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제난에 高利 부담까지…자영업자 非은행권 대출 전년비 33% 폭증

연선옥 기자
입력 2016.09.28 08:20
금리 높은 제2금융권 대출 증가세가 은행권 앞질러

대기업에서 퇴직한 뒤 종로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재원(58)씨는 최근 저축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 가게 주변에 유명 고깃집 프랜차이즈가 생기면서 장사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아들의 결혼자금을 마련하느라 목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대기업에 다닐 때는 은행권에서 최저 금리로 대출을 받았는데, 지금은 은행의 대출 한도가 얼마 되지 않아 제2금융권을 찾는다”며 “어려워질수록 이자 부담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로 자영업자(개인사업자)의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이들이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카드사 등 제2금융권에서 받은 대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2금융권은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아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이 크다. 전문가들은 경기 상황이 악화되며 자영업자 소득이 감소할 경우 급증한 대출이 부실화돼 금융기관의 건전성도 악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다.

◆ 저축은행, 상호금융 개인사업자 대출 크게 늘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 김현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개인사업자가 제2금융권에서 받은 대출금은 6월 말 기준 39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6월(29조8000억원)보다 9조9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새 대출 규모가 33.2% 폭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 추이를 보면 제2금융권의 개인사업자 대출이 얼마나 빠르게 증가했는지 알 수 있다. 6월 말 기준 은행권의 자영업자 대출은 249조7000억원으로 1년 전(222조9000억원)보다 12.0% 증가했다.

제2금융권의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 저축은행은 7월기준../자료=금융감독원, 김현미 의원실
금융기관별로 보면 저축은행(7월 말 기준)의 대출 잔액이 지난해 5조7000억원에서 올해 7조원으로 늘었고, 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 등 상호금융은 14조3000억원에서 22조7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개인사업자가 카드사, 리스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에서 빌린 잔액 역시 9조1000억원에서 9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다만 보험사 대출 잔액은 70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개인사업자의 제2금융권 대출 금액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행이 매달 제2금융권의 산업대출금을 공개하고 있지만, 이는 개인사업자와 일반기업의 대출 잔액을 합한 것으로 제2금융권에서 개인사업자 대출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정확히 들여다보기 어려웠다. 금감원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사실상 가계대출로 볼 수 있는 개인사업자 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상황을 신중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 소득은 줄고 대출은 늘고

물론 부채를 감당할 여력이 있다면 대출 증가 추세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부채가 증가하는데 경기 부진으로 자영업자의 경제난은 더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자영업자가 포함된 근로자외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지난해 2분기 305만원에서 올해 2분기 301만원으로 감소했다. 특히 사업소득은 202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줄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가구주가 개인사업자인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206%로 전체 가계 평균(157%)보다 높은 수준이다. 벌어들이는 돈보다 갚아야 할 부채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빚은 늘고 소득이 줄면 개인사업자의 파산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가계 뿐 아니라 금융기관의 건전성도 악화시켜 국가 경제 전체에 위험 요인이다. 김현미 의원은 “퇴직세대의 자영업 진출과 대출 증가는 가계부채의 질적 위험을 높여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자영업자 소득 증대 방안 필요…퇴직자 재취업 훈련 확대를

전문가들은 개인사업자의 대출 규모가 소득 수준에 비해 높다고 지적하며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정부의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융시장을 모니터링 하고 있는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금 경제가 자영업자들에게 우호적인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자영업자의 비은행권 대출 증가는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들의 소득을 높이는 근본적인 대책과 함께 부채 관리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개인사업자의 소득 변동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막대한 부채를 감당할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 개인사업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퇴직자들이 자영업이라는 생태 환경을 떠나 안정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도록 재취업 훈련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신용등급이 비교적 낮은 개인사업자에 대해서는 낮은 금리의 정책 금융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송 연구위원은 “개인사업자의 대출 건전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며 “고령층일수록 만기일시상환 대출비중이 높고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비중도 높은 상황으로 이들 고령 저소득층의 채무상환능력을 높이고 주택연금 등에 가입을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현미 의원 역시 “개인사업자에 대한 연금소득 증대 등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3일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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