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른 만큼 웃돈, 로또 양산만"…민간 분양가상한제를 향한 불안한 시선

이진혁 기자
입력 2019.07.09 10:47
분양가상한제를 민간 아파트 분양에도 적용하면 과연 집값이 잡힐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사진>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다고 밝히면서 이르면 이달 중 시행령 개정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분양가가 땅값과 기본형 건축비, 토지 매입 이자 등의 가산비용을 넘어설 수 없게 한 제도다. 시장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이를 두고 집값이 폭등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번에는 집값이 잡힐 것이라는 전망이 맞서고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단기적으로는 집값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규제가 풀리면 곧바로 누른 만큼 튀어오르는 ‘용수철 효과’가 나타났다.

◇시장의 반격…분양가 내린 만큼 시장서 웃돈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로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는 수요자들은 과거 사례를 들고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9월 시행됐다. 이후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주택사업 여건이 크게 나빠졌고 주택공급도 급격하게 줄었다. 2007년 30만가구였던 분양승인 실적은 2010년 20만가구까지 쪼그라들었다. 당시에는 집값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는 듯했다.

하지만 정부가 간과한 점이 있다. 집을 사고자 하는 수요가 엄청났다는 것과 분위기가 한번 넘어가면 주택시장을 제어할 수 없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말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사실상 폐지하자 그동안 누적된 수요를 공급량이 견디지 못하고 집값은 급등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30% 넘게 올랐다. ‘강남 불패’를 넘어 ‘서울 불패’라는 말이 등장했다.

분양가상한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시장가격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누른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공급이 축소되면서 신축 아파트가 점점 귀해져 청약시장에 수요자가 몰리고 당첨 가점이 올라가 새 아파트를 분양받기 어려워진다.

시장의 역설은 이때부터 나타난다. 분양가를 통제한다고 해서 시장에서도 같은 가격에 거래되는 건 아니다. 가뜩이나 공급이 없는데 새집이라는 희소성이 두드러지면서 낮아진 분양가와 주변 시세를 넘는 차익에 해당하는 프리미엄(웃돈)이 붙고, 이를 소수인 청약 당첨자가 독점하게 된다.

이런 사례는 수없이 많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시세의 ‘반값’으로 분양한 강남권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전매제한이 풀리고 나서 수억원의 프리미엄이 붙은 사례가 있다. 최근에는 강남구 일원동 개포주공8단지 재건축 ‘디에이치자이 개포’에 3만명의 청약자가 몰리기도 했다. 이 아파트는 최대 6억원의 시세차익이 예상됐다.

정부가 분양가를 내리면 내린 만큼 다시 웃돈이 붙는 셈이다. 그동안 시행사나 시공사가 가져갔던 분양 수익을 계약자가 가져가는 것으로 보면 된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고 나서도 수요가 살아있다면 청약시장에서 집을 구하지 못한 수요자들이 구축 아파트로 몰리며 신축·구축 가릴 것 없이 집값이 치솟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입지가 좋은 서울 강남권부터 시작해 강북 역세권, 경기도 주요 지역에 이런 현상이 번지면서 다시 집값이 들썩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강남과 강북, 역세권과 비역세권, 서울과 수도권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지난해 3월 이른바 시세차익만 수억원에 이르러 ‘로또 아파트’로 불린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자이 개포’ 견본주택을 찾은 방문객들. 이 아파트 청약에는 3만명이 몰렸다. /조선일보DB
◇집값 상승의 고리 끊을까

그렇다고 분양가상한제가 부작용만 있는 건 아니다. 서울과 수도권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강남권 재건축이 타격을 받으면서 집값 상승의 연결 고리가 무너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집값 상승 패턴을 보면 강남 재건축이 오르며 주변 집값을 자극하고, 다시 서울 전역과 수도권 주요 지역으로 퍼지는 양상이었는데, 분양가상한제로 재건축 투자 가치가 큰 폭으로 내리면 나머지 지역도 영향받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을 잡기 위해 수많은 부동산 규제를 쏟아낸 정부의 규제 의지와 미·중 무역갈등, 저성장 국면 등 그다지 좋지 않은 나라 안팎의 경제여건도 주택시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참여정부 시절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부터 분양가가 자율화되기 전인 2014년 말까지 글로벌 금융위기가 겹치며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1.38% 내렸다.

일부 수요자들은 정부가 계속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집값을 안정화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지금은 분위기가 무한정 오를 것 같아 부동산 가치는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부동산 신화’를 믿는 것뿐이지, 집값이 장기적으로 내리는 것이 보이면 심리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시장에 대한 믿음이 꺾이면서 집값이 안정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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