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과속의 역설… 저소득층 취업자 18%가 직장서 밀려나

최종석 기자 이준우 기자
입력 2018.08.24 03:09 수정 2018.08.24 08:16

[거꾸로 간 '소득성장']
중산층 소득도 감소… 상위 20% 소득은 15년만에 두자릿수 증가

최근 1년 새 일자리 증가 폭이 31만개에서 5000개로 줄었다는 '고용 참사'에 이어, 저소득층 소득이 2분기 연속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한 참담한 성적표가 23일 공개됐다. 이날 통계 수치를 본 경제 전문가들은 "예견된 결과지만 경제가 나빠지는 속도가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면서 "정부가 경제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이제 방향을 선회할 때"라고 말하고 있다.

저소득층 소득 참사는 '고용 악화' 때문

문재인 정부는 저소득층의 소득을 끌어올려 소비를 촉진하고 성장을 이끌겠다는 '소득 주도 성장 모델'을 추구해왔다. 하지만 1년 4개월 남짓 이 모델로 경제를 운용한 결과는 참담하다.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저소득층 일자리가 줄어들고, 그 결과 저소득층 소득이 2분기 연속 급감하는 사태를 낳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1분위의 가구당 평균 취업자 수는 지난해 2분기 0.83명에서 올해 2분기 0.68명으로 18%가량 줄었다. 지난 1분기(-8.8%)보다 취업자 감소 폭이 더 커졌다. 한 가구 안에서 일하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1분위의 근로 소득은 1년 전보다 15.9% 감소했다. 2003년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후 최대 낙폭이다. 1분위 가구 중에서도 가구주가 회사에 취직해 있는 '근로자 가구'의 비중은 32.6%로 1년 전(43.2%)보다 10.6%포인트나 감소했다. 저소득층 근로자들이 고용 시장에서 밀려나면서 저소득층 소득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상위 20% 계층의 근로 소득은 12.9% 증가해 2008년 1분기(13.0%)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5분위 가구당 취업자 수는 지난해 2분기 1.99명에서 올해 2.09명으로 5.0% 증가했다. 소득 주도 성장 모델의 목표는 저소득층 중심으로 일자리와 소득을 높이겠다는 것이지만, 정책 효과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상하위 소득 계층 간 소득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빈부 격차는 10년 만에 최악(最惡) 수준으로 악화됐다. 상위 20%의 월소득을 하위 20%의 월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이 5.23배로,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인 2008년 2분기(5.24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단축 영향"

정부는 하위 계층의 소득이 줄어든 요인으로 조선업·자동차 부문 기업 구조조정 등 '경기 부진'과 '인구 고령화'를 들고 있지만 경제 전문가들의 판단은 다르다. 특정 산업 경기 부진과 인구 고령화는 몇 년 전부터 지속된 문제이기 때문에 급작스러운 저소득층 소득 감소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다수 전문가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고용 둔화를 저소득층 소득 악화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사업자들이 최저임금 급등에 따라 인건비 부담이 커지고, 주 52시간 근로제를 지키지 못할 경우 받게 되는 벌칙에 대한 부담감 탓에 고용을 줄이면서, 임시·일용직 근로자들이 속한 저소득층의 평균 가구 소득이 하락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7월 기준으로 임시·일용 근로자가 1년 전보다 각각 10만8000명, 12만4000명 줄었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적 요인이 아니고선 저소득층 소득 감소 원인을 찾기 힘들다. 정책 방향을 완전히 바꿔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저소득층 지원 방안을 차질 없이 추진하면 하반기에는 분배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근로장려금(EITC)의 지급 확대를 골자로 한 저소득층 지원 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22일에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내놨다. 9월부터는 65세 이상 노인층에 지급되는 기초연금이 월 20만원에서25만원으로 오르고, 아동수당(월 10만원)도 새로 지급된다. 내년부터는 근로장려금의 지급 대상이 확대되고, 금액도 늘어난다. 정부 관계자는 "이 같은 조치가 실행되는 3분기부터는 하위 20% 소득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소득 분배가 개선되려면 일자리 상황이 풀려야 하는데 내수 경기가 너무 얼어붙어 있어 하반기에도 분배 상황이 좋아지기 힘들다"며 "내수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수도권 교통망 확충 등 SOC(사회간접자본)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A3면
3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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