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첫 대외일정은 '청년단체와 비공개 대담'..."면피용 만남으로 사용 말라"

박현익 기자
입력 2019.09.11 15:55 수정 2019.09.11 16:14
조국 장관, 취임 이틀 만에 청년단체와 비공개 대담
청년단체, 대담 앞서 "면피용 만남으로 사용하지 않길"
조 장관 "합법, 불법을 떠나 실망 드린 점 인정"
참석자 "조 장관, 특별한 사과는 없었는데 미안함 느낀 듯"


'청년전태일' 회원들이 11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과의 대담'에 대한 청년들의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조국 법무장관이 장관 취임 이틀 만인 청년 단체인 ‘청년전태일’과 비공개 대담을 했다. 장관 취임 후 공식 업무 이외의 첫 대외 일정이었다. 이날 대담을 두고 조 장관이 검증 과정에서 불거진 딸 입시 부정 의혹 등으로 2030세대의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자 첫 공식 대외 행보로 청년단체와 대담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조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청년전태일 회원 11명과 1시간 가량 비공개 대담을 했다. 대담에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사망자 김모군의 친구들, 특성화고 졸업생, 지방4년제 대학 출신 무기계약직 치료사, 청년 건설노동자, 코레일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등이 참석했다. 청년전태일은 조 장관이 후보자 신분이던 지난달 29일 공개 대담을 제안했지만, 조 장관이 응하지 않아 대담이 무산됐다. 이날 대담은 전날 조 장관이 법무부를 통해 역(逆)제안해 이뤄졌다.

청년전태일은 대담에 앞서 "조 장관이 이날 만남을 면피용으로 사용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청년들의 삶을 온전히 이해해서 청년들이 딛고 올라갈 공정한 사다리를 만드는 데 절박한 심정으로 함께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11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청년시민단체 청년전태일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법무부 제공
◇ "나도 당신 딸, 아들 처럼 편히 살고 싶다" "부모 삶 대물림, 정말 공정사회인가"
청년전태일 측은 대담에 앞서 조 장관에게 청년들이 글로 적은 메시지들을 전달했다. "나도 당신의 딸, 아들처럼 편히 살아보고 싶다" "장관의 따님이 승승장구한 걸 보니 내 삶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부모의 삶이 그대로 대물림 되는 사회가 정말 공정한 사회인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금수저들의 들러리가 돼야 하나" 등의 글들이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대담은 오전 11시 15분부터 1시간 가량 이어졌다. 청년전태일 측에 따르면 조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저희 가족은 우리 사회에서 혜택받은 층에 속한다"며 "합법, 불법을 떠나 많은 분들께 실망을 드린 점을 겸허히 인정한다"고 했다. 또 "청년들의 실망이나 분노를 얼마나 해소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조 장관은 "하지만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고, 만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며 "청년들이 하는 이야기를 잘 듣고 법무부 장관으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겠다"고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청년들은 각자가 혹은 동료들이 살아온 이야기를 하며 태어날 때부터 출발점이 다를 수밖에 없도록 하는 사회 제도를 개선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장관은 진지하게 경청하며 변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청년전태일 회원 서모씨는 대담을 마친 뒤 "특별히 (조 장관의) 사과는 없었는데 제가 보기에는 그런 거(미안함) 좀 많이 느끼셨던 것 같다"고 했다. 서씨는 조 장관 딸 문제 관련해서는 "거기에 대한 질문은 따로 없었다"며 "(조 장관이) 아무래도 우리의 얘기를 들어주려고 나왔는데 그런 걸 물어보면 불편해할 것 같아서 질문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다른 회원 김모씨는 "입시비리에 대한 청년들의 분노를 전달했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것(입시)에 대한 출발선이 공정한가에 대한 이야기는 했다"고 답했다. "(이번 대담이) 면피용 같진 않았나"라는 질문에는 "앞으로 행보를 봐야 알 것 같다. 말보다 행동이 진실 아닌가"라고 했다.

조 장관은 대담을 마친 뒤 청년전태일 회원들과 청사 내 구내식당으로 이동해 점심을 함께 했다. 김종민 청년전태일 대표는 "식사 자리에서 나눈 얘기는 바깥에 알리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함께 나온 또다른 청년전태일 회원은 "주로 명절 얘기를 나눴다"며 "대표님께서 식사 자리에서 나온 얘기는 하지 말라고 해서…"라고 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11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청년시민단체 청년전태일 김종민 대표로부터 공정사다리를 받고 있다./법무부 제공
◇ 조국, 주로 듣기만 해…"하나하나가 아픈 얘기"
조 장관은 대담을 마친 뒤 "제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약속했던 만남"이라며 "주로 경청하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인상 깊었던 얘기가 무엇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두 하나하나가 아픈 얘기라서…"라며 "나중에 청년단체에서 따로 브리핑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조 장관은 "딸 의혹에 대해선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가)"라는 질문에는 "제가 말하는 시간 아니다. 제가 청년에게 얘기를 듣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조 장관은 "후보자 때는 대담을 거절했는데 임명되고 나서 수락한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물리적 시간이 불가능했다. 저를 중심으로 하지 마시고…"라고 말을 아꼈다.

이어 기자들이 "서울대에서 휴직 낸 것에 대해 왈가왈부 말이 많다"라고 하자 조 장관은 "오늘 행사 가지고만 얘기하자. 다른 얘긴 좀…"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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