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갔다고 체포된 이란 여성, 분신 사망... 추모 이어져

윤민혁 기자
입력 2019.09.11 07:07
이란에서 축구 경기를 보러 갔다는 이유로 체포된 여성이 재판을 앞두고 분신 사망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1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사하르 호다야리로 알려진 30세 여성은 지난 3월 테헤란 아자디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 프로축구 경기를 보고 싶어 경기장을 찾았지만, 출입문에서 경찰에 적발돼 구속됐다. 이란은 경기장에 여성 입장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때문에 여성 축구팬들은 남장을 하고 경기장에 몰래 입장하곤 한다.

축구경기장 밖에서 응원하는 이란 여성 축구팬들. /IRNA 통신
현지 검찰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이란은 이슬람혁명 직후인 1981년부터 여성의 축구장 입장을 불허했다. 경기에 흥분한 남성 관중이 여성에게 욕설, 성희롱·성추행, 폭행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는 이유다.

호다야리는 지난주 재판을 앞두고 "징역 6개월의 실형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곤 법원 밖에서 분신했다. 그는 결국 지난 9일 병원에서 숨졌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호다야리의 언니는 이란 현지 언론에 "동생이 체포된 뒤 가르차크 구치소에 한동안 갇혔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며 "구치소에 있는 동안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 명문 축구클럽 에스테그랄의 열성팬이었다. 소셜미디어(SNS)에서 ‘블루 걸(파란색은 에스테그랄의 상징색)’이라는 별칭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사망 소식에 SNS에는 추모와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글과 그림이 잇따라 게시됐다. 별명을 딴 #Blue_girl, #독타르-어비(파란 소녀) 등 해시태그도 빠르게 퍼졌다.

이란 축구 국가대표로 127경기를 뛴 알리 카리미는 트위터에 "호다야리의 죽음에 항의하기 위해 축구 경기장에 가지 말자"고 썼다. 카리미는 그간 여성도 축구경기장에 입장할 수 있어야 한다고 앞서서 주장했다.

모하마드 자바드 어자리 자흐로미 이란 정보통신부 장관도 "매우 애석하고 아픈 죽음"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고, 여성 의원 파르버네 살라흐슈리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라고 비판했다.

호다야리가 생전 응원했던 축구클럽 에스테그랄은 유족에 위로를 전한다는 성명을 냈다. 이탈리아 축구클럽 AS로마도 공식 트위터에 "우리의 상징색은 황색과 적색이지만 오늘만은 호다야리를 위해 심장에서 파란 피가 흐른다. 이란에 있는 모두가 축구 경기를 볼 수 있도록 해야 할 때다. 블루 걸의 명복을 빈다"고 썼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여성의 경기장 출입을 허용하지 않으면 이란 대표팀의 월드컵 출전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란축구협회는 10월 10일 이란에서 열릴 2022 카타르 월드컵 지역 예선전에 일반 여성의 입장을 허용하겠다고 밝혔지만, 보수 종교계가 반대하고 있어 실행될지는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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