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주한 미군이 위태롭다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前 국립외교원장
입력 2019.09.09 03:17

우리 동맹 사면초가 기로… 한일 최악인데 한미도 최악 되려나
韓·美·日 안보협력 깨는건 북한의 오랜 염원… 그 가능성이 보인다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前 국립외교원장

동맹 없는 한국의 길은 어떠할까? 남북 평화 공동체가 이루어지면 일본도 꼼짝하지 못하고 평화롭고 풍요로운 세상이 도래한다고 하는데, 중국에 조공 바치고 김정은의 핵 보호를 받으며 살면 행복할까? 러시아 폭격기들은 우리 땅을 더 이상 유린하지 않을까? 지금과 같은 자유민주주의는 유지될 수 있을까? 이웃들처럼 정권이 먼저인 세상이 오지 않을까? 우리 경제는 버틸 수 있을까? 동맹이 아니라면 미국도 동네북처럼 우리를 때리는 대열에 참여하지 않을까? 많은 질문이 몰려온다. 한·미 동맹은 사면초가의 기로에 서 있다. 한·일 관계가 최악이듯이 한·미 관계도 조만간 최악으로 빠져들지 않을까 걱정이다.

물리적으로 주한미군 2만8000명의 안전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주한미군은 이미 1000발에 달하는 북한의 각종 핵·미사일 사정권에 놓여 있다. 적화통일 목전에서 일본 내 기지로부터 부산 교두보를 통해 빠르게 개입하는 미군을 차단하지 못해 좌절했던 한국전쟁 실패 경험에서 북한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쳐 일관되게 미군 개입을 막는 핵·미사일 개발을 추진하였다. 한·미·일 안보 협력을 깨는 것은 북한의 오랜 염원이었다. 핵·미사일이 완성되는 순간 그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한다.

북한 미사일에 대한 방어망 강화가 절실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드를 성주에 배치했다고 하지만, 한국 정부의 비협조로 여전히 임시 배치다. 그마저 한국은 중국 보복에 처해 추가로 사드를 배치하지 않고, 미사일 방어도 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 협력을 하지 않을 것임을 중국에 약속했다. 설상가상 최근 발사된 북한의 신형 미사일들은 주한미군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미국은 우리 군의 현무·번개와 유사한 북한 신형 미사일들이 탄두의 추진 기동으로 저고도의 예측하기 어려운 비행 능력을 가지며 기존 미사일 방어망을 압도하는 것으로 판단한다. 북 신형 미사일의 690㎞ 핵 공격 사정권에는 주한미군 6개 기지, 주일미군 2개 기지 등 3만명 이상의 미군이 존재하며 사실상 무방비 상태다.

이러한 와중에 한국 정부는 결정적 한 방을 날렸다. 일본의 백색 리스트 제외 조치에 대항하여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했다. 우리가 일본과 지소미아를 맺은 것은 한·미·일 정보 역량을 총동원하여 사각지대 없이 강력한 북한 핵·미사일 대응 태세를 갖추기 위한 것이었다. 북한은 지소미아의 의미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북한은 지난 5월 미사일 실험을 재개하는 동일한 시점에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남조선 당국은 반역적인 전쟁협정(지소미아)을 폐기함으로써 판문점 선언을 이행할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18발의 각종 신형 탄도미사일이 발사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했다.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결정은 미국에 쇼크였다. 그동안 볼턴 안보보좌관, 에스퍼 국방장관, 비건 특별대표가 줄줄이 한국을 방문하여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예상과 달리 종료를 선택했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가 이례적으로 문재인 정부를 지칭하면서 우려와 실망을 강력히 표명하고 있다. 협상력을 높이려던 한국 정부의 의도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당장 한·일 갈등에서 한·미 동맹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결정은 한국이 미·일의 편이 아니라는 일본 주장을 확인해준 결과가 되었고, 전후 미국이 구축한 역내 안보 질서를 훼손하고 미국 안전까지 위협하는, 특히 주한미군의 목숨을 위협하는 조치로 보이고 있다.

우리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지소미아를 협상 지렛대로 쓴다는 발상 자체가 이해하기 힘들지만, 문재인 정권은 80년대 운동권의 민족해방론에 입각, 한·미·일 안보는 냉전 구조이며 이를 해소해야 남북 평화 공동체를 구축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 한·미 동맹은 다자 안보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갖는다. 방어 수단조차 제대로 갖춰질 수 없는 곳에 과연 미국은 주한미군 배치를 지속할 수 있을까? 주한미군에 부정적인 트럼프 대통령이 철수 결정을 내릴 명분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미국의 매티스 전 국방장관은 최근 회고록에서 '동맹이 있는 나라는 번영하지만 그렇지 못한 나라는 쇠퇴한다'고 밝혔다. 이는 비단 미국에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동맹이 없던 구한말 조선의 운명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우리가 해방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어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동맹이 있었기 때문임을 부정할 수 없다. 미국의 원칙은 확실하다. 필리핀에서 보듯이 동맹국 국민이 싫다면 철수한다는 것이다. 동맹의 운명은 우리 국민에게 달려 있다. 이것도 '조국스러운' 상황이다.



조선일보 A30면
헬스조선 상례서비스

오늘의 정보