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등 떼고나니 막상 쓸 돈이 없다

최규민 기자
입력 2018.08.24 03:09

[거꾸로 간 '소득성장'] 의무지출 금액 17% 치솟아 소득 21%차지… 소비 위축

2분기 가계동향조사에서 드러난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세금, 공적연금, 사회보험, 이자 등 의무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소비지출이 소득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의무 지출이 늘면 명목상 소득이 늘더라도 막상 '쓸 돈'이 없어 소비가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가구의 비(非)소비지출은 지난해 2분기 80만9000원에서 올 2분기 94만2000원으로 16.5% 급증했다. 평균 가계소득(453만5000원)의 20.8%에 해당하는 액수다. 월급 500만원이 명세서에 찍히면 100만원은 곧바로 통장에서 빠져나간다는 의미다.

비소비지출 증가율은 2015년 1.1%, 2016년 0.1%에 그쳤고, 2017년에도 1~3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9%, 2.7%, 3.1% 증감에 그쳐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그런데 지난해 4분기 들어 증가율이 12.5%로 껑충 뛰더니 올해 1분기 19.2%, 2분기 16.5% 등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비소비지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이유는 대출 증가와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 부담 증가, 세금과 4대 보험 지출 증가, 가구 간 이전 지출(경조사비, 가족 간 용돈 등 개인 간에 주고받는 돈) 증가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비소비지출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구 간 이전 지출은 25만78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4% 늘었고, 그다음으로 비중이 높은 경상조세(근로소득세, 재산세 등 계속 반복적으로 내는 세금)는 23.7% 늘었다. 사회보험과 이자 비용도 각각 14.6%, 26.5% 증가했다.

소득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는 비소비지출은 가구의 소비 여력을 줄여 내수 회복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2분기 가계소득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2% 늘었으나, 여기서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여기다 물가상승분까지 감안한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0.1%로 오히려 감소했다.


조선일보 A3면
3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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