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에 구조조정 DNA 이식… '메리츠화재 실험' 성적은?

양모듬 기자
입력 2017.04.24 03:00

직원 4명 중 1명 줄이고 점포도 절반 넘게 통폐합, 상여금도 성적따라 10배 차이
단기순익 늘고 주가 역대 최고

일부 "인원 줄여 수익 는 건 당연… 지나친 성과보상, 조직피로도 높여"

2015년 3월 메리츠화재 사장으로 취임한 김용범 대표는 전 직원에게 '1155일간의 투쟁'이란 책을 나눠줬다. 방만한 경영으로 파산에 이르렀던 일본항공(JAL)이 '아메바 경영'을 도입해 부활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일정 규모로 커지면 여러 개체로 분열하는 단세포생물 아메바처럼 조직을 소집단으로 나누고 직원 모두가 주인 의식을 갖자는 주장이다.

2012년 메리츠종금증권 대표로 재직하면서 구조 조정·파격적인 보상 체계를 도입했던 김 대표가 보험업에도 '지점 통폐합' '인원 감축' '파격 보상'이라는 구조 조정 DNA를 도입했다.

직원 25% 감축, 점포도 절반 통폐합

김 대표는 메리츠화재의 군살을 더는 한편 강력한 성과주의를 도입했다. 2015년 3월, 2016년 6월 두 차례에 걸친 희망퇴직으로 직원을 700명 가까이 감원했다. 직원의 4명 중 1명을 줄인 셈이다. 작년 7월에는 '초대형 점포 전략'을 도입해 전국 12개 지역본부 산하 200여개 본부를 '초대형 점포' 100여개로 통폐합했다.

아낀 인건비로는 전속 설계사 수수료를 높였다. 설계사가 보험 상품을 팔았을 때 받는 수수료를 초회보험료의 800%에서 1000%로 올렸다. 직급이 같은 직원의 연말 상여금도 고과에 따라 10배 가까이 차이 나도록 정비했다. 작년 말에는 정규직 지점장을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사업가형 본부장' 제도를 도입했다. 메리츠화재는 "사업가형 본부장의 경우 자영업자이기 때문에 영업 실적에 따라 수입이 크게 달라진다"며 "처음에는 전환을 내키지 않아 했지만 지금은 전체 본부장의 82%가 사업가형으로 전환했을 정도로 인기"라고 했다.

당기순이익·주가는 역대 최고

메리츠화재 '실험 성적'은 우수하다. 당기순이익은 2014년 1127억원에서 2015년 1713억원, 2016년 2578억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주가가 1만7450원까지 오르는 등 역대 최고 주가를 기록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경영 효율화의 과실을 고객에게 돌려주기 위해 기존 건강보험보다 최대 20%까지 저렴한 상품을 출시하는 등 상품 혁신에도 힘쓰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실적 개선의 원인을 따져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작년 대부분 손해보험사의 실적이 좋았고, 금융권은 직원을 1명 줄이면 인건비가 1억원이 줄어드는 점을 고려해보면 수익 개선은 당연한 것"이라며 "메리츠화재가 '파괴적 혁신'을 시도하는 건 맞지만, 그 혁신이 수익으로 연결되는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보험업계 지각변동 촉발할까

메리츠화재의 시도에 대한 보험업계의 반응은 아직 회의적이다. 보험의 핵심은 '영업'인데, 성과 위주 보상 체계가 장기간 지속되면 조직 내 피로도가 높아지는 만큼, 장기간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증권업의 경우 위험을 감수하는 성향이 높은 사람들이 모인 업종"이라며 "상대적으로 장기 상품을 다루고, 안정성을 선호하는 보험업과 강력한 성과주의가 잘 어우러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메리츠화재의 실험이 성공할 경우 보험업계에 대규모 구조 조정 바람이 불 수도 있다는 염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메리츠화재는 "구조 조정으로 단기적으로는 회사의 직원 수가 줄어들 수 있지만, 몸집을 탄탄하게 정비하고 사업을 확장하면 추후에는 직원이 늘어날 것"이라며 "먼저 구조 조정을 했던 메리츠종금의 경우 오히려 지금은 직원 수가 더 늘었다"고 했다. 지난해 말 메리츠종금 직원은 1497명으로 전년 대비 약 8% 늘었다. 메리츠종금의 초대형 거점 점포 전략은 대형 증권사 대부분이 벤치마킹하고 있다.


조선일보 B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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