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年 5%… 증권사의 고금리 유혹

이경은 기자
입력 2019.06.04 03:05

주식시장 이탈 자금 붙잡기

글로벌 주식시장이 하락을 거듭해 그로기(강타를 당해 몸을 비틀거리는) 상태에 빠진 투자자들을 붙잡기 위해 금융회사들이 고(高)금리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여유 자금을 매달 차곡차곡 넣는 적립식 상품에 가입하면 최대 연 5%의 수익을 제공하고, 달러 자산을 알차게 운용하려는 투자자에겐 최대 연 3.5%까지 챙겨주는 식이다.

지난달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 소수 의견이 등장하는 등 국내 금융시장에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시장 금리가 계속 하락(채권값 상승)하는 추세여서 고금리 확정 금리 상품에 대한 수요는 계속 커지고 있다. 3일 채권시장에서 3년물 국채 금리는 1.575%로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마경환 MKH글로벌파트너스 대표는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내릴 것이란 예상이 확산되면서 플러스 알파 수익을 찾으려는 자금이 고금리 예금으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면서 "호흡이 긴 자금이라면 장기 국채 투자도 괜찮지만 1~2년 정도를 내다본다면 고금리 특판 상품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증권사 발행어음 5% 시대

"고객에게 주식형 펀드의 '주'자도 쉽게 꺼내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박진환 한국투자증권 부장)

연초에 분위기 좋던 국내 주식시장은 미·중 무역 분쟁 장기화 우려로 기세가 한풀 꺾였다. 올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만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증권사들은 주식형 펀드 환매 자금과 주식시장 이탈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최고 연 5%까지 금리를 끌어올렸다.

KB증권은 개인 신규 고객 5만명을 대상으로 3개월에 연 5%의 특판 금리를 제공하는 발행어음(100만원 한도)을 다음 달까지 판매한다고 3일 밝혔다. 발행어음이란 증권사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1년 이내의 단기 금융 상품을 말한다. 자본금 4조원 이상인 국내 증권사 중에서 금융 당국 허가를 받은 곳(한국투자, NH투자, KB)들만 판매할 수 있다. KB증권은 또 선착순 1만명에 한해 1년에 연 5%를 지급하는 적립식 발행어음(월 50만원 한도)도 판매한다. 올해 발행어음 후발 주자로 시장에 뛰어든 KB증권은 2조원대 발행을 목표로 고금리 경쟁에 합류했다.

앞서 한국투자증권도 온라인(뱅키스) 계좌를 개설한 고객에게 1년에 연 5% 수익을 제공하는 적립식 발행어음(월 50만원 한도)을 선보였다.

발행어음은 은행 예·적금과 유사한 재테크 상품이지만, 발행 주체가 증권사여서 5000만원 한도의 예금자 보호 대상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증권사가 문을 닫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면 원금·이자를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달러 운용할 때도 최대 연 3.5%

달러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달러 운용을 고민하는 투자자를 위한 특판 상품도 속속 나오고 있다. 씨티은행은 3일 3·6·12개월에 연 2.35% 이자를 지급하는 특판 외화 예금을 내놨다. 원화 예금처럼 외화 예금도 예금자 보호 대상이다. 인터넷·모바일 뱅킹을 통해서 100달러 이상의 신규 자금을 넣으면 가입할 수 있다. 다만 오프라인으로 가입하려면 조건이 엄격해진다. 영업점에서 이 상품에 가입하려면 최소 1만달러(약 1200만원) 이상의 신규 자금을 예치해야 한다.

한국투자증권도 이날 1년 동안 달러를 차곡차곡 쌓아갈 수 있는 연 3.5%의 '적립식 퍼스트 외화 발행어음'을 출시했다. 1인당 최소 100달러에서 최대 1000달러까지 정액 적립식으로 가입할 수 있다. 만기 전에 중도 해지는 가능하지만, 약정 금리가 아니라 1.75%의 금리만 제공된다.

신한금융투자도 오는 14일까지 3개월에 연 3% 금리를 제공하는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을 특별 판매한다. RP란 금융회사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되사주는 조건으로 판매하는 채권을 말한다. 예금처럼 만기 시점에 확정 수익률을 지급하지만, 예금자 보호 대상에선 제외된다. 3개월 만기가 지나면 연 1.6% 금리의 수시형 달러 RP로 재투자된다.


조선일보 B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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