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국뽕'이라고? 자기 비하가 더 문제

백수진 기자
입력 2019.09.10 03:00

[김진명]
최근 출간한 역사 소설 '직지' 17만부 팔리며 베스트셀러 1위
"직지와 한글부터 반도체까지 우리민족은 지식 전파에 앞장"

작가 김진명(61)에겐 '국뽕'(과도한 애국주의)이란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대표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후 '고구려' '사드(THAAD)' '글자 전쟁' 등 민족과 역사에 관한 소설을 발표해 인기를 끌었다. 최근 낸 '직지'는 출간 한 달 만에 17만부가 팔리며 소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그는 최근 10년 동안 책이 가장 많이 팔린 한국 소설가(교보문고)가 됐다.

이번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를 다뤘다. 소설 초반, 직지의 진실을 파헤치던 대학교수가 시체로 발견된다. 일간지 기자 김기연은 살해된 교수의 행적을 따라가면서 직지가 구텐베르크 금속활자에 영향을 줬다는 증거들을 찾게 된다. 김진명은 직지와 구텐베르크 금속활자본 사이 78년의 간극을 상상으로 채웠다. 조선의 여성이 유럽으로 건너가 금속활자 기술을 전파했다는 설정이다.

유독 50대 이상 독자가 많은 김진명은 "어려운 사회 환경에서 살아온 위 세대들은 내가 제기하는 정치·외교·안보 문제에 여전히 관심이 많다"고 했다. /이태경 기자
―소설 '직지'가 인기인 이유는 뭘까.

"직지는 우리 민족의 잃어버린 정체성을 보여주는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란 뭔가.

"우리 민족은 지식을 기록하고 전파하는 데 앞장섰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인 직지와 백성 누구나 쉽게 글을 읽게 한 한글, 최첨단 메모리인 반도체까지 그 정신이 이어진다. 지식을 나누려는 이타심이 바로 한국인의 정체성이다."

―같은 팩션(faction)이지만 영화 '나랏말싸미'는 역사 왜곡이란 비판을 받았다.

"전문가의 말만 듣고 어설프게 쓰면 안 된다. 작가는 그 분야에 정통해야 하고 전문가보다 앞서 나가야 한다. 역사학 교수도 읽고 '아, 이런 게 있었구나!' 하고 놀라야 한다."

'직지'의 집필 기간은 1년 정도. 작품의 무대가 되는 프랑스 아비뇽 교황청까지 찾아가 취재했다. 최근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는 그는 한쪽 눈이 빨갰다. "양 눈이 다르게 보이니까 생각하는 데 방해가 되더라. 차라리 한쪽 눈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외눈으로 고생하면서 썼다."

―대부분 허구지만 사실도 있나.

"나는 주장할 가치가 있는 사실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몇 년 전 프랑스 서지학자가 직지와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를 전자현미경으로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다. 똑같이 모래알의 흔적이 발견됐다는 논문이었다. 구텐베르크의 성서가 직지와 같은 '주물사주조법'으로 만들어졌다면 외국인이 배워갔거나, 한국인이 가서 전파했거나 둘 중 하나라고 봤다."

―조선시대에 여성이 유럽에 가서 금속활자를 전파한다는 설정은 개연성이 떨어지지 않나.

"'김진명 소설엔 여자가 안 나온다' '여자가 나와도 마네킹 같은 존재'라는 비판을 받아들여 주인공을 여자로 설정해봤다."

―'국뽕'이란 비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한국인은 자기 비하가 심하다. 오랜 시간 지배당해온 역사의 폐해다. 우리 문화를 당당히 주장한다고 '국뽕'으로 매도하다니 부끄러운 일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인정해줘야만 대단한가? 우리 문화의 우수성은 우리가 발굴해서 세계에 알려야지 남이 알아주길 기다려선 안 된다."



조선일보 A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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