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추석, 중국 중추절보다 훨씬 더 오래됐다

뉴시스
입력 2019.09.10 07:17

[박대종 문화소통]

기와지붕 위에 뜬 보름달
우리 추석이 중국 중추절보다 더 오래됐다.

음력으로 8월 15일은 우리나라의 가장 큰 민속명절인 ‘추석’이다. 중국 또한 이 날은 4대 전통 명절 중 하나로 민족대이동을 하는 최대 연휴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는 ‘추석’이라 부르고, 중국에선 ‘중추절(仲秋節)’이라 칭한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의 중추절은 당나라(618~907) 초년에 시작됐지만, 우리의 추석은 그보다 훨씬 더 이른 신라 유리왕(생년미상~57) 때부터 비롯된 우리나라의 자생 명절이다.

고래로 한자문화권 사람들은 음력으로 1~3월을 ‘봄’, 4~6월을 ‘여름’, 7~9월을 ‘가을’, 10~12월을 ‘겨울’이라 인식했다. 나아가 ‘예기·월령’에서는 가을 3개월을 3형제로 비유하여, 초가을인 음력 7월은 孟(맏 맹)자를 쓴 ‘맹추(孟秋: 맏가을)’, 중가을인 음력 8월은 ‘仲(둘째 중)’자를 쓴 ‘중추(仲秋)’, 늦가을인 음력 9월은 ‘季(막내 계)’자를 쓴 ‘계추(季秋)’라 불렀다. 그러니 ‘추석(秋夕)’은 당나라 시인 조하(趙?)가 지은 ‘장안추석(長安秋夕)’에서처럼 어느 가을날 저녁을 나타내는 말이 아니라, 음력 8월 15일 대보름 저녁을 뜻하는 ‘중추망석(仲秋望夕)’의 준말로 우리나라에서만 쓰는 토속 고유한자어다.

추석은 ‘한가위’라고도 한다. 일반적으로 ‘한가위’는 ‘가배(嘉俳)’에서 유래된 말로 알려져 있으나, ‘가배’의 ‘배’가 ‘위’로 변음됐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배우(俳優)’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俳(광대·잡희 배)’를 ‘優(광대·잡희 우)’로 바꾼 ‘가우(嘉優)’란 말 또한 추석을 지칭하는 말이다. 고로 ‘가우’에서 ‘가위’가 나온 것이라 볼 수도 있으나 그걸 뒷받침할 만한 기록이 없다. 그런데 ‘삼국사기’ 권1 신라본기 유리이사금조에는 이 ‘가배’와 관련된 이야기가 다음과 같이 나온다.“유리왕이 6부를 정한 뒤 이를 둘로 나누어 두 명의 왕녀로 하여금 각각 부서 내의 여자들을 거느려 편을 짜게 하였다. 그런 뒤 7월 16일부터 대부(大部)의 마당에 일찍 모여 길쌈을 시작, 밤 2경에 파하게 했다. 8월 보름에 이르러 그 공의 많고 적음을 따진 뒤, 시합에서 진 쪽이 술과 음식을 장만하여 이긴 편에게 사례하고, 이어 서로 더불어 춤과 노래 및 온갖 놀이를 하였는데, 이를 ‘가배(嘉俳)’라고 하였다. 이때 진 편의 한 여자가 일어나 춤을 추면서 탄식하기를 ‘회소회소(會蘇會蘇)’라고 하였는데, 그 음조가 매우 슬프고 아름다웠다.”

위 ‘가배’에서의 嘉(가)는 ‘즐겁다’를 뜻하고 俳(배)는 ‘광대, 온갖 놀이’를 뜻한다. 따라서 ‘가배’는 ‘즐거운 춤과 노래 및 온갖 놀이’를 가리키는 용어로, ‘가운데’의 뜻과는 전혀 무관하다. 조선 후기 이규경은 ‘오주연문장전산고’ 풍속 편에서 위 이야기에 더하여 “이를 가배회(嘉俳會)라 하였다. 즉, 진 편의 한 여자가 일어나 춤추면서 회소곡(會蘇曲)을 노래했기 때문에 이를 ‘가회(嘉會)’ 놀이라 하였다.”고 고증했다. 나아가 <사진>에서처럼 추석에 대해 “秋夕曰漢嘉會(추석 왈 한가회)”라고 적었다.

즐겁고 융숭한 잔치모임을 가리키는 ‘가회(嘉會)’의 최초 출전은 한(漢)나라 때 가의(賈誼: BC200~BC168)가 지은 ‘치안책(治安策)’이다. 그러던 것이 신라 유리왕 9년(AD 32년) 때부터 ‘가배회’의 준말로써 음력 8월 15일에 한정된 즐거운 잔치모임을 뜻하게 되었다. 후에 ‘가회’는 ‘역어유회(1690)’ 上4에서 증명되듯 ‘가외’로 변음되었다. ‘깊숙히’와 ‘깊숙이’에서처럼 ‘ㅎ’과 ‘ㅇ’은 같은 목구멍소리로써 서로 통용되기 때문이다.

‘가회’의 변음인 ‘가외’ 앞에 ‘한밭(大田)’처럼 ‘큰’을 뜻하는 ‘한’이 덧붙은 ‘한가외’는 1929년 4월 1일에 발행된 잡지 ‘별건곤’ 제20호의 ‘팔도장타령’ 중, “팔월이라 한가외에 오레 송편이 조흘시고”에 보인다. 훈민정음 해례본 중의 ‘노로’가 오늘날 ‘노루’로 변음되었듯, ‘가외’는 ‘가위’로 또다시 변음되니, 추석의 다른 우리말 ‘한가회’는 ‘한가회→한가외→한가위’의 변음 과정을 거쳐 오늘날 ‘한가위’로 정착되었다.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heobul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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