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국면에 불붙은 증권사·저축銀의 금리경쟁

안재만 기자
입력 2019.07.15 11:00
한국·NH·KB증권 1.8%, SBI저축銀 2% 보통예금 선보여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도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힘을 얻고 있지만, 일부 증권사와 저축은행은 고금리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NH·KB 등 발행어음 라이선스가 있는 증권사는 수시입출급식 CMA 통장의 금리를 연 1.8%로 책정했고, SBI저축은행이 모바일전용인 사이다뱅크의 보통예금 통장 금리로 연 2%를 제공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NH·KB증권은 금리 인하 시점을 보고 있지만 섣불리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이 1.8%로 치고 나간 뒤 NH투자증권(005940)도 어쩔 수 없이 똑같이 책정했고, KB 또한 지난달 초 똑같이 1.8%로 정했다"면서 "3사 모두 금리가 너무 높다는 것은 알지만, 고객 눈높이가 있기 때문에 낮추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사는 최근 저축은행업계 동향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 SBI저축은행이 모바일로 보통예금 계좌를 개설하면 연 2%의 금리를 지급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SBI저축은행은 내부 전략상 모집된 금액을 밝힐 수 없다고 하지만, 상당한 뭉칫돈이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PB는 "주요 고객 중 한명이 저축은행 계좌이체 방법을 물어왔는데, 그 즉시 수억원의 돈이 빠져나갔다"면서 "전화해보니 고객이 '세입자 전세금이라서 2~3개월 동안 안전하게 굴려야 하는데, 발행어음보다 금리가 높아 저축은행으로 옮겼다'고 했다"고 했다.

증권사는 고객의 유목민 성향(더 높은 수익을 위해 이동하는 성향)이 높은 편이다. 그런데 SBI저축은행은 기준금리가 인하돼도 2.0% 금리는 낮추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어 이탈 규모가 더 확대되지 않을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증권사 사장은 "국민은행이 다시 신한은행을 앞설 수 있었던 것은 저원가성예금(0.1%를 주는 보통예금에 들어있는 돈)이 많기 때문인데, 정작 은행 외 업종은 고금리 경쟁이 벌어지니 큰일"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중소형 저축은행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하며 치고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2021년부터 저축은행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잔액의 비율)을 100% 이하로 관리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특히 연 20% 이상 고금리 대출은 130%의 가중치를 부여할 계획이라 대부업과 유사한 사업 구조를 갖고 있는 중소형 저축은행은 예대율 높이기가 시급한 상황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리경쟁만 하면 공멸할 수도 있다"면서 "다양한 금융상품 제공으로 고객이 증권사를 떠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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