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 판에 172억 '文 기록관' 짓는 몰염치, 기가 막힌다

입력 2019.09.11 03:19
정부가 국민 세금 172억원을 들여 부산에 문재인 대통령의 개별 대통령기록관을 지을 예정이라고 한다. 이승만부터 박근혜까지 11명의 전직 대통령 관련 기록은 2016년 세종시에 지은 통합 대통령기록관에서 보관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문 대통령만 5000㎡ 부지에 연면적 3000㎡의 별도 기록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세종시의 통합 대통령기록관에만 직원 64명이 일하고 있다. 개별기록관을 만들면 새로 20명 넘는 직원을 또 채용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들 월급과 운영비도 세금에서 나가야 한다. 세금 아까운 줄 모르고 펑펑 쓰는 정권이 이제 아예 세금을 제 돈으로 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은 '필요한 경우 개별 대통령기록관을 설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새 건물 지은 지 4년 만에 공간이 부족하다면서 개별기록관을 또 짓겠다는 걸 국민이 납득하겠나. 관련법에는 정부가 개별기록관을 만들 수도 있지만, '개인 또는 단체가 시설을 지어 기부채납하는 방법으로 개별기록관을 만들 수 있다'면서 그 경우 정부가 필요 경비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 대통령 개인 돈과 기부금으로 짓는다면 아무도 뭐라 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작년 7월부터 연구 용역을 발주하는 등 개별기록관 건립을 추진해왔다. 임기 1년이 겨우 지난 상태에서 벌써 퇴임 후 일을 챙기기 시작했다는 것도 정상이 아니다.

정부는 국회 제출 자료에서 미국 사례를 들며 '퇴임 후 대통령의 사회적 역할 기반을 제공하고 존경받는 대통령 문화를 정립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대통령 개별기록관을 멋있게 짓는다고 존경받는 대통령이 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 뜻 받들고 국민 세금 소중히 여기면서 나라를 튼튼히 지키면 기록관 같은 것이 없어도 국민이 존경해줄 것이다. 외교 안보는 위태롭고, 경제는 엉망이고, 실업률은 최고 수준이다. 게다가 불공정과 특권과 위선의 대명사 같은 인물을 법무장관으로 임명해 국민 속을 긁어놓은 이때에 퇴임 후 대비한 개별기록관 건립 얘기가 나온다. 이 정권 사람들의 정신세계는 정말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조선일보 A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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