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절도 장관' '위증 장관' 그리고 '법무 장관'

박은호 논설위원
입력 2019.09.11 03:00

서울대 PC 무단 반출은 불법
딸 출생 위증 드러나자 선친 탓 이어 행정기관 탓
이러고 법무장관 자격 있나

박은호 논설위원
조국 법무부 장관은 그에게 쏟아진 무성한 의혹을 '모른다, 아니다, 기억 안 난다'로 피한 끝에 결국 장관에 임명됐다. 그러나 적어도 두 가지 의혹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딸 출생신고와 관련한 국회 위증 문제와 서울대 PC 절도 문제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서울대에서 안 쓰는 중고 PC를 서재에 갖다 두고 가족과 공동으로 썼다"고 했다. 그런데 그의 딸이 제1저자로 등재된 단국대 의대 논문 초고 파일엔 '만든 이=조국, 마지막 저장한 사람=조국'으로 기록돼 있다고 한다. 조 장관은 딸 대신 논문을 대신 써준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제 집에 갖다놓은 (서울대 법대) PC에서 제 딸이 작성했다"고 한다. 일단 이 주장을 사실이라고 가정하자.

법률 용어에 '사용(使用) 절도'라는 말이 있다. 남의 물건을 가져다 썼어도 사용 기간이 일시적이고, 물품을 훼손하지 않고, 원래 자리에 되돌리면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나 이 중 한 가지라도 어기면 절도죄라는 게 대법원 판례다. 조 장관은 서울대를 비롯한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물품관리법상 외부 무단 반출이 금지된 학교 PC를 자기 집 서재에 두고 쓴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언제, 어떻게 PC를 가져와 얼마나 사용했는지 등은 함구한 채 "제 불찰"이라고만 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불찰이 아니라 불법 문제다. 법조계에선 "PC에 대한 서울대의 지배권을 침해하고 하루 이틀 사용한 게 아니라면 문제가 된다"는 말이 나온다. 조 장관 딸이 논문 초고를 쓴 것은 2007년이다. 청와대 검증 과정에서 이 문제가 다뤄졌지만 공소시효(7년)가 지나 문제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장관 적격성 문제가 없어지는 게 아니다. 절도 경력자가 어떻게 대한민국 법무장관이 될 수 있나. 조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도 검찰 압수수색에 앞서 한밤중 학교 연구실에서 학교 소유 PC를 빼내온 혐의를 받고 있다. 공교로운 일이다.

조 장관의 국회 위증도 드러났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딸의 출생일과 신고 시기, 신고자가 기재된 가족관계등록부 서류 제출을 한사코 거부했다. 자신의 딸 출생 문제를 "선친(先親)이 출생신고를 했다. (딸의 출생일을 7개월 앞당긴 이유를) 내가 어떻게 알 수 있나"라며 남 말 하듯 했다. 그런데 실제 신고자가 조국 본인이라는 문서가 나오자 이번엔 "행정(行政) 착오일 것"이라고 한다. 어떤 증거를 들이대도 뻔뻔하게 부인하는 범죄자 특성을 닮았다.

조 장관은 후보자 시절 남한사회주의노동자연맹(사노맹) 사건 질문에 "그 활동을 한 번도 숨긴 적 없다. 독재 정권에 맞서고 경제민주화를 추구했다"고 했다. 대한민국 전복을 기도한 사노맹 활동을 뜬금없이 경제민주화로 포장했다. 경제민주화를 추구할 정도라면 경제에 웬만큼 지식이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일가족 '사모 펀드' 의혹이 나오자 관보에 펀드 재산 신고까지 했으면서 "사모 펀드가 뭔지 이번에 공부했다. 사실 경제나 경영을 잘 모른다"며 빠져나간다. 그러더니 결국 자신의 딸 문제에 대해선 선친 탓에 이어 행정기관까지 물고 들었다. 이러니 '절도 장관' '위증 장관' 소리가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서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위법이 없었다'가 아니라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 것은 올바른 어휘 선택이다. 그의 절도·위증 여부뿐 아니라 사모 펀드, 아들의 인턴증명서 허위 발급, 딸 논문 개입, 웅동학원 소송 사기 연루 등 어느 곳에서 어떤 지뢰가 터질지 모른다.


조선일보 A31면
헬스조선 상례서비스

오늘의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