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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미국을 지키는 '진짜' 군인들

오피니언 조의준 워싱턴특파원
입력 2018.12.25 03:13
조의준 워싱턴특파원

2003년 3월 제임스 매티스 미국 해병1사단장은 존 켈리 부사단장과 함께 쿠웨이트에서 이라크 바그다드로 진격을 시작했다. 당시 해병 1사단은 808㎞에 달하는 장거리 원정을 17일 만에 초스피드로 끝내며 바그다드와 티크리트 등 주요 전장(戰場)을 휩쓸었다. 켈리는 미군에서 6·25 이후 처음으로 전투 현장 중 바로 대령에서 별을 달아 준장으로 승진했다. 전설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매티스는 국방부 장관으로, 켈리는 국토안보부 장관을 거쳐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안보 라인의 핵심을 차지했다. 집권 초 트럼프 대통령이 반(反)이민 행정명령 등으로 각종 물의를 일으키자, 매티스 국방장관과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은 대통령이 즉흥적으로 내리는 행정명령을 막기 위해 해외 출장을 가더라도 둘 중 한 사람은 반드시 미 국내에 남아 있으면서 '보초'를 섰다.

이 두 사람은 단순한 야전 사령관이 아니라 전략가다. 켈리는 이라크전에서 펼쳐진 현대식 기동전의 뼈대를 만든 사람이다. 매티스 장관은 군에 있을 때부터 "사진과 도표로 이뤄진 파워포인트는 우리를 멍청하게 만든다"며 사용을 제한해 경영학 책에 혁신가로 인용됐다. 마치 단순한 도표처럼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반면 트럼프는 사진과 도표로 이뤄진 직관적인 보고만을 받는 것으로 유명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 초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자 매티스 장관은 "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서는 주한미군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막았다. 켈리 실장도 평창 동계올림픽 전 미군 철수 명령을 내리려는 트럼프 대통령과 심한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그런 켈리 실장이지만 올 1월 말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신년 국정 연설에 초대된 탈북자 지성호씨를 인터뷰하기 위해 백악관에 갔을 때, 자신이 TV를 보던 골방을 인터뷰 장소로 선뜻 내줄 정도로 탈(脫)권위적이었다. 그는 지씨에게 "만나서 영광"이라고 한 뒤 바로 자리를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달 들어 이런 켈리와 매티스를 모두 경질했다. 켈리 실장은 멕시코 장벽 문제 등에서 트럼프에 맞서 소신을 꺾지 않았고,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철군 계획에 반대해 미련 없이 사표를 던졌다. 트럼프는 이런 매티스가 얄미워 퇴임 날짜를 예정보다 두 달 앞당겨 내년 1월 1일로 정해버렸다.

미국의 군인들은 권력 앞에서 비굴하지 않았다. 한국에선 비무장지대 GP를 부수고 곳곳에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돼도 쓴소리를 하는 고위 공직자나 장성(將星)이 있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항명을 하란 것이 아니라 군이 당당히 의견을 밝히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것이다. 마지막까지 나라를 지키는 것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모두 군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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