철강회사 '아르베드'는 룩셈부르크와 인근 독일 자르 지방의 철광석, 라인 지방의 석탄을 바탕으로 철강을 생산했다. 이후 프랑스·독일·벨기에 자본을 합치면서 서유럽 최대 철강회사인 아르셀로로 성장했다.

"현재 룩셈부르크엔 프랑스·독일·벨기에 등 이웃 국가에서 20만명이 매일 출퇴근합니다. 175개 국적을 가진 외국인이 전체 인구의 48%를 차지할 정도이지요." 국경을 넘어 출퇴근하는 외국인이 많아 낮 시간엔 인구의 75%가 외국인이라고 한다. 외국인이 많아 룩셈부르크 사람들은 3~4개 언어는 기본으로 쓰고, 다(多)문화도 자연스럽다. "저도 룩셈부르크어·프랑스어·독일어·영어를 하고 이탈리아어도 조금 알아듣습니다." 다국적 기업들과 세계적 금융 회사들이 개방적인 룩셈부르크에 몰리는 이유 중 하나다.

룩셈부르크 부(富)의 또 다른 비결은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신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슈나이더 부총리는 "지난 1000년간 룩셈부르크는 '농업 국가'에서 '산업 국가' '금융 중심국'으로 끊임없이 스스로를 재창조(reinventing)해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1970년대 철강산업이 쇠락기에 접어들자, 경제 위기를 맞은 룩셈부르크는 재빨리 금융 산업 키우기에 나선다. 정부는 금융 산업 육성책으로 주식·채권 거래에서 발생한 자본 이득에 대해선 원천 과세를 면제해주고, 주변국에 비해 낮은 법인세율과 부가가치세율로 다국적 기업을 유치했다. 이베이·스카이프·아마존 같은 다국적 기업의 유럽 본사가 룩셈부르크에 둥지를 튼 이유다.

현재 룩셈부르크는 금융 산업을 넘어 또 다른 도전에 나서고 있다. 바로 우주개발이다. 룩셈부르크는 2016년 지구에서 수천만㎞ 떨어진 우주 소행성에서 희귀 자원을 캐는 계획을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겠다고 유럽 최초로 밝혔다. 우주 광물 탐사에 대한 법적 기반과 투자펀드 등을 만들어 글로벌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다. 슈나이더 부총리는 "룩셈부르크는 작은 나라지만, 우주에서 차지하는 공간은 그 어떤 나라보다도 크다고 자부한다"면서 "우주 산업은 물론 정보통신기술(ICT), 맞춤형 건강관리, 청정 기술, 물류 등을 주력 산업으로 삼고 '산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룩셈부르크와 한국이 닮은 점이 많고 디지털화, 인공지능(AI)·로봇 기술 등이 발전한 한국 기업들과 일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다만 한국 경제의 반도체 의존 현상과 관련해선 "한국도 다양한 분야로 발전을 꾀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조선일보 B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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