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세상 모두가 비틀스를 모른다면

송혜진 기자
입력 2019.09.11 03:00

예스터데이

116분 동안 미소 짓게 된다. 18일 개봉하는 '예스터데이'는 존과 폴, 조지와 링고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아도 충분히 매력적인 음악 영화다. 세상 누구나 알고, 노래 첫 소절만 들어도 "아…" 하고 탄성이 나오는 그들. 전설의 영국 밴드 '비틀스'의 음악으로 러닝 타임을 채웠다. '예스터데이'는 그러나 초대형 콘서트장 같은 현장으로 보는 이를 밀어 넣었던 '보헤미안 랩소디'나 가수 엘턴 존의 눈물을 비춘 '로켓맨'과는 결이 달라도 많이 다르다. '세상 사람 모두가 비틀스 노래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깜찍한 가정(假定)에서 시작되는 판타지이자 로맨틱 코미디여서 그렇다.

비틀스의 앨범 '애비로드'의 유명한 재킷 커버를 패러디한 포스터. 잭이 비틀스 멤버처럼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세상 모두가 비틀스를 잊는 '사건'이 터지자, 가수 잭은 비틀스의 노래를 자신의 것인 양 발표해 "천재"소리를 듣는다. /유니버설픽처스
영국 런던에 사는 가수 잭(히메시 파텔)은 자신이 만든 노래로 이름을 알리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답답해한다. 집에 돌아가던 길에 정전을 겪으면서 버스에 치이고 병원에서 눈뜬 그는 이윽고 자기 빼곤 누구도 비틀스 존재를 모르고 노래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당황해한다.

최소 수만 번쯤 들었을 명곡을 새롭게 들려주는 건 쉽지 않다. '트레인 스포팅'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만든 대니 보일 감독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재기발랄한 영국식 유머를 활용했다. 대사 한 줄 한 줄에서 재치가 번뜩인다. 잭이 부른 '예스터데이'를 듣고 친구들이 "'콜드 플레이'의 '픽스 유'만큼은 아니지만 좋은데?"라고 말하거나, '헤이 주드'를 듣고 팝가수 에드 시런이 "주드라는 이름은 올드하니 '헤이 듀드'라고 제목을 고칠까"라고 묻는 장면이 특히 그렇다.

인터넷 검색 없인 무엇도 기억하지 못하는 시대를 비튼 장면도 폭소를 빚는다. 잭이 비틀스 노래를 자기 것인 양 발표하고 싶어도 'Penny Lane'의 가사가 제대로 기억나지 않아 데굴데굴 구를 때 객석은 박장대소로 뒤집어진다. 영화는 아기자기한 해프닝을 엮어 비틀스 노래가 만약 1957년쯤 영국 리버풀에서 태동한 게 아니라, 지금처럼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의 시대에 나왔다면 어땠을지도 슬쩍 묻는다. 잭이 그 유명한 비틀스 앨범 재킷 그대로 본뜬 디자인을 제안해도, 미국 LA 대형 음반회사가 "단순하다"고 일갈할 때 웃음과 한숨이 동시에 터지는 이유다.

영화의 주인공은 그럼에도 역시나 비틀스 노래다. 'Let it be'의 첫 소절이 울릴 때, 잭이 'Help'를 부를 때, 콘서트장을 가득 메운 이들이 'All you need is love'를 합창할 때, 따라 부르고 싶어 목구멍이 간질간질하고 손가락이 까닥까닥 움직이는 걸 참아낼 재간은 별로 없다. 언제나 기본 이상은 뽑아내는 영국 영화사 '워킹타이틀'의 작품. '맘마미아!2'와 '다키스트 아워'에 나왔던 배우 릴리 제임스가 파텔의 상대역을 맡았고, 영국 싱어송 라이터 에드 시런이 깜짝 출연했다. 다수를 만족시킬 안전하고 착한 결말, 적당한 깨알 위트를 배합했다는 점에선 '러브 액추얼리'나 '노팅힐'이 겹쳐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아쉽겠지만 또한 그래서 좋을 것이다.



조선일보 A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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