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감싸기'에… 한겨레 이어 KBS도 내부반발

신동흔 기자 구본우 기자
입력 2019.09.10 03:00

조국 장관 의혹 소극적 보도에 한겨레 기자들, 국장단 사퇴 요구

KBS '시사기획 창-조국…'편… 조 장관의 과거 발언 일부 삭제
노조, "제작 과정 전말 밝혀라"

조국 법무부 장관 의혹 검증 소홀에 대한 한겨레신문 기자들의 내부 비판이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 6일 한겨레신문 7년 차 이하 기자 31명의 국장단 사퇴 요구 성명에 이어 9일에는 중견 기자들의 성명 발표가 이어졌다. KBS에서도 조국 검증에 대한 보도국 간부들의 지나친 간섭 등에 대한 반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친(親)정부·여당 성향을 보여온 매체들에서 노골적 권력 감싸기 보도에 대한 자성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일 방송된 KBS '시사기획-창, 조국으로 조국을 보다' 방송에서 과거 조국 장관이 자신의 책에서 했던 발언을 소개하는 장면. 요즘 대학 신입생들에 대해 '스펙이 너무 좋다'고 말한 뒤 "저도 아이가 있지만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상상이 안 간다"고 하는 등 지금 보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에 해당하는 내용들이 많다. /KBS 화면
한겨레신문에선 일선 기자들이 조 장관 의혹 보도에 소극적인 한겨레의 논조를 비판하며 국장단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9일 경력 10년 차 안팎인 18기 기자 7명은 "후배들이 겪은 여러 고뇌와 좌절을 깊이 공감한다. (중략) 편집국장을 비롯한 국장단에 엄중한 책임이 있다는 성명의 내용을 지지한다"면서 "일방통행식 불통으로 인해 현장의 기자들은 '어용 언론'이란 조롱까지 받으며 일하는 처지에 내몰렸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19~22기 기자 21명도 "부끄러움을 끊어 낼 국장단의 결단을 요구한다"면서 "문제는 '조국 보도 참사'가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한겨레'의 권력 비판 보도가 무뎌졌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이날 오후 6시 20분부터 편집국에서 사원 대토론회를 진행했다.

KBS에선 지난 3일 방송된 KBS1 '시사기획 창-조국으로 조국을 보다' 제작 과정에서 조 장관(보도 당시 후보자)의 과거 발언 중 일부가 삭제된 채 방송됐고, 이에 대한 반발로 기자들이 제작진 명단에서 스스로 이름을 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KBS노조는 9일 발표한 '조국 내로남불 발언 왜 삭제했나?' 성명에서 "자녀 특혜, 웅동학원 채무 면탈,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 조국 후보 관련 내용을 방송하면서 과도한 데스킹에 불만을 가진 취재 기자들이 반발하며 프로그램에 이름 올리는 것도 거부했다"고 밝혔다. 당초 제작진은 '성찰하는 진보'(2008)에서 찾아낸 '아이비리그가 경제적 약자에 장학금을 주는 이유를 고민해봐야 한다' 등 조 장관 책에서 이른바 '내로남불' 발언 12개를 발췌했으나, 데스킹 과정에서 삭제돼 7개로 줄었다는 것이다. KBS노조는 성명에서 "양승동 사장과 보도본부장은 '시사기획-창' 조국 관련 발췌문 삭제의 전말과 이유를 밝히고 시청자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높아지는 자성과 내부 비판에도 이를 역행하는 보도 행태는 계속되고 있다. KBS1 '저널리즘토크쇼J'의 경우 2주 연속 '조국 감싸기' 방송을 내보냈다. 8일 방송된 '조국 간담회, 언론과 정치 사이'에선 대다수 신문이 '의혹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았다'고 보도한 것과 달리 "(간담회가) 일정 부분 국민들의 의혹을 해소했다"고 주장했다. 팟캐스트 출신 최욱은 포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조국 힘내세요' 등 조국 지지 검색어 띄우기가 벌어지는 것에 대해 "단결된 힘의 결과물이다. 이를 마치 여론 조작처럼 둔갑시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국민 정서와 엇갈린 평가를 했다. 지난 1일 방송에선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가 "(장관 후보자의) 도덕성은 검증 대상이 아니다"라며 "책임 있는 언론이라면 이런 부분(조 후보자 딸의 입시 논란)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특정 성향 패널들만 데리고 온 국민이 분개하는 상황에서 조국 감싸기식 방송을 한다" "언론의 공정성보다는 현 정권의 나팔수 역할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조선일보 A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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