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잡아라" 스타트업 쏟아진다

오로라 기자
입력 2018.11.29 03:09

디지털 세대 공략 위한 서비스 잇달아 출시

K팝 동영상 앱(응용 프로그램)인 어메이저는 창업 2년 만에 누적 회원 수 50만을 바라보고 있다. 회원들은 한국을 포함한 121국의 10·20대로, K팝 아이돌 춤을 따라 하는 영상을 공유한다. 변가윤(15)양은 "직접 올린 춤추는 영상에 댓글이 쌓이면 나도 유명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어메이저처럼 Z세대(Generation Z·1995~2005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겨냥한 국내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들이 쏟아지고 있다. Z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인터넷·디지털 기기를 접한 이른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Z세대(646만명) 중 절반 이상(336만명)이 성인이 됐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구매력이 커지는 Z세대를 겨냥해 올해 스타트업 10개 중 3개는 Z세대 관련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하는 Z세대를 선점해 '대박'을 노리는 스타트업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뭐든지 '직접' 하려는 Z세대 취향을 맞추면 '대박'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Z세대의 큰 특성으로 '뭐든지 직접 하려는 태도'를 꼽았다. 인터넷에 익숙하지만 오프라인 체험을 선호하고, 콘텐츠를 직접 제작해 '1인 미디어'도 능숙하게 운영한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플리팝이 1~2개월에 한 번씩 개최하는 벼룩시장 '러블리 마켓'은 지난해 총 거래액 70억원을 돌파했다. 러블리마켓은 Z세대 여학생 전용 시장으로, 10·20대 인기 온라인 쇼핑몰에서만 판매되는 의류·화장품·장신구를 오프라인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해주며 인기를 얻었다. 지난 6월 서울 동대문에서 열린 러블리 마켓에는 이틀간 4만 명이 넘는 여학생이 밀려들었다. 김동화(36) 플리팝 대표는 "온라인 쇼핑몰에 익숙한 Z세대에게 오프라인 마켓은 오히려 '신세계'"라며 "벼룩시장 참여 브랜드 중에는 하루 매출 2000만~4000만원을 찍는 곳도 많다"고 했다.

올 6월 2일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벼룩시장 ‘러블리마켓’에 10대 학생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플리팝

음악 스타트업 뮤즈라이브는 지난해부터 음반 기획사와 협업해 CD처럼 앨범 수록곡을 저장하는 'KIT(키트)'를 제작하고 있다. 키트는 일반 CD 4분의 1 크기의 사각형 저장 매체로, 스마트 기기와 연결하면 앨범 음악을 틀어줄 뿐 아니라 관련 동영상·사진과 같은 정보도 함께 제공해준다. CD플레이어 대신 스마트폰을 갖고 다니는 요즘 젊은 세대들의 맞춤형 앨범인 셈이다. 석철(46) 뮤즈라이브 대표는 "스트리밍(실시간 감상) 앱에 익숙한 10·20대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키트를 사서 소장하는 재미에 빠졌다"며 "올해 KIT 50만 장을 팔고 내년에는 글로벌 시장까지 포함해 200만 장을 팔 계획"이라고 했다.

Z세대들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해 올리게 하는 스타트업도 많다. 스타트업 마이쿤이 운영하는 인터넷 라디오 앱 '스푼'엔 하루에만 1만 개가 넘는 Z세대의 개인 라디오 방송이 올라오고 있다. 이 앱은 출시 2년 만에 글로벌 다운로드 500만을 돌파했다. 동영상 편집 앱 브이로거는 스마트폰으로 찍은 영상에 필터·음악·자막을 쉽게 씌울 수 있게 해준다. 올 1월 출시 후 누적 제작 영상 수 42만을 넘어섰다.

◇정보 직접 만드는 Z세대, 새로운 경영 변수로 부각

해외에서도 10대들이 좋아하는 짧은 동영상 앱이 우후죽순으로 나오고 있다. 중국 바이트댄스의 짧은 동영상 앱 '틱톡'은 전 세계 5억 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다. 10대들의 이탈 현상이 심각해진 페이스북은 이와 경쟁하기 위해 지난달 짧은 동영상 앱 '라쏘'를 출시했고, 중국 텐센트도 지난 7월 비슷한 앱 '웨이스'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Z세대의 등장이 기존 기업들에는 새로운 경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디지털 기술에 익숙한 이들은 정보를 직접 생산하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갑질'과 '성평등' 등 사회문제에 민감하고, 온라인을 통해 불매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친다는 것이다. 허경옥 성신여대 생활문화소비자학과 교수는 "정보를 직접 만들고 퍼뜨리는 Z세대들은 위험 요소일 수도 있지만 상품을 돈 안 들이고 홍보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며 "기존 기업들도 이들의 취향을 파악하는 중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B5면
3일의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